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5세 이삼추 어르신. 늘 흥겹고 건강한 삶을 사는 장생모델. 사진 강나리 기자.
올해 105세 이삼추 어르신. 늘 흥겹고 건강한 삶을 사는 장생모델. 사진 강나리 기자.

“어제 열여덟 살 청춘이었는데 오늘이 금방 된 것 같아. 마음은 안 늙어. (하하)” 올해 만 105세인 이삼추 어르신은 일제강점기 3.1운동이 일어났던 해인 1919년 9월에 태어났다.

지금도 안경을 쓰지 않고 전단지의 작은 글씨를 읽을 수 있고, 바늘귀를 꿰어 능숙하게 바느질한다. 허리도 굽지 않았고 걸음이 빨라 웬만한 젊은 사람도 못 따라올 정도라고 자신한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하니 뼈 나이는 58세.

귀가 잘 들리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상대방의 입 모양과 상황, 분위기를 빠르게 알아차리기에 대화가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농담을 즐긴다. 무엇보다 흥이 넘쳐 노래하고 춤추는 걸 즐겨 동네 노래자랑에서 1등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국학원 주최 ‘120세 장생라이프의 주인공 선발대회’에서 장생모델 2호로 위촉받았다. 시상식 무대에서 힘찬 목소리로 ‘제비처럼’을 열창해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국학원 장생연구소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100세 시대를 살아가며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는 이들을 장생모델을 선발한다.

11월 25일 국학원 1층 대강당에서 열린 '120세 장생라이프의 주인공 선발대회'에서 장생모델 2호로 선정된 이삼추 어르신(왼쪽)과 권나은 국학원장. 사진 강나리 기자.
11월 25일 국학원 1층 대강당에서 열린 '120세 장생라이프의 주인공 선발대회'에서 장생모델 2호로 선정된 이삼추 어르신(왼쪽)과 권나은 국학원장. 사진 강나리 기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신의 ‘장생 라이프’를 누리는 이삼추 어르신을 만나 건강할 수밖에 없는 비결을 물으니 “별것 없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는 것 그게 다 약이지. 따로 약같은 건 안 먹는다”라고 호탕하게 답했다.

평생 빼먹지 않는 운동은 1시간 이상 걷는 것이다. 그외에 하루 30분 근력 운동인데 노인정 앞 공원에 마련된 체육시설을 이용하거나 가지 못할 때는 노인정에서 체조강사에게 배운 맨손 체조와 발끝치기, 태권도 동작 등을 집에서 한다. 이를 시작한 나이가 80대부터라고 하니 오늘 시작해도 늦지 않겠다.

장생모델 위촉식에서 힘차게 '제비처럼' 노래를 하는 모습. 사진 강나리 기자.
장생모델 위촉식에서 힘차게 '제비처럼' 노래를 하는 모습. 사진 강나리 기자.

하루 3끼 식사는 충분하게 꼭 한다. “채소를 많이 먹는 편이고, 고기를 가리진 않는데 굳이 내 돈 내고 사 먹어 본 적은 없다. 식사 말고 군것질은 하지 않지.”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는 일과가 일정하다. 저녁 8시면 무조건 TV를 끄고 잠들었다가 12시경 한번 깨면 화장실에 들렀다가 다시 잠들어 5시 반에서 6시에는 일어나서 활동한다. 그는 젊은 시절 농사와 쌀장사로 아들 여덟 형제를 잘 키워 전국 곳곳에서 사는 자손이 한자리에 모이면 70~80여 명이 된다.

그가 지켜온 가장 큰 철칙은 부지런함이다. 건강과 보람있는 삶에 관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물으니 “게으르면 안 되지. 부지런히 일 잘하고 잘 걷고. 그게 최고야. 일을 시작했으면 다 끝마치고 밥을 먹어야지 일을 미루지 말아야 해. 이를테면 김장에 배추 50포기 절여놓아야 하는데 중간에 30포기만 절여놓고 밥 먹고 그러는 건 아니지”라고 했다.

10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그는 우리 역사상 험난했던 일제강점기와 6.25 한국전쟁을 거쳐왔다. 힘겹지는 않았을까? “나만 힘든 게 아니고 남들도 다 똑같이 겪는 일은 없는 걸로 해야지. 힘들다고 주저앉아있으면 되나. 건강하니까 그 폭격 속에서도 살아나오더라고. 울고불고 안 했지. 어려서부터 담력이 셌던 것 같아. 밤중에 산을 넘어가도 마음만 딱 먹고 작대기 하나만 들면 늑대가 와도 범이 와도 무섭지 않았어. 내가 나를 믿어야지.”

국학원이 주최한 K문화힐링페스티벌에 참가한 그는 장생힐링존에서 다양한 건강체험을 즐겼다. 사진 강나리 기자.
국학원이 주최한 K문화힐링페스티벌에 참가한 그는 장생힐링존에서 다양한 건강체험을 즐겼다. 사진 강나리 기자.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가 없었을까? “내만치 스트레스가 온 사람도 없을 걸. 젊을 때는 아들들 밥 먹이고 공부시켜야 하니까. 영감이 좀 게으른 편이라 나 혼자서 애써 하려니 안 힘들겠어? 그런데 살아보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그게 병이 오는 게 아니더라고. 스트레스가 오면 딱 눈을 감고 가만히 있지. 가만히 있다가 ‘내가 이래 있으면 안되겠다’ 싶으면 정신을 딱 차리고 다른 일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없어지더라고.”

이런저런 걱정을 하기보다 항상 의식을 지금, 현재, 여기에 머무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긍정의 힘이다. 밝은 성격에 늘 재치있는 농담을 즐기는 그는 지금도 대전에 아들들과 모이면 노래방을 갈 정도로 흥이 많다.

최근에는 건강한 노년을 위해 새롭게 브레인명상을 시작했는데 그 또한 즐겁다고 한다. “해보니까 기분이 좋고 머리가 맑아져서 좋아. 뇌체조를 하고 편한하게 누워서 호흡을 해 보니 피로가 싹 풀리고 몸이 개운하더라고. 사람은 가만히 먹고만 있으면 힘이 없어. 움직여야 근육도 생기고 하지.”

국학원 내에 마련된 맨발걷기 황톳길 해피로드에서 흥겨운 발걸음을 걷는 이삼추 어르신. 그는 매일 1시간이상 걷는 것을 평생 빠짐없이 했다고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국학원 내에 마련된 맨발걷기 황톳길 해피로드에서 흥겨운 발걸음을 걷는 이삼추 어르신. 그는 매일 1시간이상 걷는 것을 평생 빠짐없이 했다고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같은 지역인 대전에 셋째 아들도 있지만 그는 혼자 사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혼자 사는 게 편하지. 아들, 며느리는 알아서 잘 살고 나 혼자 있으면서 놀든 춤추든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 내가 나를 잘 챙길 수 있는데 뭐 하러 자식들에게 신세를 지겠나. 자식들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몸져누워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어. 내가 나를 믿고 내 힘으로 살아가는 게 그게 최고지.”

이삼추 어르신은 국학원에 갔을 때 맨발 걷기로 해피로드 황톳길을 따라 올라갔다가 오복할아버지 소원 존에서 소망을 기원하고 상자에 담긴 메시지 글귀를 뽑은 적이 있다고 한다. “거기에 ‘마음먹은 대로 뜻하는 대로 된다. 모든 것을 물처럼 여겨라’라고 써 있었어. 그런데 이미 내 삶이 그렇게 물처럼 살아왔구나 라는 걸 느꼈지. 큰 욕심없이 한결같이 변함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