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혼자 살 때 나를 더 잘 먹이고 잘 챙겨야 합니다! ‘소소한 비건 레시피’는 오직 1인 가구만을 위한 레시피입니다. 냉장고에 잠자고 있을 재료들 혹은 이미 갖고 있을 양념 위주로 가능할 쉬운 레시피를 제시하며, 비건으로 고를 때 주의해야 할 성분을 TIP으로 알려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쉽고 맛있는 1인 레시피를 연재할 ‘비건 입동동’이라고 해요. 시작 전 꼭 알려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제주시 구좌읍 세화바다와 오일장에서 장을 본 친환경 장바구니.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제주시 구좌읍 세화바다와 오일장에서 장을 본 친환경 장바구니.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누구나 동물성 재료만 들어가지 않으면 비건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참 많은데 음식뿐만 아니라 동물이 착취되는 과정이 포함되는 경우도 '넌 비건'으로 간주합니다.

예를 들어, 요근래 인기가 많았던 ‘트러플(송로버섯)’이라는 버섯이 있습니다. 트러플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사람이 채취하긴 어려워 돼지나 강아지를 훈련해서 채취하게 합니다.

돼지나 개를 훈련시켜 채취하던 트러플(송로버섯). 사진 Pixabay 이미지.
돼지나 개를 훈련시켜 채취하던 트러플(송로버섯). 사진 Pixabay 이미지.

초반에는 돼지가 먹을 수 없도록 이를 다 뽑거나 개가 먹지 못하도록 입에 철마개를 씌운 후 채취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듯 생산과정에서 동물이 착취된다면 그것 또한 넌비건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사랑 기대하겠습니다.

봄에만 먹을 수 있는 동지겉절이 비빔밥. 동지는 제주특산물이어서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얼갈이배추로 대신해도 된다.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봄에만 먹을 수 있는 동지겉절이 비빔밥. 동지는 제주특산물이어서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얼갈이배추로 대신해도 된다.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첫 요리는 봄철 제주향토음식인 ‘동지 겉절이 비빔밥’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봄에 배추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 뜯은 연한 노란 꽃을 동지나물이라고 합니다. 만일 주변에서 구하기 어렵다면 얼갈이배추로 준비하셔도 됩니다.

- 준비해줍서 (재료)

(주재료) 동지 2개(또는 얼갈이 배추)

(양념재료) 간장 2숟갈, 고춧가루 2숟갈, 참기름 1숟갈, 황설탕 반숟갈, 소금 반숟갈, 통깨 원하는 만큼

동지나물 겉절이 재료.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동지나물 겉절이 재료.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 비건으로 고를 때 주의해야 할 성분

간장-주로 해양생물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요 ex.가다랑어,멸치,새우,꽃개,가쓰오브시 등

설탕-백설탕은 대부분이 넌비건입니다. 설탕에 색깔을 내기 위한 과정에서 동물 뼛가루가 사용됩니다.

제주시 구좌읍 세화오일장 풍경.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제주시 구좌읍 세화오일장 풍경.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시작인 만큼 마트가 아닌 시장에서 장을 보고 싶어서 제주시 구좌읍에 사는 저는 집 근처 세화 오일장을 찾아갔습니다. 게으른 편인지라 비닐 포장이 싫다면서도 늘 오일장에 시간 맞춰 가질 못해 발걸음은 늘 마트로 향하곤 했는데 오늘만은 그럴 수 없죠!

멋진 내 시장 가방인 양파망을 들고 세화 오일장으로 향했습니다. 날씨도 그런 날 칭찬해 주기라도 하는 듯 유난히 맑고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참고로 오일장 가는 길에는 세화 바다가 있습니다. 여름이면 자주 수영을 하곤 하는데 바다를 향해 아무리 걸어가도 허리까지 오는 바다라 마음 놓고 수영하기 좋죠.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참 많이 찾습니다. 집 앞에 바다가 있다는 건 참 감사하고 뭐라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입니다.

다시 장보기로 돌아가 혼자 사는 저는 딱 정해진 재료만 사서 나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구매로 풀기 때문이죠. 아시다시피 1인 가구 직장인은 재료를 마음껏 사면 안 됩니다. 집에서 세끼를 해 먹는 사람도 재료가 상할까 늘 쫓기듯 하는데 1인 가구는 더더욱 그렇죠. 기껏해야 하루 한 끼 정도 챙기는데 많은 재료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비닐포장없는 동지. 동지는 봄에 배추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 뜯은 연한 노란 꽃 달린 것으로 제주토속음식이다.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비닐포장없는 동지. 동지는 봄에 배추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 뜯은 연한 노란 꽃 달린 것으로 제주토속음식이다.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그리고 늘 요리할 에너지는 1인데 먹고 싶은 음식의 종류들과 욕구는 8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의욕만 앞서 많은 재료를 사봤지만 보통 요리도 하기 전에 재료를 쳐다보며 이미 질려 버립니다. 다른 사람들도 이 말에 공감할까요? 퇴근 후에 도착한 집에서는 곧장 침대로 가고 싶지 무언가를 요리해서 먹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요. 누가 음식을 해준다면 먹을 수는 있겠지만.

사실 첫 요리로 계획대로라면 봄동 겉절이를 소개하려고 했으나, 시기를 놓쳐 배추에서 꽃대가 올라온 동지나물을 구입해 겉절이를 하겠다고 계획을 바꿨습니다. 동지는 겨우내 김장김치를 다 먹어 떨어졌을 때 김치 대용으로도 많이 사용하는 제주 채소입니다.

동지나물을 사고 나오는 길에 재료를 하나 더 구입했습니다. 바로 달래. ‘봄 하면 달래 아닌가? 이건 사야 해’라는 마음에 달래까지 사서 귀가했습니다. 동지 겉절이 비빔밥과 어울리는 달래 된장찌개면 봄철 한 끼 뚝딱 먹을 수 있으니까요.

- 손질 TIP

노지에서 자라는 채소는 잎 사이에 먼지들이 많아 동지나물은 물에 10분 담궈 두고 흐르는 물에 한번 더 꼼꼼하게 세척해주세요.

오늘 사용할 동지는 반을 갈라 4등분을 해줄건데요. 대가 조금 굵은 부분은 먹기 좋게 반을 한번 더 갈라줍니다.

동지는 노지에서 자라기 때문에 잎 사이 먼지들을 제거하기 위해 꼼꼼하게 세척한다.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동지는 노지에서 자라기 때문에 잎 사이 먼지들을 제거하기 위해 꼼꼼하게 세척한다.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먹기 좋은 크기로 4등분 한다.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먹기 좋은 크기로 4등분 한다.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 조리순서

1. 10분 정도 물에 담궈둔 동지를 흐르는 물에 씻어줍니다.
2. 반을 가르고 4등분해 주세요. (원하는 크기에 맞게 썰어주면 됩니다.
3. 굵은 소금을 반 숟갈 뿌려 10분 정도 절여줍니다.
4. 절여지는 동안 준비된 양념 재료를 모두 섞어줘요.

동지를 굵은 소금으로 절이고, 그 사이 양념재료를 모두 섞는다.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동지를 굵은 소금으로 절이고, 그 사이 양념재료를 모두 섞는다.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5. 절인 동지에 남은 물기를 털어준 후 양념을 버무려 줍니다.
이때, 너무나 힘차게 꽉꽉 버무리지 말고 아기 다루듯 살살해야 풋내가 나지 않아요.

동지를 버무릴 때는 아기 다루듯 살살해야 풋내가 나지 않는다.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동지를 버무릴 때는 아기 다루듯 살살해야 풋내가 나지 않는다.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6. 따끈한 밥 한 공기에 마구 비벼 줍니다.
된장찌개와 두부구이, 그리고 김이 있다면 밥상이 더욱더 풍성해질 겁니다.
7.맛있게 비벼 야무지게 먹어주면 집 나간 입맛이 되돌아와요.

완성된 동지나물 겉절이.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완성된 동지나물 겉절이. 사진 백연지 시민기자.

 

블로거 '비건 입동동'으로 활약하는 백연지 시민기자.
블로거 '비건 입동동'으로 활약하는 백연지 시민기자.

비건입동동’ 제주에 살고 비건 식당에서 일하는 비건 지향 3년 차입니다.  시작하는 비건 지향자들을 위해 소소하게 비건 집밥 레시피와 비건 맛집 소개, 비건관련 정보를 SNS에 공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