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특정형 투어전시복합공연 <정릉사색>(작/연출 이지영)은 정릉을 실제 산책한다. 이 공연에서 '정릉을 걷는 것'이 공연의 일부이자 중요한 요소이다. 공연은 6월13일(화)부터 18(일)까지 6일간 평일 7시, 주말 4시 정릉골 투어를 한 후 복합공간 ‘공백공유’에서 진행된다.
“여러분의 하루는 잘 흘러가고 있나요? 그리고 남들의 속도와 방향에 구애받지 않는 자신만의 확고한 길이 있나요?” 이 공연은 이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정릉을 각각 다른 생각과 속도로 걷는 네 명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에게 ‘자신들의 청춘이 그만의 독특한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지키고 잘 흘러가고 있는지’ 반추하게 한다.
네 명의 인물 중 예술가는 직업에서 오는 불안과 강박, 코로나19 라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많이 흔들렸지만 끝까지 세상을 긍정하려는 봄과 같은 사람이다. 두 번째 환경운동가는 세상의 속도와는 별개로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그야말로 열정 가득한 여름같은 사람이다. 스스로 자신을 서슴없이 ‘관종’이라 부르는 크리에이터 청년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아니, 더 정확히는 앞서가기 위해 쫓기듯 살다 문득 ‘이것이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인가?’ 하는 근원적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이 청년은 내면의 물음들에 대한 답을 잘 찾아가면 곧 자신이 꿈꾸는 열매를 맺을 것이라 기대하는 가을과 같은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세상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잠시 자신의 삶을 방 안에서 멈추게 한 은둔 청년. 그는 이제 자신의 내면과 화해하고 꽁꽁 얼어버린 자신을 녹여 밖으로 다시 흘러가게 하려는 겨울 같은 사람이다. 이들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지만 정릉을 매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지영 연출과 창작진은 근 2년 동안 정릉을 참 많이 걸었다. 빠르게 변하는 서울 도심 속 쉽사리 변하지 않는 풍경을 품고 있는 특별한 장소인 정릉에서 ‘우리는 스스로가 원하는 속도와 방향대로 잘 흘러가고 있는가?’를 많이 자문했다.
이지영 연출은 “정릉의 보물이자 마스코트인 1급수에서만 사는 버들치, 정릉천을 품고 있는 이색적인 재래시장인 정릉시장, 곧 재개발이 되는 정릉골을 보며 쫓기듯 살아 온 우리들의 삶의 여정도 되짚어 보았다”며 “이번에는 정릉에서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아가는 4인 4색의 이야기들을 통해 공연을 보는 관객들에게 자신의 삶과 제대로 마주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뇌 까리다_젠더탐구> <사천의 선인> <최종면접> <이유는 있다> <빌미> <블루사이공><댓글부대>에 출연한 정연심,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하얀산> <불량청년>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안재민, <뇌 까리다_젠더탐구> <K맨즈랩소디><자본2> <자본 1> <사시나무 숲>에 출연한 이태하, <두 개의 시선> <사개상가> <홀연했던 사나이>에 출연한 이창근이 나온다.
이번 <정릉사색>을 연출한 이지영 연출은 <뇌 까리다>, <뇌 까리다-권력탐구>을 연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