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눈부신 연구성과로 신기술을 다채롭게 개발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세계 최초로 펨토초 레이저를 다이오드 결합 방식으로 제작해 ‘비선형 라만 분자진동 영상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나 전기자동차 등에 활용되는 배터리의 성능과 안정성을 크게 높이는 배터리 전극 설계・공정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또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안구 내 삽입형 스마트 인공 수정체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조정모 박사 연구팀은 폐의류 내 염료의 화학적 성질을 이용해 재활용 원료를 분리할 수 있는 선별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오동엽-곽호정 박사팀과 서강대학교 박제영 교수 공동 연구팀은 100% 생분해되면서 기능이 기존 종이 빨대보다 우수하며 대량 생산이 쉬운 친환경 종이 빨대를 지난해 12월 개발했다. 

ETRI, 암·종양 조기진단 가능한 영상기술 개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세계 최초로 펨토초 레이저를 다이오드 결합 방식으로 제작해‘비선형 라만 분자진동 영상기술’을 개발했다고 1월 19일 발표했다.  외산 기술의 완전 국산화와 동시에 가격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춰 빠른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펨토초 레이저 기반 라만 분자 진동 광학현미경은 1천조 분의 1에 해당하는 펨토초 단위로 분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장비다. 특히, 형광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관찰시간의 제한이 없고 형질 변화에 따른 부작용이 없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그동안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 진단을 위해 CT와 MRI가 많이 사용됐다. 그러나 CT와 MRI는 비정상적 병변조직이 발병된 이후에 활용한다. 병리학적 진단을 위해선 추가로 염색이 필수적인 광학적인 세포조직검사도 필요했다. 

하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카스(CARS) 현미경은 병변 이전의 조기진단에 목적이 있다. 아울러 염색 없이 세포조직 내 암 표지자(CH2)와 같은 더 작은 특정 분자의 상태 영상을 볼 수 있어 발병 전 활용이 가능하다. 즉, 본 기술이 적용된 현미경으로 샘플을 관찰하면 정상조직인지 암조직인지 쉽게 알 수 있다.

ETRI가 개발한 비선형 분자진동 영상기술은 △다이오드 기반의 펨토초 레이저 기술 △고정밀 광학계 기술 △현미경 자동화 기술 등이 적용됐다. 

비선형 라만 분자 진동 영상 기기 구성[이미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비선형 라만 분자 진동 영상 기기 구성[이미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그동안 외산 CARS 현미경은 성능이 뛰어나지만 두 대의 레이저로 구성돼 가격이 10억 원대로 비싸고 책상 두 배 정도로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진은 수백만 원대의 레이저 기술 개발로 상용화 가격을 10% 이내로 현저히 낮추고 레이저도 한 대로 해결해 크기를 기존 절반 이하로 줄였다. 상용화 시, 노트북 두 배 정도의 크기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본 영상기술은 향후 내시경으로도 전환 준비 중이다. 

연구진은 레이저 출력도 기존 실험실 수준(200mW)에서 1W로 5배 끌어올려 성능을 세계적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6개월 내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또한, 외산 장비에서 적용한 갈바노-갈바노 스캔 거울보다 더욱 빠른 공진-갈바노 스캔 거울을 사용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라만 분자 진동 영상 획득시간을 구현했다. 

여민경 충남대학교병원 병리과 교수는“ETRI가 개발한 기술은 종양의 조기진단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질환의 원인 분석, 신약 분석 등 다양한 의료현장에 활용돼 미래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노트북 배터리 성능 향상 리튬이온배터리 전극 설계 세계 최초 개발

요철 형태로 제작된 이중층 구조의 전극(음극)[이미지 한국기계연구원]
요철 형태로 제작된 이중층 구조의 전극(음극)[이미지 한국기계연구원]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나 전기자동차 등에 활용되는 배터리의 성능과 안정성을 크게 높이는 배터리 전극 설계・공정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역학장비연구실 현승민 책임연구원, 성균관대학교 이후정 교수 공동연구팀은 리튬이온배터리의 신뢰성과 성능을 높이는 새로운 배터리 전극(음극) 구조를 개발하고, 관련 연구성과를 유수의 저널인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IF : 19.924)에 발표했다.

기계연과 성균관대 공동연구팀은 리튬이온배터리의 전극이 두꺼워도 고성능・고신뢰성을 유지하는 디자인 및 공정기술 개발을 위해 음극을 이중층으로 구성하고, 이온 전도성과 전기 전도성이 향상된 작은 소재가 용량이 큰 소재 사이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요철 형태로 설계했다.

이번에 개발된 배터리의 음극 구조는 전극이 두꺼워져도 전극 전체가 높은 에너지 밀도를 유지하면서 균일한 반응 안정성을 가질 수 있어, 성능과 수명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된다. 

알츠하이머 진단 가능한 인공 수정체 최초 개발

안구에 삽입하여 눈을 통해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수 있는 인공 수정체가 국내 최초로 개발됐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연세대학교, 연세대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및 강남세브란스병원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안구 내 삽입형 스마트 인공 수정체 개발에 성공하고, 관련 내용을 바이오소재 분야 저명 학술지 Bioactive Materials(IF : 16.874)에 발표했다고 1월 6일 밝혔다.

스마트 인공수정체 개발에 활용된 렌즈[이미지 한국기계연]
스마트 인공수정체 개발에 활용된 렌즈[이미지 한국기계연]

기계연 나노공정장비연구실 이재종 책임연구원, 연세대학교 고원건 교수, 세브란스병원 안과 이형근, 지용우 교수 연구팀은 뇌와 직접 연결돼 있는 눈의 특성에 착안, 연구소-대학-병원 간 협력을 통해 다양한 바이오마커의 검출이 가능한 반응성 하이드로젤 기반 센싱 모듈을 개발하고 이를 모아레 패턴의 신호로 발현하도록 인공수정체에 탑재함으로써 인체 삽입형 바이오 센싱 시스템을 개발했다.

항체가 결합된 하이드로젤 패턴이 목표한 바이오마커와의 반응에 의해 수축하게 되는데, 수축에 의해 좁아지는 하이드로젤 패턴을 기준격자와 겹쳤을 때 생성되는 모아레 신호의 변화를 이용해 바이오마커를 검출하게 된다. 모아레 신호를 이용하는 경우, 하이드로 젤 패턴의 변화를 직접 감지하는 방식보다 훨씬 고감도의 검출이 가능하다.

또한, 모아레 신호 기반 바이오마커 검출 방법은 기존 바이오센서가 사용했던 전기화학적 혹은 형광 표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바이오마커를 직접 검출할 수 있으며, 외부 전력이나 광원이 필요 없어 생체 내 삽입하는 센서로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 최초 합성섬유 폐기물 재활용 기술 개발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에 따라 탄소중립 실현과 자원의 순환경제 체계 구축에 대한 노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인 폐합성섬유를 화학적으로 선별해 플라스틱 원료인 단량체로 전환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조정모 박사 연구팀은 폐의류 내 염료의 화학적 성질을 이용해 재활용 원료를 분리할 수 있는 선별 기술을 개발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또한 이렇게 선별한 폐합성섬유를 합성 이전의 단량체 원료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동시에 개발했다.

기술은 자연에 버려지거나 소각됐던 폐의류를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자원 순환형 기술로, 이 기술을 활용해 유색섬유나 혼방섬유를 합성 이전의 원료로 전환할 수 있어, 의류 폐기물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섬유 폐기물은 별도 수거 방법 없이 여러 재질이 혼합 폐기되고 있어, 재활용을 위해서는 이를 재질별로 분류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작업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거나, 원료 비중에 따라 물에 뜨고 가라앉는 것으로 구분하는 등 매우 비효율적이며, 분류 후 여전히 각종 이물질이 포함된 경우가 많아 물리 또는 화학적 재활용에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팀은 특정 소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저가의 화합물을 활용해 혼합 폐섬유로부터 ‘폴리에스터(PET)’ 소재만을 골라내는 △‘화학적 선별 기술’과, 분류된 폴리에스터 섬유를 저온 분해해 합성 이전의 단량체 원료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동시 개발했다.

정제기술 조합·배치에 따른 이물질 제거 및 저온 해중합 모식도[이미지 한국화학연구원]
정제기술 조합·배치에 따른 이물질 제거 및 저온 해중합 모식도[이미지 한국화학연구원]

연구팀은 단순한 화학적 원리를 이용해 섬유의 재질을 쉽고 정확하게 구분하는, 매우 경제적이고 획기적인 선별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오직 폴리에스터에만 작용하는 ‘추출제’를 혼합 폐섬유에 접촉해, 색 변화가 일어나는 폴리에스터 섬유을 골라내는 방식이다.

더불어, 연구팀에서는 유색 폐PET나 폐폴리에스터 섬유를 빠르게 분해해 고부가 단량체를 제조할 수 있는 저온 글라이콜리시스 반응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본 기술은 200℃ 이상 고온 조건의 폐PET 분해공정과 달리 150℃의 저온 반응에서도 원료의 구조나 형태에 상관없이 2시간 이내 완전히 분해할 수 있다.

이를 화학적 선별기술을 연계하면 반응 및 정제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사용량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어, 기술 상용화에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화학연은 관련 기술을 ㈜리뉴시스템에 이전해 해중합 설비 구축 및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4년 말까지 PET 처리 기준 연간 1만톤 규모의 실증 플랜트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 본격적인 재생 단량체의 양산 돌입과 함께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 마련에 힘쓰고 있다.

100% 생분해되면서 눅눅해지지 않는 종이 빨대 개발

해양과 토양에서 100% 생분해되면서 쉽게 눅눅해지지 않는 친환경 종이 빨대가 개발됐다. 대량 생산하기에도 쉬워 향후 식당이나 카페 내 플라스틱 빨대 규제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친환경 종이 빨대의 제작 배경, 재료, 방수성 그림[이미지 한국화학연구원]
 친환경 종이 빨대의 제작 배경, 재료, 방수성 그림[이미지 한국화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오동엽-곽호정 박사팀과 서강대학교 박제영 교수 공동 연구팀은 100% 생분해되면서 기능이 기존 종이 빨대보다 우수하며 대량 생산이 쉬운 친환경 종이 빨대를 지난해 12월 개발했다.

연구팀은 대표적 생분해 플라스틱인 폴리부틸렌 숙시네이트(PBS)를 자체 기술력으로 합성한 후, 여기에 셀룰로오스 나노크리스탈을 소량 첨가해 코팅 물질을 만들었다. 첨가된 셀룰로오스 나노크리스탈은 종이의 주성분과 같은 성분이라 종이와 잘 붙는다. 따라서 종이 빨대를 코팅할 때, 종이 표면과 생분해 플라스틱을 단단히 붙여주는 역할을 한다.

기존 종이 빨대는 코팅 시 플라스틱을 이렇게 단단히 붙여주는 역할을 하는 물질이 없었다. 그래서 표면이 플라스틱으로 균일하게 코팅되지 않아 사용할 때 불편한 점이 있었다. 가장 큰 불편함은 코팅되지 않은 부분에 음료가 닿아 빨대가 눅눅해진다는 점이다. 또한 탄산음료에 종이 빨대를 넣으면 쉽게 거품이 일었다. 코팅되지 않은 종이 부분이 물과 쉽게 결합하고 코팅된 플라스틱 부분은 물을 밀어내는 성질을 가져, 탄산음료에 종이 빨대의 불균일한 표면이 부딪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종이 빨대는 코팅 물질이 균일하고 단단하게 붙어, 쉽게 눅눅해지거나 거품을 많이 일으키지 않는다. 게다가 코팅 물질 자체가 종이와 생분해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100% 썩어 없어진다. 

연구팀은 친환경 종이 빨대가 찬 음료뿐만 아니라 뜨거운 음료 속에서도 일정한 성능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물이나 차, 우유나 기름이 포함된 음료, 탄산음료 등 다양한 음료를 휘젓거나 오랜 시간 사용해도 눅눅해지거나 구부러지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