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별빛야행의 백미. 별빛야행 참가자에게만 허락된 취향교를 지나 향원정 연못에 쏟아지는 별빛 풍광이다. 사진 문화재청.
경복궁 별빛야행의 백미. 별빛야행 참가자에게만 허락된 취향교를 지나 향원정 연못에 쏟아지는 별빛 풍광이다. 사진 문화재청.

햇살 아래 궁궐은 수려하고 장엄한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달빛으로 물든 밤의 궁궐은 또 다른 매력이 넘친다. 봄을 맞아 화사한 꽃을 피운 왕실 정원을 지나 달빛과 조명 아래 유려한 지붕선과 화려한 단청을 갖춘 궁궐 한옥의 멋이 드러난다.

서울 5대 궁궐 중 경복궁과 창덕궁, 덕수궁에서 각각 독특한 매력을 가진 봄밤 행사를 개최한다.

경복궁 '별빛야행' … 4월 15일~5월 13일, 궁중음식 도슭수라상 시식과 야간탐방 등

경복궁에서는 오는 4월 15일부터 5월 13일까지 ‘2023 경복궁 별빛야행’ 행사가 저녁 6시 40분과 7시 40분 110분씩 하루 2차수 진행된다. 다만, 월요일과 화요일, 궁중문화축전 개막식이 열리는 4월 28일에는 열리지 않는다.

경복궁 별빛야행의 백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궁궐정원으로 손꼽히는 향원정에서 체험할 수 있다. 연못 북쪽에서 정자로 이어지는 취향교를 지나 별빛이 쏟아지는 연못의 풍광이다. 취향교는 별빛야행 관람객만 건너는 것이 허락된다. 향원정은 고종 4년(1867)부터 고종10년 사이 지어진 것으로 왕과 가족의 휴식처였다.

경복궁 별빛야행은 궁중 부엌인 소주방에서 도슭수라상을 받으며 즐기는 전통음악공연으로 시작된다. 사진 문화재청.
경복궁 별빛야행은 궁중 부엌인 소주방에서 도슭수라상을 받으며 즐기는 전통음악공연으로 시작된다. 사진 문화재청.

야행의 시작은 궁중음식을 만드는 소주방에서 ‘도슭수라상’을 받고 전통음악공연을 즐기는 것으로 시작된다. 도슭수라상은 도시락의 옛말인 도슭과 조선의 임금이 먹던 일상식인 수라상을 합한 말로 현대적으로 해석해 4단 유기합에 궁중음식을 담아낸 것이다.

맛과 함께 색감이 뛰어나 보는 즐거움을 줄 해물잣즙채, 탕평채, 오이송송이, 호두조림 더덕구이, 삼합정과, 진지, 너비아니, 호박전, 표고버섯 석류탕, 전복초를 비롯해 모약과, 꽃인절미, 정과, 오미자차 등 후식까지 즐길 수 있다.

외소주방 공연. 사진 문화재청.
외소주방 공연. 사진 문화재청.

이어 전문해설사가 전하는 전각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장고부터 고종의 서재 겸 집무실이던 집옥재, 독서공간인 팔우정, 건청궁과 향원정까지 경복궁 북측 권역 야간탐방을 한다. 그중 집옥재‧팔우정에서는 왕이 앉는 용이 새겨진 의자인 용교의에 직접 앉아 볼 수도 있다. 또한, 1887년 우리나라 최초로 전기가 점등되었던 건청궁부터 향원정 구간에서 상황극을 통해 왕이 생활하던 공간을 엿볼 수 있다.

4월 15일부터 27일 1차 행사는 지난 7일 온라인 입장권 예매가 마감되었고, 4월 29일부터 5월 13일 2차 행사 온라인 입장권 예매는 21일 오후 2시 티켓링크에서 회차당 32명씩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1인당 2매까지 가능하며 참가비는 1인당 6만 원이다. 만 65세 이상과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1인당 2매까지 티켓링크에 전화예매 할 수 있다.

창덕궁 '달빛기행' … 4월 13일~ 6월 4일 매주 목~일요일, 후원에서 즐기는 시간여행, 효명세자의 ‘보상무’춤 공연

조선의 왕들이 가장 오랜 기간 머물며 사랑한 창덕궁에서는 오는 4월 13일부터 6월 4일까지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 ‘2023 창덕궁 달빛기행’ 행사를 개최한다.

달빛 아래 화려한 단청과 함께 웅장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창덕궁 인정전. 사진 문화재청.
달빛 아래 화려한 단청과 함께 웅장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창덕궁 인정전. 사진 문화재청.

고즈넉한 창덕궁의 숨겨진 공간을 거닐며 궁궐의 운치와 그림처럼 아름다운 후원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달빛기행 행사는 돈화문에서 시작해 진선문, 인정전, 희정당, 낙선재, 상량정, 부용지, 애련정과 애련지, 연경당, 후원 숲길로 이어져 처음 시작한 돈화문에서 마무리된다.

특히, 아름다운 궁궐정원인 창덕궁 후원에서는 달빛으로 물든 부용지와 주합루의 풍광과 함께 후원을 찾은 국왕과 왕비의 산책 재현 모습에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문화해설사의 이야기를 통해 창덕궁에 깃든 역사와 문화, 조경에 담긴 의미를 알고 체험할 수 있으며 상량정과 영화당, 연경당에서 각각 특화된 전통예술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뛰어난 왕재였으나 젊은 나이에 요절한 효명세자가 연회 장소로 지은 연경당에서는 어머니 순원왕후의 마흔살 생신(사순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직접 만든 궁중무용 ‘보상무寶相舞’공연이 올해 새롭게 선보인다.

지난해 창덕궁 상량정에서 열린 전통예술 공연. 사진 문화재청.
지난해 창덕궁 상량정에서 열린 전통예술 공연. 사진 문화재청.

행사는 저녁 7시 20분 1부와 저녁 8시 2부로 나누어 75명씩 진행한다. 입장시 현장 접수순으로 25명씩 5분 간격으로 3조로 나누어 진행되며, 사회적 배려대상자 초청 행사 기간인 4월 29일과 30일, 인근 대학 축제 기간인 5월 11일과 12일은 진행되지 않는다. 특히, 올해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로 진행되는 해설이 4년 만에 재개되 5월 28일과 6월 4일 운영된다.

지난 6일 1차 예매가 진행되었으며, 오는 20일 오후 4시 티켓링크에서 1인당 2매씩 선착순 구매가능하며 참가비는 1인당 3만 원이다.

덕수궁 '밤의 석조전' … 4월 11일~5월 11일, 클래식 공연과 가배차(커피) 디저트, 뮤지컬 공연

조선 말 고종의 거처이자 대한제국의 황궁인 덕수궁에서는 오는 4월 11일부터 5월 15일까지 ‘2023 밤의 석조전’행사를 개최한다.

지난해 열린 덕수궁 밤의 석조전 행사 테라스 카페 체험. 사진 문화재청.
지난해 열린 덕수궁 밤의 석조전 행사 테라스 카페 체험. 사진 문화재청.

조선의 궁궐 안에 18세기 신고전주의 유럽 궁전건축양식으로 지어 동서양 건축양식이 공존하는 경관을 자랑하는 석조전에서 덕수궁 야경을 조망하며 클래식 공연과 가배차(커피), 서양식 후식을 즐기는 테라스 카페 체험으로 시작된다.

가배차는 고종이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일으킨 일제의 압제를 피해 러시아공사관에서 지냈던 아관파천을 계기로 즐기게 된 커피를 말한다. 당시 가배차 또는 가비차로 불렀으며, 검은 색감과 쓴맛이 탕약같다고 양탕국이라고도 불렸다.

고종이 사랑한 가배차(커피)와 서양식 후식을 즐길 수 있다. 사진 문화재청.
고종이 사랑한 가배차(커피)와 서양식 후식을 즐길 수 있다. 사진 문화재청.

석조전 접견실에서는 고종이 조선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자 대한제국을 선언한 과정을 다룬 뮤지컬 ‘고종-대한의 꿈’을 감상할 수 있다.

덕수궁 밤의 석조전 행사는 기간 중 매일 3회(오후 6시 20분, 6시 50분, 7시 20분 90분 내외)로 진행되며, 덕수궁 휴궁일인 월요일과 궁중문화축전 기간인 5월 5일부터 7일은 진행되지 않는다. 밤의 석조전 행사 외에 덕수궁은 상시 야간개장을 해 21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며 입장마감은 20시까지이다.

지난 4일부터 티켓링크를 통해 진행 중이며 회당 16명씩 1인 2매까지 선착순 예매하며 참가비는 1인당 2만 6천 원이다.

창경궁 홍화문. 사진 강나리 기자.
창경궁 홍화문. 사진 강나리 기자.

이외에 창덕궁과 함께 동궐로 불리던 창경궁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21시까지 상시 야간개장하며 입장마감은 20시까지 하면 된다. 야간에 개방하는 구간은 홍화문과 명정전, 통명전, 춘당지, 대온실 권역이며, 대온실 내부는 3월부터 11월에만 개방된다. 만 25세부터 만 64세(외국인 만19세~만 64세)는 입장료가 1,000원 이며, 한복 착용자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무료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