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 작가 "Underground Oasis" 전시 작품. 사진 옥상팩토리
김유경 작가 "Underground Oasis" 전시 작품. 사진 옥상팩토리

김유경 작가는 평소 살아있는 식물을 키우며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 버리는 죄책감을 느끼는 대신 자기만의 방식으로 식물을 (만들어) 키우게 되었다. 식물과 유사해 보이지만 털실, 천, 재활용 옷가지 등을 사용해 가상의 식물들을 탄생시켰으며 이들의 서사가 쌓여 작가 시선의 관찰일지, 그 식물들만의 이야기, 태초의 모습인 가상의 씨앗들까지 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제작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가 열린다.

옥상팩토리는 옥팩개인전으로 김유경 작가《Underground Oasis》전을 3월 26일 개막했다. 옥팩개인전은 신진작가의 개인전을 지원하는 옥상팩토리의 프로젝트이다.이번 전시는 제 역할을 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 그리고 살기 위해 광합성, 수분 섭취를 꾸준히 해야만 하는 식물. 이 둘의 유사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초록의 생명력을 띄지 않아도 동적으로 자라나는 <Underground Plants>(2023)들은 수분 섭취와 같은 의무의 활동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자신의 활동을 이어 나가는 작가의 모습과 동일시된다.

김유경 작가 "Underground Oasis"전  전시 작품. 사진 옥탑팩토리
김유경 작가 "Underground Oasis"전 전시 작품. 사진 옥탑팩토리

언제부터 식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했는가. 인간의 만족감을 위해 단발성 소비 대상이 되어버린 '식물'은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이유로 무분별하게 낭비되고 있다. 나에게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 정성을 쏟아도 내가 원하는 결과에 닿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내가 식물을 키우는 것보다 스스로 살아가게 하거나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것이 나을거라 믿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식물과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존재했고 이에 시들지 않는 식물을 만드는 데까지 이르렀다.(작가 노트)

작가는 그러다 문득 이 식물 또한 인간이 설정해 놓은 인위적인 환경 속에서 인간이 바라는 모습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이에 대한 고민은 인간중심의 사고에서 시작된 (키우기 좋은) 식물의 스케일과 색상을 벗어나는 것으로 제작 형태를 바꾸어 갔다.

김유경 작가 "Underground Oasis"전  전시 모습. 사진 옥탑팩토리
김유경 작가 "Underground Oasis"전 전시 모습. 사진 옥탑팩토리

“처음 덕트 파이프의 ‘부여받은 형태와 특성을 상황에 맞도록 유연하게 바꾸는 모습’에서 한없이 늘어져 축 처진 형태, 흐드러지게 뻗어 나온 식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론 제 자신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2022년부터 제작한 덕트 식물 <Underground Plants>(2023)은 사람의 주거공간보다 더 크게 활동 범위를 넓혀갔고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매달리면 매달리는 대로 그의 성격은 유지하며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설치되었다.

김유경 작가 "Underground Oasis"전 전시 장면. 사진 옥탑팩토리
김유경 작가 "Underground Oasis"전 전시 장면. 사진 옥탑팩토리

이 전시를 협력기획한 장해미 기획자는 "작가는 지금까지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작가로서 수행하는 역할들을 본인의 상황과 환경에 맞추어 유연하게 살아왔던 자신의 모습을 덕트 식물에게 비추어 보았을 것이다. 더 나아가 기존에 작업하던 애완식물 형태의 <Immortal plants>(2021~)시리즈, <See 앗>(2021~)시리즈에서 좀 더 크게, 넒은 공간으로, 공적인 전시공간으로 침투하여 공간력을 만들어가며 작가 자신도 작품도 좀 더 ‘나’다울 수 있도록 시도한다"며 "어쩌면 지하에서도 자라나는, 광합성을 하지 않아도 잘 자란 이 식물에게 지하 전시장은 여태 기다려온 오아시스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유경 작가 "Underground Oasis"전  전시 장면. 사진 옥탑팩토리
김유경 작가 "Underground Oasis"전 전시 장면. 사진 옥탑팩토리

김유경 작가는 상명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2020년 개인전 <The immortal plants(소중한 것들에 대한 자각>을 열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2020년 서울여성공예창업대전 금상 수상에 이어 2022년 DDP 디자인 페어 우수 디자인에 선정됐다.

김유경 작가의 Underground Oasis전은 4월 23일(일) (화, 수 휴무)까지 옥상팩토리(서울시 송파구 문정동)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