
우리 역사의 출발, 첫 국가 고조선 47대 단군을 젊고 매력적으로 그린 K-판타지 소설 《바라다라의 시간》이 사단법인 국학원 추천 도서로 선정되었다. 지난 4년간 박경남 작가가 젊은 세대에 고조선 47대 단군의 역사를 전하겠다는 열정의 산물이다. 그를 만나 소설 《바라다라의 시간》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뜻을 물었다.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20여 년 동안 다양한 글쓰기를 해왔죠. 특히, 우리 역사에 관심이 많아 역사를 재해석하는 글을 많이 써왔습니다. 그동안 제 글의 역사적 배경은 주로 조선 시대였는데 이번 《바라다라의 시간》은 고조선을 배경으로 쓴 첫 글입니다. 그래서 더 특별합니다.
소설 《바라다라의 시간》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2022년 초 국학원에 처음 방문했었는데, 그동안 제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고조선과 단군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고조선이 마흔일곱 분 단군이 2천여 년 동안 다스려 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역사 관련 글을 주로 써왔던 제가 가장 기본이라고 할 우리 상고사에 대해 너무나 보잘것없는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죠. 역사를 재해석한다면서 왜 2천여 년 역사의 고조선에 단군이 단 한 명이라고 생각했을까? 단군을 역사가 아닌 신화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던 게 아닌가? 우리 역사를 바탕으로 글 쓰겠다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죠.
어쩌면 나처럼 고조선은 한 분의 단군이 다스린 나라고, 역사라기보다 신화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실제로 주변에 물었더니 저와 다르지 않더군요. 더구나 젊은 세대에게는 아예 관심에서 벗어난 실정입니다.
우리 역사를 이어갈 그들이 느슨한 역사교육으로, 단군에 대해 고리타분한 이야기 정도로 여긴다면 미래에는 고조선과 단군은 잊힌 역사가 되겠다는 위기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에게 단군을 알릴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역사 판타지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소설 《바라다라의 시간》의 내용을 독자에게 소개한다면?
오늘날 우리 인류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환경 문제입니다. 그중 기후 문제는 점점 더 피부에 와 닿고 전 지구의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죠. 세계적인 석학 중에서는 지구의 제반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한국인의 뿌리 정신에서 찾아야 한다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위대한 역사학자로 불리는 아놀드 토인비를 비롯해서 노벨문학상을 탄 타고르, 게오르규, 펄벅 여사 같은 분이죠. 그분들이 말한 뿌리 정신이 바로 홍익인간 정신인데 그 점에 착안했습니다.
소설은 2030년을 배경으로 지구가 예상대로 엄청난 시련을 겪고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사라집니다. 단 한 사람 남은 초등학교 교사 한배달이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가 고조선으로 타임슬립을 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자신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고 47대 단군들을 만나 지구를 구할 미션을 수행하게 되는 이야기죠.
세계관 설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또, 이 소설을 통하여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대체로 단군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할아버지입니다.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젊은 단군의 모습으로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또한, 우리의 뇌 속에 박제되다시피 고정된 홍익인간 정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어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문구가 아닌 모든 지구인이 가족이라는 의미로 다가가도록 풀어보았습니다. 아울러 고조선은 역사 몇 줄로 풀이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풍부한 면을 가진 역사임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단군 홀로 이끄는 독단의 정치가 아닌 여럿이 함께하는 조화의 정치를 지향했던 고조선은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사회였을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어요. 우리 역사의 시작인 고조선, 상고사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어쩌면 기후 문제를 비롯한 현재의 제반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군과의 접점, 그리고 현대 사회와의 연결점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환경 문제, 특히 기후 문제는 한 나라가 아닌 전 지구적 문제입니다. 모든 나라가 지혜를 모아 해결해야 하죠. 그런 점에서 고조선은 아주 오래 전부터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인류를 한 가족이란 개념으로 보았어요. 이를테면 물난리를 겪는 나라에 물 관리하는 법을 알려준다든지, 먹고 살기 위해 찾아온 난민들을 받아주는 등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했던 역사가 있어요.
현재 ‘한국인의 DNA’라고 주목받는 ‘정(情)’은 이미 고조선에서부터 이어왔죠. 모든 지구인이 한 가족이라는 마음가짐이라면 지구 문제의 해결 방법 또한 그 안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단군들의 정치철학이었던 홍익인간 정신이 4천 년을 넘어서도 유효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향후 작품 계획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작가로서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무엇인지.
소설 《바라다라의 시간》의 후속편을 쓰려고 합니다. 47대 단군 중 담지 못한 단군도 있고, 고조선을 소재로 좀 더 다양하게 풀어내는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소설 《바라다라의 시간》은 지금까지 글쓰기 중 가장 오래 작업한 글입니다. 오래 공들인 만큼 의미가 깊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나 독자들이 이 소설에서 얻길 바라는 메시지가 있다면.
고조선은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습니다. 힘이 없어서가 아니었어요. 고조선은 2천여 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일 정도로 부강한 나라였음에도 침략의 역사를 가지지 않았던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단군들이 모든 인류가 다 가족이라는 기조로 정치를 했기 때문입니다.
4천 년 훌쩍 지난 현재에도 세계 석학들이 홍익인간 정신에 주목하는 것은 현대의 제반 문제를 해결할 키(Key)가 여기에 있다는 기대 때문일 겁니다. 우리가 그런 단군의 후손이란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홍익인간 정신을 현실에서 실천하기를 바랍니다.
* '바라다라'는 ‘배달’의 단군조선(고조선) 식 발음이다. ‘바라’는 밝다라는 의미와 대지를 뜻하고, ‘다라’는 높다는 뜻과 산, 들, 벌 등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