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은 ‘의지’를 주제로 한 올해 마지막 사서추천도서 12권을 발표했다.

이번 사서추천도서는 <테마가 있는 사서추천도서> 로, 2023년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가올 2024년을 위한 새로운 의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되는 도서로 선정하였다.

먼저 문학분야에는 《연수》(장류진 지음, 창비, 2023)와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가 선정되었다. 장류진 소설집 《연수》는 위기와 절망의 순간에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내일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 여섯 인물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책을 추천한 이유는 이렇다.

“장류진의 《연수》는 여섯 편의 전혀 다른 이야기 속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가엾기도 하며 동질감을 느끼게 하기도 하는 각양각색의 등장 인물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인생을 꽤 수월하게 살았어도 실패한 경험이 있는 인물들로,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 초보자이거나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신입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표제작인 <연수>는 굴곡 없는 삶을 살며 제 일에도 유능한 ‘주연’이 유일하게 낙방한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연수를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주연’은 일이라는 게 늘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며, 능력이 있다고 해도 항상 합당한 대가로 귀결되는 것은 아님을 깨닫는다. 초보자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에서 아이처럼 실수하고 두려움을 느끼며 의기소침해 있는 상태로 지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소설 속 인물들은 위기와 절망의 순간에서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내일을 향해 또다시 걸음을 내딛는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무언가 해내고 싶은 마음, 되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누구에게라도 손을 내밀어 도움을 요청하거나, 지지 말고 소중한 그것을 지켜내라고 말한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달력을 보며 아직 무언가 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면, 자신에게 잘하고 있다고 나지막이 말해보자. 새로운 한 해를 의미 있게 살아갈 의지를 북돋기 위해서 말이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2023)는 지난 30년간 개미처럼 글을 써 온 성공한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보여준다. 두 책은 새해를 맞이하여 무언가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 해를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의지를 북돋아 주는 책이다.

자연과학분야 《고기는 절반만 먹겠습니다》와 《운동의 진실과 기쁨》은 일상생활에서 의지적 실천이 필요한 식습관과 운동에 대하여 새로운 각오와 의지를 다지며 삶의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책이다.

이밖에 인문예술분야에서는 《처음 읽는 서양 미술사》, 《알아차림에 대한 알아차림》,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 《서평가의 독서법》이 뽑혔다.

《서평가의 독서법》(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돌베개, 2023)은 1998년에 비평 분야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로 불리는 미치코 가쿠타니의 ‘본업’에 충실한 본격 서평집이다.

이 책의 추천 글은 다음과 같다.

“새해는 항상 결심과 의지로 시작된다. 흔한 결심 중의 하나가 바로 독서다.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책이 있다. 독서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다양한 작가와 장르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 지인들의 추천, 가끔은 무작위로 선택한 책이 의외로 감동적인 경우도 있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실망스러운 책을 만날 수도 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이라면 책 읽기를 직업으로 삼은 서평가의 서재를 참고해보자.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인 미치코 가쿠타니가 이 시대를 읽는 아흔아홉 가지 로드맵을 우리와 공유한다. 책의 부제가 ‘분열과 고립의 시대의 책 읽기’인만큼, 작가는 고전부터 현대 소설, 회고록, 기술‧정치‧문화 분야 논픽션 등 다양한 장르와 주제의 책 100여 권을 간결하고 흥미롭게 소개하며, 우리에게 새로운 독서 경험과 지식을 제공한다. 저자가 왜 그 책들을 읽었고, 어떤 인상과 영감을 받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자신만의 독서 기준과 방법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앤 후드의 소설 《내 인생 최고의 책》의 주인공처럼, 새해에는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책’을 찾는 여정을 떠나보자!"

이미지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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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분야에서는 《모든 꽃이 봄에 피지는 않는다》, 《삶을 향한 완벽한 몰입》, 《플레이밍 사회》, 《지금 우리가 바꾼다》가 선정되었다.

《플레이밍 사회》(이토 마사아키 지음, 유태선 옮김, 북바이북, 2023)에서는 ‘활활 타오른다’는 의미로 비난, 비방 등의 글이 빠르게 올라오는 것을 지칭하는 ‘플레이밍(flaming)’ 현상을 분석한다. 일반적으로 플레이밍은 부정적으로 인식되지만, 이 책에서는 긍정적·부정적 측면을 모두 다룬다. 추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지금, 다양한 미디어 속 수많은 목소리들이 불타오르는 이른바 플레이밍 사회를 살고있다. '플레이밍(flaming, 炎上) 현상'이란,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도넘은 비방'의 의미로 2000년대 초 등장한 단어이다. 이후 소셜미디어의 보급과 함께 확대되었고 오늘날에는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저자는 6개의 장을 통해 플레이밍이 발생하는 사회적 구조와 사례를 분석하고,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 논리와 모순 등을 살펴본다.

일본인 저자가 제시하는 일부 사례와 정치적 배경은 일본에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한 사회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한 후 이에 대한 격렬한 반응이 인터넷에서 나타나는 플레이밍 현상은 여느 나라에서도 흔히 일어난다. 특히, 해시태그를 통해 집단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국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플레이밍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발생한 사건 자체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객관적 거리를 두고 이러한 사건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플레이밍 현상을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며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준다.

그동안 다양한 미디어 속 화염에 휩쓸리기 바빴지만, 앞으로는 주체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독일 에코 힙스터의 16가지 생태적 일상 제안’이라는 부제가 붙은 《지금 우리가 바꾼다》(일로나 코글린, 마렉 로데 지음 ; 하리타 옮김, 슬로비, 2023)의 추천 글에서는 추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독일에서 생태적 삶을 살고 있는 저자들은 지구와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은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일상생활의 작은 변화라고 말하며 구체적 실천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먹을거리, 입을거리, 일, 돈, 살림, 수리, 주거, 이웃, 동물, 이동 수단, 여행 등 16가지 일상 영역에서 작은 행동을 하나하나 시작하자고 조언한다. 생태적 삶으로 전환하면서 저자들이 느끼고 실천했던 것들을 공유하는 이 책에서 특히 소비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편리함만을 생각하는 소비가 아니라 나와 우리, 나아가 사회를 의식하는 소비를 한다면 한명 한명의 작은 변화가 사회를 바꾸는 기적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구 환경을 위한 의지와 열정을 갖고 있으나 그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지금 바로 행동해 보는 건 어떨까.”

국립중앙도서관 신용식 지식정보서비스과장은 “이번 사서추천도서를 통해 2023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2024년 새로운 의지와 함께 작지만 의미 있는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