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운박물관에서는 《소색비무색(素色非無色), 흰옷에 깃든 빛깔》을 12월 30일까지 개최한다 [사진 김경아 기자]
경운박물관에서는 《소색비무색(素色非無色), 흰옷에 깃든 빛깔》을 12월 30일까지 개최한다 [사진 김경아 기자]

경운박물관(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는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 공동기획전으로 《소색비무색(素色非無色), 흰옷에 깃든 빛깔》을 12월 30일(토)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모시 두루마기’ 등 190여 점의 복식 자료를 통해 예로부터 흰옷을 즐겨 입은 우리 민족의 문화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백의(白衣)의 의미를 살펴본다. 엄밀하게 따지면 백의는 흰색이 아니다. 소색(素色)이 정확한 표현으로, 소색은 원료 섬유가 지닌 천연의 색을 뜻한다. 

'견직물, 광주 絹織物, 廣紬', 1950~1960년대, 고부자 기증 [사진 김경아 기자]
'견직물, 광주 絹織物, 廣紬', 1950~1960년대, 고부자 기증 [사진 김경아 기자]
'저마직물苧麻織物', 정련과 표백과정을 거친 백모시, 20세기 후반, 박경자 기증 [사진 김경아 기자]
'저마직물苧麻織物', 정련과 표백과정을 거친 백모시, 20세기 후반, 박경자 기증 [사진 김경아 기자]
'저마직물苧麻織物', 정련과 표백과정을 거치지 않은 생모시, 1960년대, 신혜순 기증 [사진 김경아 기자]
'저마직물苧麻織物', 정련과 표백과정을 거치지 않은 생모시, 1960년대, 신혜순 기증 [사진 김경아 기자]

예로부터 백의는 염색하지 않은 명주, 모시, 삼베, 무명 등의 직물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직물 본연의 색을 띠고 있는 백의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흰색이 아니다. 전시장에는 ‘칡직물’, ‘대마직물’, ‘견직물’, ‘면직물’ 등 다양한 소색의 직물이 펼쳐져 있으며 이를 통해 백의의 본연의 색을 마주할 수 있다. 더불어 각각의 직물을 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과 ‘누에고치’, ‘목화솜’, ‘삼껍질’ 등 직물의 원료도 전시장에 꾸려놓아 소색의 근원을 접해 볼 기회를 마련했다. 

'삼껍질과 삼실', 대마직물의 원료, 20세기 후반, 이병찬 기증 [사진 김경아 기자]
'삼껍질과 삼실', 대마직물의 원료, 20세기 후반, 이병찬 기증 [사진 김경아 기자]
'면실', 씨를 걸러낸 목화솜을 틀어 면실을 만든다, 20세기 후반, 이병찬 기증 [사진 김경아 기자]
'면실', 씨를 걸러낸 목화솜을 틀어 면실을 만든다, 20세기 후반, 이병찬 기증 [사진 김경아 기자]

흰색은 순수, 결백, 청렴, 절제 등을 상징하며 조선시대 선비들이 선호했다. 선비들은 흰옷을 즐겨 입었고, 백자 문방구를 두고 학문에 정진했다. 당시 대다수의 백성 역시 흰옷을 입었다. 이 때문에 조선의 거리에는 백의가 많았고, 개항기 외국인의 여행기에는 흰옷의 물결이 인상적이었다는 기록이 다수 보인다. 

1927년 조선총독부에서 펴낸 『조선의 복장[朝鮮の服裝]』에는 조선인 복식의 80%가 백의라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우리 조상들은 흰옷을 즐겨 입었고,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 불렸다. 전시장에서는 ‘화성능행도병풍(華城陵幸圖屛風)’, ‘흥선대원군 사진’ 등 조선시대 그림과 근현대사진을 활용해 만든 영상을 통해 백의민족으로 불린 조상들의 자취를 엿볼수 있다. 이와 함께 ‘명주 저고리’, ‘무명 저고리’, ‘삼베 단령’, ‘모시 두루마기’ 등을 통해 백의의 재료적 다양성과 아름다움도 만끽해 볼 수 있다.

(사진 왼쪽) '항라 두루마기',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성기희 기증 (사진 오른쪽) '모시 두루마기', 1930년대, 전명애 기증 [사진 김경아 기자]
(사진 왼쪽) '항라 두루마기',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성기희 기증 (사진 오른쪽) '모시 두루마기', 1930년대, 전명애 기증 [사진 김경아 기자]
예로부터 백의는 염색하지 않은 명주, 모시, 삼베, 무명 등의 직물로 만들었다 [사진 김경아 기자]
예로부터 백의는 염색하지 않은 명주, 모시, 삼베, 무명 등의 직물로 만들었다 [사진 김경아 기자]
'백사모', 조선시대 관리들이 국상 때 착용하는 흰색 사모, 조선 후기,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백사모', 조선시대 관리들이 국상 때 착용하는 흰색 사모, 조선 후기,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백립', 국상 때 착용한 흰색 갓, 조선 후기,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백립', 국상 때 착용한 흰색 갓, 조선 후기,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녹피혜', 상류 중년층과 노인층이 상례용으로 착용한 사슴가죽으로 만든 남성 신발. 조선,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녹피혜', 상류 중년층과 노인층이 상례용으로 착용한 사슴가죽으로 만든 남성 신발. 조선,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한복은 지금도 우리가 친근하게 입고 즐길 수 있는 옷이며 K-컬처를 이끄는 주도적 역할을하고 있다. 전시장에서는 가상 착장 소프트웨어(software)를 활용해 전시 자료를 아바타(avatar)에 입혀 소색옷의 현대적 해석과 미학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가상 착장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소색옷의 현대적 해석과 미학 [사진 김경아 기자]
가상 착장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소색옷의 현대적 해석과 미학 [사진 김경아 기자]

전시는 월요일~토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 무료 관람할 수 있고,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