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올 3월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서 인간의 활동이 현재의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천명하였다. 그리고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충격을 완화하고 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 모든 사람의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끝을 맺었다. “모든 사람이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와 협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신인류가 온다》(일지 이승헌 지음, 한문화, 2023)는 이에 답을 제시한다. 새로운 의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새로운 인류의 탄생이다. 우리 모두 신인류가 되자는 것이다. 신인류는 “지구를 중심으로 모든 생명체의 연결성을 느끼고, 자신만의 이익이 아니라 공생을 목표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류”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신인류는 이런 사람이다.

일지 이승헌 지음 '신인류가 온다' 표지. 이미지 한문화
일지 이승헌 지음 '신인류가 온다' 표지. 이미지 한문화

“지구의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할 행동의 주체는 모든 사람이다. 스스로가 지구의 미래임을 자각하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것을 개인적인 책임과 우선순위로 받아들인 사람이다. 지구를 모든 가치의 기반이 되는 중심 가치로 인정하고, 지구시민을 자신의 가장 근본적인 정체성으로 인정하는 사람이다. 지구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 가치 안에서 이익을 추구하되, 전체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충돌할 때는 기꺼이 자신의 이익을 양보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이 지금 지구에 필요한 신인류이다.”

저자는 이 새로운 인류를 ‘공생하는 인간, 호모 코이그지스턴스(Homo Coexistence)’라고 부르자고 한다.

그리고 신인류가 되는 데 어떤 자질이나 자격이 필요한 게 아니다. 신인류는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능력, 타인과 다른 생명체의 느낌에 반응하는 공감 능력,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전체를 유익하게 하고자 하는 밝은 마음인 양심을 회복”하는 일이다. 신인류 탄생을 위한 동력은 양심과 공감 능력, 지구를 중심 가치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의식이다.

《신인류가 온다》에서는 ‘지구’, ‘지구시민’을 강조한다. 왜일까? 인류가 활동하고 교류하는 범위가 이미 전 지구를 커버하고 있고, 인간의 활동이 지구의 환경 자체를 바꾸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패러다임은 개인이나, 국가, 민족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의 무대는 이미 지구 전체가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지구 전체로 확장할 때가 되었다. 지금 지구에 필요한 것은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나라만이 아니라 지구 전체를 생각하는 책임 있는 사람들, 신인류가 필요하다.

이러한 신인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신인류가 온다》에선 신인류의 자기 선언을 제안한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스스로 선택한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나의 기본 정체성은 지구시민이다. 나는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 그 자체이며, 지금 내 생각과 선택과 행동이 내가 직접 경험할 지구의 미래를 결정한다.” 가치로 인식하고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의식이다.

'신인류가 온다' 입체 표지. 이미지 한문화
'신인류가 온다' 입체 표지. 이미지 한문화

 

이렇게 선언해 보면 나약하고 존재감 없는 나라는 존재가 달리 생각될 것이다. 내가 지구의 미래를 결정한다니, 미처 몰랐지만 내가 위대한 존재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신인류가 온다》에서는 신인류로 살아가는 방법을 제안한다. 개인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즉각적인 대응 방법과 변화 지침을 다섯 가지로 제시한다. ‘자연 건강 실천하기’, ‘자연과의 공생 실천하기’를 비롯하여, ‘평화와 공생을 위해 실천하기’, ‘책임 있는 소비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실천하기’, ‘교육과 연대를 위해 실천하기’로 나누어 우리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이 가운데 자원봉사나 사회활동, 소셜미디어 활용 등은 많은 사람이 이미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 여기에 평화와 공생을 위해 실천한다는 방향으로 의미를 부여하면 더욱 즐겁고 기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인류가 온다》는 개개인이 자신이 지닌 힘을 깨닫고 지구를 중심 가치로 받아들여 지구와 공생하는 생활을 하자고 제안한다. 이제 우리가 선택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