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외교부 독도 사이트. 사진 독도 누리집 갈무리.
대한민국 외교부 독도 사이트. 사진 독도 누리집 갈무리.

오는 2월 22일은 일본 지방정부인 시마네현이 제정한 ‘다케시마의 날’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기념행사에 차관급을 파견해 지지를 표명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매년 2월이면 다케시마의 날, 3월이면 교과서 검정결과 발표를 통해 한국의 영토주권을 침해하고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책임회피와 은폐를 반복하며 강화하고 있다.

일본 학계가 이에 대한 배경으로 주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1951년 미국을 비롯한 48개 연합국과 패전국인 일본 간 체결한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을 근거로 한 국제법 질서이다. 이 조약을 전제로 식민지 책임과 전쟁 책임을 부인하고 ‘1910년 식민지배 합법론’을 필두로 ‘1905년 독도영유론’, ‘1965년 한일협정완결론’을 주장한다.

왜 아시아‧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전범국으로서 징벌내용이어야 할 조약에서 일본이 최대 수혜국이 되었을까? 지난해 발효 70주년이었던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은 과연 일본에게 면죄부를 주는 조약이었을까?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난 17일 독도를 비롯해 동아시아 영토갈등 문제 등에서 일본이 활용하는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을 분석한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70년의 역사와 과제》 연구총서를 발간했다.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난 17일 독도를 비롯해 동아시아 영토갈등 문제 등에서 일본이 활용하는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을 분석한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70년의 역사와 과제》 연구총서를 발간했다.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동북아역사재단(이하 재단)은 1951년 체결된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으로부터 파생된 영토갈등(독도, 센카쿠, 쿠릴열도 등) 문제를 비롯해 세계사 관점에서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구축과제 모색을 위한 연구총서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70년의 역사와 과제》를 발간했다.

이 책에서는 1950년 이후 본격적인 냉전의 대두를 기점으로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이 징벌조약에서 반공조약으로 기조가 전환된 국면과 이를 활용한 일본의 인권침해와 영토갈등 문제의 본질을 추적했다.

또한, 일본이 해당 조약의 비당사국인 한국과 중국, 러시아, 타이완 등 주요 관계국에 대한 조약 영토규정 적용을 부정하면서도 해당 조약에 근거해 비당사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대항할 수 있는 대세적 영토 처분 효력을 주장하는 데 대한 국제법 법리 왜곡을 짚어낸다.

아울러 가해국 일본이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기초해 체결한 한일협정 등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피해국과의 양자조약에서 일본 제국주의 정책의 피해자 개인에 대한 배상 배제 주장도 국제법 법리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 깊게 파헤쳤다.

이번 총서의 편찬책임자 재단 도시환 책임연구위원은 “냉전체제의 대두에 따라 미국은 일본을 공산권 봉쇄의 교두보이자 하위 동맹국으로 재편하는 정책 전환과 병행하여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기조를 반공조약으로 전환함으로써 전쟁책임, 영토할양, 배상금 등 징벌조약의 핵심 내용이 배제된 ‘관대한 평화조약’이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도시환 책임연구위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은 전문에서 일본이 유엔헌장 원칙을 준수하고 세계인권선언을 실현할 의무를 명시했다. 이를 기초로 조약을 해석해야 함에도 일본은 아전인수격인 자의적인 해석과 함께 조약에 역행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라며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제대로 분석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이번 연구총서에는 도시환 책임연구위원을 비롯해 요시자와 후미토시 일본 니가타국제정보대학 교수, 아베 코기 일본 메이지가쿠인대학 교수,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교수, 하라 키미에 캐나다 워털루대학교 교수, 이성환 계명대학교 교수가 참여해 총 6편의 글이 수록되었다.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의 역사와 미결과제〉에서 도시환 책임연구위원은 조약의 전환 국면을 활용한 일본의 주도로 조약 당사국이 되지 못한 한국과의 한일협정 체결과정에서 일본이 회피한 식민지 책임과 미결과제를 추적한다.

그는 현재 일본이 국제법을 앞세운 역사 왜곡 프레임인 '1910년 식민지배 합법론', '1965년 한일협정완결론', '1905년 독도영유론'을 주장하는 것은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에 역행하는 것이자 평화공동체 구축을 부정하는 구조화된 폭력이라 규정한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만이 침략 과정에서 취득한 영토를 상실하지 않으려 한다는 게 문제의 본질"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과 '1965년 체제'의 원점〉에서 요시자와 후미토시 교수는 “극동국제군사재판을 포함해 일본의 식민지 책임을 묻지 않았던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결 이후 시작된 한일 국교 정상화 교섭은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도, 보상도 없는 '1965년 체제'의 원점이 되었다”고 비판하고,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기초로 하부 체제로 확립한 '1965년 체제'를 냉전 논리가 식재된 식민주의 체제로 규정한다.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과 평화공동체의 과제〉에서 아베 코기교수는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으로 모든 전후 처리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일본의 주장과 관련해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를 향한 과제를 검토한다.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의 역사적 유산과 영토갈등〉에서 알렉시스 더든 교수는 일본의 영토갈등과 관련해 여러 도서(섬)에 대한 모호한 조약의 규정과 연계되는 문제점을 규명하고 일본이 주장하는 논리의 모순을 비판한다. 또한 해당 조약의 주요 설계자인 미국이 안전 수호의 보장을 통해 오늘날 일본의 동북아 지역 내 잠재적 위험성과 교착상태 지속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과 동아시아 영토갈등의 기원〉에서 하라 키미에 교수는 “조약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위상과 압도적 영향력을 보장하고 일본에 민주주의와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동아시아 영토 문제의 본질은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구조적 지속성을 견인해 온 지역갈등과 미국의 의도적인 미해결 전략에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끝으로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과 동아시아 영토갈등의 해법〉에서 이성환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만이 침략 과정에서 취득한 영토를 상실하지 않으려 한다는 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일본과 중국, 러시아, 한국 간의 영토갈등은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만으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전제에서 해당 조약을 포함하여 국제법의 일반 원칙에 비추어 재검토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