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진의 초망자굿 '하늘, 땅 그리고 바다' 포스터. 이미지 아트스퀘어 위아
손정진의 초망자굿 '하늘, 땅 그리고 바다' 포스터. 이미지 아트스퀘어 위아

서울 강남구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6월 2일 오후 3시 동해안별신굿 〈손정진의 초망자굿 ‘하늘, 땅 그리고 바다’〉가 공연된다.

동해안별신굿은 동해안의 어촌에서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고 마을의 평화와 안녕, 풍요와 다산, 배를 타는 선원들의 안전을 빌기 위해 무당들을 청하여 벌이는 대규모 굿이다.

국가무형유산 동해안별신굿 전승교육사인 손정진은 지난 20여년간 동해안 지역의 굿을 학습하고 연행하며 동해안 굿의 올바른 전승과 보존을 위해 끊임없는 관심과 고민을 지속해왔다. 그간의 활동들이 자양분이 되어 전승교육사로 활동하는 지금도 새로운 학습과 연구를 통해 무가를 비롯한 굿 예술의 발전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작품은 ‘오구굿’을 통해 풀어내는 망자천도굿이다. 생명과 호흡의 시작(本)이자 삶의 자양분이 되어준 ‘땅’으로서의 아버지, 음악의 기둥이자 지붕이 되어 예술인으로 성장하게 해주신 ‘하늘’ 같은 아버지, 늘 곁에 너른 마음으로 음악의 보물들을 길어 올려주던 ‘바다’ 같은 아버지. 세 분의 아버지를 모신 아들에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지금, 삶의 소중한 장면마다 함께했던 세 아버지를 추억하며 그들의 삶을 조명하고 평온한 안식을 염원하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동해안 굿을 이끌었던 김씨 가계 중 가장 특출난 화랭이(세습무당권의 남성 악사)였던 故 김용택, 김정희 명인에게 배운 동해안 오구굿을 무대화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동해안별신굿 전승교육사 손정진. 사진 아트스퀘어 위아
동해안별신굿 전승교육사 손정진. 사진 아트스퀘어 위아

 

노래와 춤, 음악으로 망자의 극락왕생을 빌며 산 자들의 슬픔을 희망으로 승화해온 ‘오구굿’은 동해안 지역의 대표적인 망자 천도 의례이자, 우리 민족의 내세관을 엿볼 수 있는 종합예술이다. 오랜 세월을 이어온 우리의 소중한 귀한 문화유산이지만, 현재 급격한 소멸 위기를 맞이하며 온전한 재현과 계승을 위한 해결 방안 모색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양상은 굿 예술의 무대화 현대적 변용이 필요한 이유라고도 할 수 있다.

총 7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에서는 동해안 지역의 대표적인 망자 천도 의례 오구굿의 백미로 꼽히는 ‘초망자굿’, 망자를 모시는 ‘청혼’, 경북지역의 ‘문굿’과 ‘조상굿’, 경남지역 오구굿 중 가장 핵심적인 무가인 어청보로 연행하는 ‘조상굿’과 망자의 저승 가는 여정을 그려내는 ‘시무풀이’ 등을 선보인다.

동해안 지역에서 평생 굿을 해온 김영희 무녀가 고인들을 추억하며 사후 세계의 안녕을 비는 ‘앉은 비나리’를 연행한다. 또한, 이번 공연을 통해 초연되는 무속 장구 ‘대미’는 위대한 화랭이 故 김용택, 김정희를 기리며 고인들의 음악적 정수가 담긴 장구가락을 5중주의 앉은반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동해안 무악 장단이 가진 생동감과 섬세함, 동해안 지역의 화려하고 복잡한 리듬의 장구가락과 동해안 산이(세습무당권의 남성 악사)들의 수준 높은 기량을 담아냈다.

'동해안별신굿' 명예보유자로 인정된 김영희(2006.6.19. 보유자 인정) 무녀를 비롯하여 동해안 굿의 정점에 이른 김영숙, 김동연, 김동언 무녀와 화랭이들이 함께하는 이번 공연은 3시간가량의 긴 시간 동안 최고의 기예를 담아낸 굿거리를 통해 망자의 넋을 위로하여 좋은 곳으로 안내하고, 망자와 산자를 이어주는 시간인 오구굿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한다. KBS 국악관현악단 상임 지휘자인 박상후의 사회와 해설로 공연에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동해안 굿의 명맥을 이어가는 전승교육사로서 남겨진 문화유산을 잘 이어받아 후대에 잘 전하고, 또 다른 형태로 이어져 갈 예술을 준비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라 말하는 손정진이 앞으로 동해안 무속의 지속과 창조적 계승을 위해 펼쳐나갈 적극적인 행보와 함께 기대되는 무대다.

손정진은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및 동대학원 한국음악과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음악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부산대학교 대학원,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 출강하며 후학들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