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동북아역사재단은 일본군'위안부'피해자기림의 날(8월 14일)을 앞두고 한미일과 독일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지난 11일 동북아역사재단은 일본군'위안부'피해자기림의 날(8월 14일)을 앞두고 한미일과 독일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일본군 ‘위안부’피해에 대한 한미일 역사부정론자들의 공격은 한국인 피해자에게 집중되어 있다. 반면, 피해 부정의 논리로 내세우는 것은 식민지 조선의 공창제가 아니라 근대 일본의 공창제이다. 그러나 일본 내지와 식민지, 그 세력권 안에서 일제의 성관리 정책은 차별성을 가지고 시행되었다.”

14일 일본군‘위안부’피해자 기림의 날을 앞두고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난 11일 재단 대회의실에서 ‘내셔널리즘과 성 동원, 그 연속과 단절: 국가의 성 관리 체제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한미일과 독일 연구자들이 참여해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은 전시를 보는 시민들. 사진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 누리집 갈무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은 전시를 보는 시민들. 사진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 누리집 갈무리.

올해는 1991년 8월 일본군‘위안부’ 김학순 피해자의 공개 증언 이후 32년이 지났고, 1993년 8월 ‘본인의 의사 반한 위안부의 피해 사실 확인과 가해국으로서 일본의 재발 방지 노력’을 공표했던 〈고노 담화〉가 나온 지 30주년이 된다. 여러 부침이 있지만 지금도 일본 정부의 기본방침으로 유지되는 〈고노 담화〉에 명시한 피해자의 명예 회복과 성범죄 재발 방지 노력은 얼마만큼이나 실천되었을까?

국제사회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일본군‘위안부’문제는 그보다 이른 1980년대 말 전시 성폭력 범죄로 ‘발견’되어,  ‘20세기 최대 인신매매 사건’이라는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진상 규명과 기억‧추모 활동, 미래 세대 교육 등을 통한 재발 방지를 위한 관련 국가와 국제사회의 노력은 이제 상식적인 일이 되었다.

하지만 국제관계 속에서 전시 성폭력과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연구 과정에서 글로벌사회가 성취한 것은 과연 무엇이고, 누락한 것은 무엇일까?

동북아역사재단이 주최한 일본군'위안부'국제학술회의에 참가한 한미일, 독일 발표자 및 토론자들.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동북아역사재단이 주최한 일본군'위안부'국제학술회의에 참가한 한미일, 독일 발표자 및 토론자들.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이번 국제학술회의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일본의 전쟁터와 점령지라는 시간과 공간에 갇혀 의논하던 것에서 벗어나 이 문제의 본질적 성격을 논의하기 위해 ‘국익을 위한 성 동원’의 실태를 공유했다. 이를 통해 내셔널리즘과 제국주의,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오리엔탈리즘 등을 비판적으로 인식하지 않고서는 이 문제의 해결 목표에 닿기 힘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제학술회의는 1부 ‘제국주의와 성 관리, 폭력을 비가시화하는 내셔널리즘’, 2부 ‘부정의의 시대 〈보편적 인권 문제〉에 대한 재질문’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제국주의와 성 관리, 폭력을 드러내지 않는 내셔널리즘

첫 발표자인 타케모토 니나(일본 오차노미즈대 젠더 연구소).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첫 발표자인 타케모토 니나(일본 오차노미즈대 젠더 연구소).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발표자 타케모토 니나(嶽本新奈, 일본 오차노미즈대 젠더 연구소)는 ‘가라유키상에 보이는 성, 이동, 권력의 여러 양상’ 발표에서 19세기 후반 군대를 앞세운 일본의 대륙진출 과정과 아시아 각 지역으로 보내진 가라유키상의 정치적 성격을 고찰했다.

다케모노는 “가라유키상은 일본의 팽창정책에 의해 일본에서 대륙으로 보내져 그 곳에서 성매매로 경제적 영위를 삼았던 여성을 말한다. 일본 정부는 일본인 남성을 위한 여성의 공급과 관리를 우선시하며 이들의 보호를 포기했다”고 했다. 또한, “2001년 하버드대 교수 램지어가 일본군‘위안부’의 ‘자발성’을 주장하며 가라유키상 ‘오사키(オサキ)’의 사례를 들어 초국적 학자들의 반발을 산 적이 있다”며 오사키가 남긴 말을 전하고, 또 다른 가라유키상 사사다의 이야기도 전했다.

일본에서 대륙으로 보낸 가라유키상과 일본군'위안부'는 다르다

발표자 하야시 요코(林葉子, 일본 나고야대 젠터 다이버시티센터)는 ‘근대 일본에서 본 구미의 성 관리 정책’을 주제로 일본군 ‘위안부’제도로 이어지는 근대 일본의 성 관리 정책 수립과 변동과정에서 영향을 준 구미의 성 관리 정책을 발표했다.

“일본군에 의한 전시 성폭력은 세계사적으로 봐도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지적한 하야시는 일본과 구미 제국주의 국가들이 서로 참조하고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전장의 성 관리 정책을 전개했던 역사적 사실을 공유하고 “일본은 근대 공창제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인 적이 없었다. 이러한 태도가 전시기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고안과 시행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동북아역사재단 박정애 연구위원은 일본 본토와 달랐던 조선의 성 관리 정책의 차별성을 발표했다.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동북아역사재단 박정애 연구위원은 일본 본토와 달랐던 조선의 성 관리 정책의 차별성을 발표했다.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발표자 박정애(동북아역사재단)는 ‘식민지 조선에서 일본의 성 관리 정책과 〈관리되는 여성〉’ 주제발표에서 일본 본토와 달랐던 조선의 성 관리 정책과 이 안에서 민족에 따라 달리 관리되었던 여성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전했다.

그는 “일본군‘위안부’제도는 일본 내지의 공창제보다 식민지의 공창제와 더 유사하지만 현재 ‘위안부’ 피해 부정론을 둘러싼 공박은 일본 내지의 공창제만 시야에 두고 이루어지고 있다”며 “일본군‘위안부’제도와 같은 일본의 성 관리 정책의 식민성은 식민지라는 지역 안에서 차별적으로 성 관리 되었던 일본인, 조선인 여성, 그리고 전시기 식민지라는 지역이 활용되는 방식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다른 전시 성폭력 사례와는 달리 조직적, 체계적이었다는 일본군'위안부'제도의 역사적 특수성은 제국 일본의 성관리 체제에서 형성된 인신매매 매커니즘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혔다.

독일 나치는 반유태주의적 인종주의, 일본은 여성의 인신매매에 크게 의존

발표자 레기나 뮐호이저(Regina Mühlhäuser, 독일 함부르크 학술문화지원재단)은 ‘일본군 ’위안소‘, 독일군 성적 시설과 강제수용소 성적 시설- 제2차 세계대전의 성적 차귀와 노예제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일본군‘위안부’제도와 비견할만한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의 성 관리 시스템을 비교 검토했다.

레기나는 “독일과 일본이 역사적 경험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국방군과 일본군은 ‘남성의 억제할 수 없는 성욕’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있었다. 모두 내셔널리즘과 성차별, 인종차별에 기초하고 있다”며 “나치 독일이 반유태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 금지를 더욱 엄격했다면 일본의 제도는 독일보다 ‘여성의 인신매매에 크게 의존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2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