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특급호텔' . 사진 극단 초인
연극 '특급호텔' . 사진 극단 초인

세종문화회관 꿈의숲아트센터의 상주예술단체인 극단 초인의 박정의 대표는 올해 꼭 무대에 올리고 싶은 작품이 있어 지난 3월부터 열심히 준비했다. 오는 5월 26일(금)부터 28일(일)까지 3일간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에서 선보이는 연극 <특급호텔>이다.

연극 <특급호텔>은 미국 극작가 라본느 뮐러(Lavonne Mueller)의 〈특급호텔(Hotel Splendid)〉을 원작으로 한다. 라본느 뮐러는 일본에 체류하던 중 우연히 ‘위안부’에 관한 이야기를 접한 뒤 수년간 집필에 몰두해 완성했으며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위안부 막사를 지칭했던 ‘특급호텔’을 원제로 붙여 작품의 상징성을 한층 강렬하게 부각한 희곡 작품이다.

연극 '특급호텔' . 사진 극단 초인
연극 '특급호텔' . 사진 극단 초인

<특급 호텔>은 2001년 보스톤 페스티발에서 워크숍으로 미국인에게 소개된 작품이다. 이 공연으로 뮬러는 “일본 군대에 유린되고 성의 노예가 된 네 여인의 삶을 호소력 있게 그려냈다”는 평으로 알칸사스(Alkansas) 대학에 본부를 둔 2001년 ‘국제평화상’을 받았다. 또한 반전연극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의 강렬한 메시지와 사실적이면서도 탁월한 묘사로 극찬받았다.

이 작품은 2008년 서울연극제에서 박정의 연출에 의해 초연된 뒤 아르헨티나, 스페인, 이란의 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되었다.

홀로코스트를 세상에 알린 것은 뉴스가 아니라 연극 <안네 프랑크의 일기>였다. 사죄와 배상은커녕 역사의 진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한 폭력의 가해자들에게 진실은 결코 잊을 수도 짓밟을 수도 없는 것임을, 그리고 피해자들의 고통과 인내를 딛고 자라난 후손에게 진실의 반대는 거짓이 아니라 망각임을, 극단 초인은 연극 <특급호텔>을 통해 다시 한번 또박또박 말하려 한다.

연극 '특급호텔' . 사진 극단 초인
연극 '특급호텔' . 사진 극단 초인

박정의 대표는 “연극 <특급호텔>은 아픈 역사의 진실을 담은 작품이면서 드라마의 깊이와 서사적 재미 또한 뛰어난 공연이다. 재공연이지만 처음 준비할 때처럼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했다.

극단 초인은 연극 <특급호텔>을 다시 공연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안보와 동맹’이라는 이름의 지우개로 거대한 폭력의 역사를 황급히 지워나가는 요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엄연히 존재했던 위안부들의 존재와 그녀들에게 가해진 잔인하고 처참했던 실상을 적나라한 고통까지 빠짐없이 진솔하게 알리고자 이 작품을 다시 한번 무대에 올리기로 하였다. 이 극은 일반적인 페미니즘 연극이 아니다. 이것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강렬한 한 편의 서사이며 제의적 성격까지 지닌다. 옥동 (당시 나이 18세), 금순(당시 나이 17세), 보배(당시 나이 16세), 선희(당시 나이 11세)는 가슴에 묻어두었던 치욕의 경험을 스스로 이야기함으로써 상처와 고통을 어루만지고, 관객을 공감의 세계로 이끈다. 이들의 말하기는 섬뜩한 체험으로 채워져 있지만 절제된 언어로 표현되며 관객의 마음속에서 아름다운 시로 다시 피어난다. 참혹했던 장면들은 강렬한 움직임을 통해 선명한 이미지로 시각화되어 작품의 상징성을 극대화한다.”

이미지 극단 초인
이미지 극단 초인

출연 한다희 김민정 박현숙 최예은 이세훈 강태우 유태혁 (피아노 유수진). 제작진은 번역 최영주, 연출 박정의, 각색과 조연출 이상희, 무대감독 이동인, 조명감독 김수원, 작곡 조선형.

연출을 맡은 박정의 대표는 “이 연극의 초점은 인간이다. 그날의 그들은 한갓 군수품으로 취급되었지만, 이제 그들은 무대를 통해 당당히 그날을 증언하는 증인이 되어 우리 앞에 설 것이다”라고 연출의도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