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화 지음 '버려진 그림책으로 팝업북을 만듭니다' 표지.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안선화 지음 '버려진 그림책으로 팝업북을 만듭니다' 표지.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스무 살이 넘어 안선화가 그림책을 처음 만난 어느 날, 그림책의 이야기가 들렸다. 그림책들의 이야기라 재미있었다. 어느 땐가 새로운 아이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쓰레기통에서 콜록콜록 기침하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안선화는 버려진 그림책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팝업북으로 만들어 다시 보고 있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팝업북 작가’라고 부른다. 그림책으로 나만의 판업북을 만들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버려진 그림책에 생명을 불어넣는 정크 아티스트로 2015년부터 업사이클링 팝업북 워크숍을 진행한다. 그림책이 쌓인 작업실에서 안선화는 책을 고르고 닦고 준비하여 매일 사람들과 만난다. 수많은 사람과 팝업북으로 만나며 생각하지 못한 결과물을 구경하는 것이 행복하다.

이렇게 버려진 그림책으로 팝업북을 만들고 매일 사람들과 만나는 정크아티스트 안선화가 그가 만든 놀이터로 우리를 초대했다. 《버려진 그림책으로 팝업북을 만듭니다》(안선화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2023)를 통해서다.

그런데 버려진 그림책으로 만든 팝업북이 작품이 될까, 의심이 든다면 저자의 말에 귀 기울여 보자. 저자는 강의하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피노키오 이야기를 하며 정크아트를 설명하곤 한다. “버려진 것에도 진심을 담아내면 하나의 작품이 된다.”

《버려진 그림책으로 팝업북을 만듭니다》의 '3부 여행하는 그림책: 작품이 된 팝업북'을 보면 작품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씻은 듯이 사라질 것이다. 이 3부는 그간 저자가 참여했거나 직접 열었던 전시에 관한 기록이다. 버려진 그림책이 팝업북으로 재탄생한 전시 사진에서 주는 감동이 적지 않다. 저자는 202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책의 날’ 축제에 작품을 전시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안선화 지음 '버려진 그림책으로 팝업북을 만듭니다' 입체 표지.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안선화 지음 '버려진 그림책으로 팝업북을 만듭니다' 입체 표지.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그런데 그림책으로 팝업북을 만들 때 뭔가 잘 만드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저자의 당부대로 하면 되겠다. “버려진 그림책을 이제 막 책상 위에 올려 근사한 책을 만들 꿈에 젖어 있다면, 만드는 방법이나 기술에 집중하기보다는 자기만의 이야기가 깃든 그림책을 그리는 마음으로 시작하길 바랍니다. 제 글을 읽는 분들도 자신만의 팝업북을 그렇게 완성해 가길, ‘다시 보는 책’으로 책과 가뿐히 만나서 각자의 방식대로 즐겁기를 바랍니다.” 《버려진 그림책으로 팝업북을 만듭니다》에서 작가는 자신이 ‘자기만의 이야기가 깃든 그림책’ 만드는 이야기를 여럿 담았다.

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버려진 그림책이라도 책인데, 책을 찢다니 말도 안돼!’ 라고 저항감이 생길 수도 있다. 안선화 작가 또한 그런 반응에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때 작가는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무엇을 놓친 걸까? 코팅된 그림책은 재활용이 어려워 버려지면 그대로 소각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멋지게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그때의 경험으로 안선화 작가는 팝업북 만들기가 버려진 그림책을 새롭게 되살리는 활동이지, 책을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는 점을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제 저자처럼 버려진 그림책으로 팝업북을 만들어 보고 싶다면 《버려진 그림책으로 팝업북을 만듭니다》 2편 ‘뚝딱! 업사이클링 팝업북 만들기’를 참고하면 되겠다. 초급편: 처음 시작하는 팝업북에서부터 시작하여 고급편: 화려하게 꾸미는 팝업북을 따라 하면 나만의 팝업북 작품이 탄생할 것이다.

저자는 팝업북을 만들 땐 먼저 가볍게 그림을 꾸며 보라고 한다. 표현할 이야기를 미리 정해 놓고 거기에 맞는 재료를 주어진 책에서 찾으려 하면 마음에 드는 그림을 찾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팝업북 만들기는 ‘생각을 빼는 작업’이라고 한다. 그리고 ‘선 작업 후 생각’을 하라고 제안한다.

“‘책 속에 내가 원하는 그림 조각이 없어요.’ ‘너무 어려워요.’라고 말하는 분 중 대부분은 서둘러 머릿속에 그려 놓은 서사를 완성하는 데 집중하느라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고 끙끙대기도 합니다. 이럴 때 저는 마음을 비우라고 합니다. 대신 책에서 가볍게 그림을 골라 보라고 덧붙입니다. 자신이 정해 놓은 이야기대로 팝업북을 만들려고 하면 팝업북 만들기가 더욱 어려워지니, 그저 오리고 싶은 그림 조각들을 가위로 오리는 일에 집중해 보자고 제안합니다. 이 제안을 ‘선 작업 후 생각’이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는데, 생각에 집중하는 일은 팝업북을 모두 완성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손이 가는 대로 오리고, 붙이고, 펼치다 보면, 그 안에 자기만의 이야기가 오롯이 스미기 마련입니다. 이렇듯 팝업북 만들기는 내 안에 쌓여 있던 여러 생각을 비우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버려진 그림책으로 팝업북을 만듭니다》는 그림책으로 팝업북을 만드는 방법을 알기 쉽게 알려준다. 더불어 이 책에서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었던 안선화 작가가 버려진 그림책을 만나 팝업북을 만들면서 정크 아티스트로 그만의 세계를 구축한 과정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가 마음껏 놀 수 있는 뜰에서, 버려진 책들과 떠나 버린 동심을 찾는 모든 분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