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4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나주에 대하여'. 이미지 민음사
2023년 제4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나주에 대하여'. 이미지 민음사

2023년 제4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김화진 작가의 《나주에 대하여》가 선정되었다.

출판인, 서점인, 언론인, 작가, 평론가로 구성된 50인의 추천인단이 2022년 10월 1일부터 2023년 9월 30일까지 한 해 동안 출간된 ‘첫 소설 단행본’을 대상으로 각 2종씩을 추천했다.

이 가운데 《이중 작가 초롱》(이미상, 문학동네)과 《나주에 대하여》(김화진, 문학동네)를 비롯해 《우리의 환대》(장희원, 문학과지성사),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정선임, 다산책방), 《사랑 파먹기》(권혜영, 민음사) 5편의 작품집이 본심에 올랐다.

올해 후보작 다섯 작품은 모두 소설집으로, 각 작품집에 실린 소설들은 단편소설의 완결성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각자의 작품 세계를 자신만의 개성으로 보여주었다. 심사위원들은 ‘오늘의 작가상’의 이름에 걸맞게 작품이 지금 이 시대의 정서를 잘 포착하고 있는지, 신인 작가만의 새로운 글쓰기를 보여주는지를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

최종적으로 논의된 두 작품인 《나주에 대하여》와 《사랑 파먹기》는 서로 다른 결로 ‘오늘’의 글쓰기를 보여주었다. 심사를 한 편혜영 소설가는 “권혜영 소설이 젊은 세대의 디지털 스냅 사진이라면 김화진의 《나주에 대하여》는 마음의 세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평했다. 《사랑 파먹기》가 오늘날 청년 세대의 처절한 현실과 다채로운 욕망을 현실적이면서도 발랄한 묘사와 환상적이고도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보여 주었다면, 《나주에 대하여》는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끝까지 들여다보고 정확하게 보여주며 끝내 새로운 이해에 도달한다.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두 작품에 대한 오랜 논의 끝에, 《나주에 대하여》를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일관되지 않은 ‘마음’에 대한 탐구이자 끝없는 관심이며 솔직한 말하기라는 평가에 모든 심사위원이 공감했다. 김화진의 소설이 보여주는 나와 타인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욕망, 이를 위해 끝까지 쓰려는 태도야말로 ‘오늘의 작가’에게 필요한 용기이며 태도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주에 대하여》는 자신만의 문장의 결로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추적하는 마음의 세밀화이자 사랑의 탐구다.《나주에 대하여》에 실린 여덟 편의 이야기에는 타인을 궁금해하는 마음,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그래서 타인이 되어보는 마음들이 가득 담겨 있다. 그것은 모두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로 시작된다.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에서 오는 때로는 못생기고, 자주 혼미하고, 가끔은 정신 나간 마음들, 어떨 때는 애틋하고, 대개는 짠한 마음들을 무엇도 빼놓지 않고 선명히 그려냄으로써 이야기는 멈추지 않고 더 멀리 나아간다. 어떻게 보면 여덟 번의 짝사랑의 기록이기도 한 이 이야기들은 여러 모양의 자기 자신을 만나는 여정이기도 하다.

2023년 제4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 김화진 소설가. 이미지 민음사
2023년 제4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 김화진 소설가. 이미지 민음사

김화진 작가는 수상 소감을 통해 이렇게 전했다.

“소설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들과 편집자로서 함께일 때도 좋지만, 소설가로서 함께일 때 조금 더 행복하다. 동료들이 진지하고 빛나는 눈으로, 화진 소설 잘 읽었어, 하고 말해 줄 때. 그런 말을 들을 때 기쁘다. 단순하게 기뻐하는 법을 몰라서 어색하고 무뚝뚝하게 반응했던 것 같지만.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랬다. 기쁨을 잘 느끼지 못하고 기쁨과 낯가리고 어색해하고 외면했다.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데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러나 이제 정말로 기쁘다. 낯가리기를 끝내고 기쁜 마음을 잘 기억한다. 내가 쓴 소설을 좋다고 말해 주는 사람들, 가장 열심히 읽어 주는 동료들 덕분에 소설은 책이 될 수 있었다. 책은 누가 무슨 수를 써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혼자 가는 거라고 믿고, 책이 혼자 가는 일이 무척 대견하지만, 책이 혼자 가는 덕분에 외려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상을 받고 오랜 고민 없이, 가장 직관적으로 기뻤던 것은 내가 오래 좋아해 온, 멋진 글을 쓰는 작가들이 내가 쓴 소설을 읽고 그것에 대해 생각해 줬다는 사실이다. 그런 날이 오리라고, 정말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오늘의 작가상’ 발표가 나기 전 좋아하는 선배가 나에게 문학적 꿈이 무엇인지 물은 적이 있다. 쑥스러워 웃으면서도 덕분에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나는 내 책이 도서관에 오래 꽂혀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나에게는 과거인 책이 나와 무관하게 그곳에서 낡은 채로 오래 싱싱하기를. 작년에 출간한 책으로 올해의 상을 받으며 그 꿈을 조금 미리 느껴 본 기분이다. 고맙습니다. 과거의 책이 가져다준 오늘의 선물에 기뻐하며, 나는 나의 현재를 살 것이다. 미래로 갈 것이다.”

김화진 소설가는  오랜 기간 문학편집자로 일해왔으며,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나주에 대하여>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 《공룡의 이동 경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