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벌어진 엔터테인먼트 계의 충돌에서 엉뚱하게도 단군, 마고, 홍익 등 선도적 상징에 대한 왜곡과 ‘사이비종교’논란까지 불거졌다.
왜 한국인은 그리스‧로마신화, 아담과 하와(이브) 창세신화는 익숙한 데 반해 한국 마고 창세신화가 낯선가. 홍익의 기치로 우리 첫 국가를 세운 국조 단군을 왜 아직도 민간신앙의 대상, 샤머니즘으로 폄훼하는가?

한국 선도 연구에 수십 년간 몰두해 온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정경희 교수는 최근 K스피릿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선도는 우리 민족문화의 내용적 실체이고, 중국이 자행하는 영토적 동북공정, 정신적 동북공정을 방어하는 핵심”이라며 그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문일답을 통해 자세히 들어보자.
우선 우리 민족문화의 시간적, 공간적 범주를 어떻게 보는지요?
- 과거 만주지역 동북 삼성(요령성, 길림성, 흑룡강성) 일대에서 서기전 1만5천 년 전부터 시작된 신석기에서 청동기시대를 거치면서 오랜 역사와 시간성 속에서 성립된 문화적 실체가 있었습니다. 이것이 서기전 3백 년을 전후하여 한반도에 집중적으로 흘러들어 현재에 이르고 있죠. 이것이 우리의 민족문화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문화의 내용적 실체가 ‘선도문화’라고 하셨는데.
- 동북아 신석기에서 청동기문화의 실체는 ‘선도문화’로, 훗날 여기에서 중국 도교와 일본 신도가 갈라져 나왔습니다. 동북아문화의 원류인 선도문화는 현재의 한국 사회에 집중적으로 남아 전수되고 있기에 ‘한국선도(韓國仙道)’로 이름할 수 있습니다.
선도문화의 세계관은 ‘천·지·인 조화와 합일’의 ‘한 생명(一) 사상’이며,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생명존중 사상’으로 풀이할 수 있죠. 이러한 세계관에 의해 현실 삶에서의 실천 방향으로 제시된 것이 《삼국유사》 단군 편에 나타난 ‘홍익’입니다.
선도문화가 현 시대에 어떠한 가치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 이는 여타 문화 전통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대단히 가치 있는 ‘통합과 공생(共生)’의 세계관이자, 실천윤리로서 통시대적 보편가치입니다. 특히, 한류가 각광받는 시대에 세계인들이 부러워할 한민족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입니다. 무엇보다 오늘날과 같이 양극화와 기후위기, 끊이지 않는 전쟁과 대립 등 혼란한 시대에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글로벌 대안 가치로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한류가 있다면 선도문화가 한류의 진정한 뿌리가 되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의 선도문화를 우리 스스로 샤머니즘, 사이비종교라고 펨훼하는데 그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샤머니즘’이라는 용어는 근대 학문을 주도한 서구학자들이 시베리아나 동북아지역의 고대문화에 대해 국외자적 관점에서 피상적으로 바라본 용어입니다.
1980년대 이후 동북아지역에서 눈부시게 발달한 고고학적 발굴 성과에 기반하여 동북아인의 주체적 시각으로 동북아문화의 내용성에 새롭게 접근해 갈 때, 그것이 한·중의 많은 문헌 기록 속에 전해지던 동북방의 신선 문화, 곧 선도문화임을 알게 됩니다.
또한, 그간의 연구를 통해 선도문화의 내용적 실체가 샤머니즘이 아닌 생명존중 사상-홍익실천론임을 알게 되죠. 동북아문화에 관한 그간의 연구 성과를 이해할 때 이제는 동북아 고대의 샤머니즘, 또 그 샤머니즘에서 발원하는 사이비종교라는 관점이나 용어는 폐기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대안으로서 전통 용어인 신선문화, 선도문화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합당합니다.
최근 선도문화의 상징이 왜곡되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그중 하나가 ‘마고’입니다. '마고'는 어떤 존재인가요?
- 마고, 마고 할미, 훗날 삼신할미라고도 부르며 우리에게 대대로 친근했던 존재가 한국의 창세신화 속 마고입니다. 신라 눌지왕 때 충신 박제상이 쓴 《징심록》 중 〈부도지〉에 기록되었죠.
하지만 마고는 인격신이 아니라 ‘세상을 이루고 있는 편만한 생명에너지’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앞서 선도문화의 세계관이 ‘천·지·인 조화와 합일’의 ‘한 생명(一)사상’이라는 ‘생명존중 사상’에 기반한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세계관은 모든 생명이 에너지(氣)로 이루어져 서로 분리되지 않는 하나라는 생명 철학[氣철학]적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철학적 세계관에서는 특정 인격신을 상정하지 않고, 모든 존재가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하나라는 관점을 갖죠. 이러한 보편적 생명 에너지를 ‘하느님(한 생명, 一), 삼신(천·지·인)하느님, 마고 할미, 마고삼신할미로 친근하게 인격화해서 부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모든 존재를 이루고 있는 ‘생명 자체’에 대한 지칭일 뿐, 특정 인격신이나 종교적 대상이 아닙니다. 이를 인격신으로 오해하는 인식에서 벗어나, 선도문화 한생명사상의 원형을 회복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또 하나 선도문화의 상징 중 하나인 단군은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단군은 동북아 역사문화, 좁게는 한민족 역사문화의 상징입니다. 동북아의 고고학 발굴성과, 단군신화 및 민족사서, 중국 문헌 등에 의할 때, 동북아 신석기에서 청동기문화의 실체는 선도문화로 그 중심 인물인 단군의 위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석기에서 청동기시대 동북아 광역의 선도문화권을 이끈 통치자 겸 선도문화의 스승(선인, 성인)입니다. 초‧중기 신석기시대 환국의 환인 전통, 후기 신석기시대 배달국의 환웅 전통을 계승한 단군조선의 통치자 겸 스승인 셈이죠.
곧 (환인·환웅)·단군은 동북아 전역의 선도문화권을 통솔하던 정치적, 사상적 지도자입니다. 단군조선 이후 동북아의 상고사가 잊혀진 이후에는 한민족의 국조 정도로 그 위상이 모호해졌을 뿐 아니라 급기야 민간신앙의 신격 정도로 그 위상이 낮아지는 현상이 생겨났습니다.
단군조선 이후 중국에 밀려 한민족의 역사 무대가 한반도로 축소되고, 중국의 3교(유교, 불교, 중국 도교)의 영향력이 점차 높아지면서 선도문화는 무속, 민속문화 정도로 기층사회로 가라앉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국조의 위상도 약화되어 무속, 민속문화의 신앙 대상으로 그 본질이 왜곡되었죠.
근대 이후 민족종교의 등장 과정에서도 이러한 변질된 모습이 그대로 이어져 단군은 국조이면서 신앙 대상으로 등장했습니다. 일제의 식민사학에 의해 그 존재를 부정당하고 신화적 존재로 치부되었죠. 광복 이후에도 기독교의 성행으로 무속신이자 종교적 우상으로 매도당하여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민족문화의 원형인 동북아 신석기부터 청동기시대 광역의 선도문화권을 이끌던 통치자이자 정신지도자(스승)으로서 그 원형을 회복할 때입니다.
선도문화가 지금까지도 무속이나 종교로 인식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조선말 유교 성리학이 시의성을 상실하자 기층문화로 저류화되었던 민속‧무속에 새로운 활로가 주어졌습니다. 선도문화는 이미 오랜 세월 민속‧무속문화로 종교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새롭게 양성화되어도 그 모습은 종교의 방식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대표적인 민족종교 동학과 대종교 중 선도의 원형에 좀 더 충실했던 것이 대종교입니다. 선도는 성통‧공완이 핵심입니다. 대종교는 선도의 3대 경전인 천부경, 삼일신고, 참전계경을 중심으로, 수행 면에서 선도의 지감‧조식‧금촉 수행을 했고(성통), 홍익인간 재세이화라는 선도적 기준에 따라 일제의 압제 속에서 무장독립투쟁을 했습니다.(공완) 하지만, 하느님, 삼신을 본연의 생명으로 바라보지 않고, 환인‧환웅‧단군을 인격신으로 보며 수행적 요소가 약한 미진함이 있었습니다.
종교화해 버린 한국선도가 점차 원형을 찾기 위해 자성 개발을 위한 선도수행(성통), 홍익인간 재세이화라는 사회실천(공완)의 양대 요소가 되살아나야 했는데 1970년대 말 1980년대 초 이러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서구화에 대한 반성적 시대 분위기 속에 고유의 선도수련전통이 주목되고 여러 선도 수련단체가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선도수련문화가 확산되면서 선도의 대사회적 실천 성향도 발현되었는데 1990년대 ‘단학’의 홍익문화운동을 통해 개천절‧광복절 행사, 단군상 보급 등을 하면서 홍익인간‧재세이화 정신을 널리 알려갔습니다.
2000년대가 되면서 선도는 민속무속 차원을 넘어서 ‘국학’의 차원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민속‧무속문화(종교화)의 길을 걸어왔으나 선도수련법이 보급되고 홍익인간 재세이화 실천운동이 깊어지면서 선도의 성통공완적 원형이 회복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선도 원형’을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일제 식민사관과 중국 동북공정에 대응할 키워드가 ‘선도문화’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 동북아 선도문화의 정립은 일제에 의해 부정된 한국 고대사인 단군조선과 한국문화의 원형을 복원하는 핵심 관건이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의 ‘현대판 중화사관’인 동북공정을 극복하는 핵심 관건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동북아에서 시작되는 동아시아문화의 주역을 중국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이러한 시각에 의할 때 ‘한국선도’라는 개념은 성립되지 않으며, 한국문화는 동북아 신석기부터 청동기 샤머니즘 계통, 좀 더 구체적으로는 중국 도교문화의 아류가 되고 말죠. 오히려 선도문화가 중원지역에서 지역화한 형태가 도교인데 그 위상이 역전되는 것입니다.
1만5천 년 이래 동북아지역에서 시작된 신석기부터 청동기문화를 중원지역의 문화로 환치할 수 없는 것이 자명하듯이, 그 문화적 내용을 정확하게 선도문화로 정리하고 그 중심이 한반도로 이어졌음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것은 중국의 영토적 동북공정과 함께 정신적 동북공정을 방어하는 핵심입니다.
동북아 선도문화의 전통, 그리고 직접적 계승문화인 현재의 한반도 선도문화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한민족 문화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것일 뿐 아니라 중국의 동북공정을 방어하는 최고의 핵심이 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