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도에서는 한민족을 ‘천손天孫’이라고 부릅니다. 왜 그럴까요?

사실 전 세계 여러 민족이 창조주와의 긴밀한 관계를 담은 신화를 갖고 있기는 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신으로부터 선택된 민족, 선민選民이라고 자기 민족을 부르고, 뉴질랜드의 영웅 마우이는 할머니가 신이죠.
특히, 한‧중‧일 삼국은 고대 전설에서부터 천손, 천자, 천황이란 용어를 많이 씁니다. 일본에서는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손자 호노니니기로부터 이어진 자손이라고 왕을 천황이라 부릅니다.

중국 왕조들은 자신을 천명天命을 받은 천자라며, 하늘의 주인인 옥황상제의 아들이자 신성한 존재로 강조하는데 이것이 유교적 질서가 되죠. 그래서 폭정에 신음하던 백성이 일어날 때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고조선을 비롯해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시조는 신과 관계된 특별한 출생의 비화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고려 시조 왕건의 후손들은 겨드랑이에 용의 비늘이 있었다고 하죠,
하지만 천손이라 부르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누군가, 또는 특별한 자손만 천손이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창세신화 마고, 그리고 마고성 사람들과 연관되어 있죠.
2편 ‘창세신화 마고 이야기에 숨은 한국인의 독특한 정서’에서 밝혔듯 인간의 시조인 ‘인조人祖’는 마고 어머니의 우주 만물 창조와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 동참한 ‘협력자’입니다.

또, 〈부도지〉를 보면, 마고가 ‘낳아서’ 이어진 존재입니다. 낳아서 연결된 존재는 신의 속성, 신성(神性)의 씨앗을 품고 있죠. 반면, 창조주가 ‘만든’ 피조물의 경우는 창조주의 속성을 나누지 않습니다. 마치 정교하게 만든 AI로봇이 능력은 인간과 비슷하거나 뛰어넘을 수 있어도 DNA를 계승하지 않는 것처럼.
그럼 마고성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볼까요? 마고성에 살 때 사람들은 누구보다 자유롭고 순수했습니다. 소리를 내지 않아도 듣고 말할 수 있고 항상 하늘의 율려음을 들어 조화의 이치를 아는 신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흥미롭게도 〈부도지〉에서 귀걸이를 본래 하늘의 소리를 듣기 위한 장치였다고 표현합니다.
지소씨로부터 비롯된 ‘오미의 화’ 사건 이전까지는 스스로 알아서 조화에 맞게 행동하는 자재율(自在律)이 있을 뿐 그 어떤 금기도 없었습니다.
선도에서는 ‘양심’을 중시하는데 이때 양심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좋은 마음, 양심(良心)이 아니라 태양과 같이 밝은 마음(陽心)입니다. 좋고 나쁜 마음은 도덕적 기준이 필요한데 마고성 사람들은 도덕이 필요없는 존재였으니까요.
한민족의 오랜 경전 〈천부경〉에서는 ‘태양앙명 인중 천지일’이라고 하여 태양과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하나라고 하는데 여기서 천지인 사상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한편, 지소 씨가 처음으로 포도를 먹음으로써 오감에 눈을 뜨게 되고 환희심이 생겨 사람들에게 권하면서 치아가 생기고 타액이 생겨났고, 피와 살이 탁해지고 마음이 어지러워 더 이상 모습이 아름답지 않았다고 하죠. 이때부터 인간의 수명도 유한해졌다고 합니다.

신성을 잊고 율려의 조화를 잃은 사람이 계속 늘어나자 절로 유지되던 자재율이 깨지고 하지 말아야 할 금기가 생겼으며, 서로 하지 못하게 감시하게 되었죠. 그리고 마고성의 위기를 불러일으킨 지소씨와 그를 따른 무리는 스스로 부끄러워 성을 나섭니다.
떠나는 그들을 마고 어머니는 물론이고 누구도 비난하거나 질책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그들이 신성을 잊고 동물의 속성, 수성(獸性)에 가까워진 것을 안타까워하며 다시 본래의 신성을 회복하여 돌아오라고 당부하죠.
이어 마침내 마고성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까지 처하자 장자 황궁씨가 마고 앞에 사죄하고 사람들과 논의하여 마고성을 나섭니다. 마고 어머니께는 본래의 신성, 본성을 회복하여 돌아오겠다는 ‘복본(復本)의 맹세’를 합니다.
마고성 천인들이 나누어 살기로 뜻을 정하자, 황궁씨가 천부를 신표로 나누어주고 칡을 캐서 식량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그 천부가 ‘복본의 맹세’를 나타내는 징표라고 여겨집니다.
마고성의 4개 종족 중 청궁씨 무리는 동쪽 사이 문을 나가 운해주로 가고, 백소씨 무리는 서쪽 사이의 문을 나가 월식주로, 흑소씨 무리는 남쪽 사이 문을 나가 성생주로 갑니다. 황궁씨는 북쪽 사이 문을 나가 천산주로 가는데 그곳은 매우 춥고 위험했습니다. 장자로서 큰 책임을 진 것이죠. 바로 황궁씨로부터 유인씨, 한인씨, 18대 한웅, 그리고 47대 단군으로 이어집니다.
마고 창세신화를 보면 모든 인류는 마고성에서 나온 인조들에서 비롯되어 퍼져나갔습니다. 선도에서는 모든 인류를 ‘하나에서 나온 하나’라고 하는데 마고성 이야기는 실제 인류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이지 한민족만의 창세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죠.
그리고 그거 아세요? 서양에서는 '마고(Mago)'가 여자 마술사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고, 여왕 마고처럼 인명으로도 많이 쓰였는데 발음이 한국에서나 서양에서나 같답니다.
한국 선도에서는 본성을 회복한 이상적인 인간상을 마고성 사람들로 상정합니다. 모든 인류가 신성의 씨앗을 가진 ‘천손’입니다. 잊고 있던 신성을 깨워낼 수도, 동물적인 수성으로 살아갈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이죠.
다음 편에서는 마고성 출성 후 인류의 삶과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인간 자신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