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왕국이며 중국의 조공국이며 독립적이며 세습 세후들이 다스리는 조선(Corée)의 지리는 불완전하게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나라에 대한 지도는 만족스럽지 않다. 그래서 학회(파리 지리학회)는 몽티니가 중국에서 가져와서 왕립도서관에 비치한 지도를 출간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에서 청나라 너머에 미지의 왕국 조선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하던 시기인 1855년 프랑스 「파리 지리학회지」에 실린 내용이다. 여기서 몽티니가 프랑스 왕립도서관에 전한 지도는 한국인 최초의 가톨릭 신부 김대건이 만든 「조선전도」의 사본이다.

독도와 울릉도를 한국 한자음에 따라 로마자 표기법으로 기재한 김대건 신부의 「조선전도」를 연구한 연구서가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지난 20일 출간되었다.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와 울릉도를 한국 한자음에 따라 로마자 표기법으로 기재한 김대건 신부의 「조선전도」를 연구한 연구서가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지난 20일 출간되었다.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김대건 신부는 탄생 200주년이던 2021년 유네스코에서 세계 기념 인물로 선정했는데,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조선전도」를 작성해 유럽에 조선을 알린 점이다.

특히, 1845년 제작된 「조선전도」 에는 최초로 한국 한자음에 따른 로마자 표기법으로 한국의 지명이 기록되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그동안 우리 지명이 조선 해안에 접근한 외국인에 의해 임의대로 불리거나 중국 한자음 또는 일본 한자음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선전도」에서 비로소 한국 한자음으로 oulnengtou(울릉도), ousan(우산, 당시 독도를 부르던 명칭 중 하나), Tsetsou(제주)라고 400여 개의 지명을 분명하게 명기되었다.

김대건 신부는 1845년 당시 조선 정부에 소장된 지도를 모사한 후 지명을 로마자로 표기한 「조선전도」를 제작해 파리외방전교회에 전한 것이다. 이를 통해 당시 조선 정부가 이미 울릉도와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인식하고 지도에 표기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전도」 이전에도 1735년 제작된 당빌(J.B.B. d’Anville)의 ‘조선왕국전도’에 울릉도와 독도를 포함한 조선의 지도가 유럽에 전해졌다. 그러나 조선에서 제작된 지도에 비하여 정확성이 떨어져 유럽인에게 조선에서 만든 정확한 지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럼 약 1m 길이의 「조선전도」는 왜 만들었고, 어떻게 유럽과 미국에 전해졌을까?

동북아역사재단은 19세기 조선의 지리를 유럽에 알린 김대건 신부의 「조선전도」를 세세하게 분석한 연구서 〈김대건 신부의 「조선전도」 연구〉를 지난 20일 발간했다.

연구서를 통해 확인된 바, 김대건 신부의 「조선전도」 원본은 리브와 신부가 소장하다 프랑스 해군 함장 그라비에에게 건네져 해군 수로국을 거쳐 프랑스국립도서관으로 전달되었다. 메스트르 신부가 제작한 사본 중 하나는 중국 상해 프랑스 총영사 몽티니를 통해 해군 수로국을 거쳐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이관되었고, 또 다른 사본은 몽티니 영사가 직접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했다.

최근 발견한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 소장 펠란의 ‘조선전도’는 제너럴셔면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셰넌도어호에 승선했던 펠란이 김대건 신부의 「조선전도」를 모사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한편, 「조선전도」는 섬 명칭과 군현 명칭이 집중적으로 기록된 지도로, 이는 가톨릭 신부가 해로를 통해 조선으로 이동하는 루트 파악과 가톨릭 신부들이 조선에 도착 후 포교 전략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지리 정보 위주로 기재된 것을 파악했다. 즉, 천주교 전도 목적을 위한 지도라고 불 수 있다.

이외에도 김대건 신부가 「조선전도」를 제작하면서 참조한 지도에 대한 추적을 통해 현재 영남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된 《팔도지도》첩에 수록된 ‘조선전도’가 가장 유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김대건 신부의 「조선전도」는 널리 모사되어 수십 년간 서구 국가들에서 사용되었다. 1978년 처음 「조선전도」의 존재가 학인된 이후 학계와 종교계의 주목을 받았고 특히 울릉도와 독도가 표기되었음에도 학술적 연구 성과물은 드문 편이다.

이번 연구서는 2021년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통해 「조선전도」를 재조명하면서 발표된 글을 수정‧보완해 엮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