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미뤄두었던 책 읽기가 가능해진 시간이다. 새해 설계로 삶을 조망하며 새로운 마음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분야의 책 몇 권을 선정했다. 곁에 쌓아 두고 같이 보면 좋을 책들도 함께 소개한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저자(글) · 박미경 번역· 토마스 산체스 그림/만화, 다산초당 · 2022년 4월
20대에 빛나는 성공을 거두고 갑자기 태국 밀림 숲 속 사원에 귀의해 '나티코'란 법명으로 수행을 한 저자는 17년 후 다시 환속해 고국 스웨덴에서 고요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전파하며 유명해진다. 책은 숲 속 수행 시절과 자신이 발견한 정체성을 현실에서 유지해 나가는 과정, 그리고 난치병에 걸려 투병하는 경험들을 담담하게 그린다. 22년 1월 결국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숨김없이 고백한 인생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삶에 대한 명상이 자연스레 주어진다.
같이 보면 좋을 책들
『어떻게 행복해질 것인가』 크리스토프 앙드레, 알렉상드르 졸리앙, 마티유 리카르 저 · 김수진 번역, 정민미디어 · 2022년 11월: 출가 승려로 유명한 전 프랑스 과학자였던 마티유 리카르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철학자 세 사람이 삶에 대한 물음에 대해 내놓은 생각들.
『잠수종과 나비』 장 도미니크 보비 저 · 양영란 역, 동문선 · 2015년 8월: 엘르 편집장으로 유명하던 저자가 뇌졸중으로 온몸이 마비되자 오로지 왼쪽 눈꺼풀만을 움직여 쓴 평범하기에 소중한 일상 이야기.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밀라논나 이야기』
장명숙 저자(글), 김영사 · 2021년 8월
93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52년생 유튜버 밀라논나의 에세이집. 저자는 한국인 최초 밀라노 패션 유학을 다녀와 무대의상 디자이너와 교수로 활동하며 국가행사 의상을 디자인하고 유명 이탈리아 브랜드를 소개한 장본인이다. 책은 그녀의 경력이 말하는 화려함보다 그녀가 삶에서 추구해 온 가치를 헤아리게 하는 격이 있으면서도 검약한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며 따뜻한 지혜와 위로를 준다. 평소 아미치에게 ‘내가 주체가 되어 행복하자고 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의미가 글에서도 느껴진다.
같이 보면 좋을 책들
『삶의 격』 페터 비에리 저 · 문항심 역, 은행나무 · 2014년 10월: 밀라논나가 마지막 방송에서 추천한 책.
『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 장명숙,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월: 밀라논나가 말하는 그녀의 두 번째 고향 이탈리아 이야기.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이어령 저, 열림원 · 2021년 10월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로 인터뷰 시리즈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를 진행하는 기자가 오랜 암투병을 한 이어령 선생을 만나 작고하기 전 1여 년 간 나눈 대담집. 다가오는 삶의 끝을 바라보는 한국 최고의 지성인과 그와 마주해 정직하게 자신을 관조하는 기자. 두 사람이 나누는 깊은 대화는 지나온 시간과 남은 시간을 겸손한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같이 보면 좋을 책들
『눈물 한 방울』 이어령 저, 김영사 · 2022년 6월: 이어령 선생 친필 유고집.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미치 앨봄 저 · 공경희 역, 살림 · 2017년 6월: 임종을 앞둔 스승과 제자가 나눈 대화집.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손웅정 저, 수오서재 · 2021년 10월
저자는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 축구를 삶의 지침으로, 성공이 아닌 성숙을 목표로, 축구를 좋아했던 아버지가 축구를 좋아하는 두 아들과 보낸 가족 성장이야기이다. 저자는 '이야기가 맹탕 속 간간이 떠 있는 작은 건더기겠지만 부디 맛있게 드셔달라'고 부탁하는데, 그의 소소하고 담박한 이야기는 영혼을 내내 덥혀 주는 진한 수프 같다.
같이 보면 좋을 책들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 손흥민 저, 브레인스토어 · 2020년 8월: 경기장에서 보여지는 손흥민을 만드는 손흥민의 보이지 않는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나는 100세 골퍼를 꿈꾼다』
이승헌(일지) 저, 한문화 · 2022년 4월
저자는 BTS가 나온 글로벌사이버대 총장으로 뇌교육을 통해 한국식 명상을 전세계에 알리는 명상가이자 사회운동가이다. 그는 골프도 인생도 굿 샷으로 만드는 삶의 기술을 7가지로 소개하며, 골프가 소수 엘리트들이 도전하는 경쟁 게임에서 뇌 속에 있는 위대한 정신과 품성을 빛내는 브레인스포츠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같이 보면 좋을 책들
『오늘부터 수승화강』 이승헌(일지) 저, 한문화 · 2021년 5월: 머리는 시원하게, 배는 따뜻하게 하는 전통 건강원리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생명 에너지 관리법 활용서.
『커넥트』 이승헌(일지) 저, 한문화 · 2019년 6월: 단절되어 있는 자신의 몸과 영혼, 나아가 높은 차원의 의식과 연결하게 하는 브레인명상 입문서.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저,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문학소설보다는 가벼우나 웹소설보다 진중하며 유머 가득한 필치와 진한 여운으로 쉽게 빠져들게 되는 편의점을 둘러싼 이야기. 소설 속에는 작가가 본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를 암시하는 인물도 등장해 흥미를 더한다.
같이 보면 좋을 책들
『불편한 편의점 2』 김호연 저, 나무옆의자 · 2022년 8월: 1편 인기에 힘입은 책이지만 현실감 짙은 전개와 인물 관계가 주는 훈훈함으로 재미가 여전하다.
『망원동 브라더스』 김호연 저, 나무옆의자 · 2014년 7월: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20대 만년 고시생, 30대 백수, 40대 기러기 아빠, 50대 황혼 이혼남이 옥탑방에 함께 살며 벌이는 고군분투 열전.
『하얼빈』
김훈 저자(글), 문학동네 · 2022년 8월
김훈이 선택한 한국사의 또 다른 영웅 안중근 이야기. 가톨릭 신자로서 교리에 반하는 살인과 애국의 경계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는 거사를 준비하고 이루며 겪는 내면적 갈등을 심층적으로 묘사한 작품. 최근 안중근을 소재로 한 뮤지컬 ‘영웅’이 같은 이름으로 영화가 되어 상영 중이다. 넘버 ‘장부가’를 들으며 책장을 넘기면 시대의 운명에 맞서 담대하게 자신의 운명을 살아가는 청년 안중근의 모습이 시리도록 선명해진다.
같이 보면 좋을 책들
『칼의 노래』 김훈 저, 문학동네 · 2012년 1월: 김훈의 대표작. 2001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영웅 이순신의 인간적 내면세계와 생애를 다룬 작품. 김한민 감독의 영화 이순신 시리즈 <노량>과 <한산>은 이순신이 치른 해전의 규모를 가늠하는데 도움을 준다.
『남한산성』 김훈 저, 학고재 · 2017년 6월: 2007년 대산문학상 수상작. 황동혁 감독 영화 ‘남한산성’의 원작으로 김훈의 또 다른 대표작.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서 벌어진 47일간의 삶과 죽음을 향한 싸움에 관한 기록들.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조용헌 저, 알에이치코리아 · 2014년 5월
해가 바뀌면 자신이 태어난 년월일시에 따라 한 번쯤 찾아보는 운세가 사주명리다. 책은 사주명리에 대한 역사와 저자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운명에 관한 일화를 통해 운명학을 바라보는 관점을 일깨운다. 사주명리를 문화콘텐츠로 동아시아 문명의 르네상스 중심에 두고자 하는 저자의 강한 의지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같이 보면 좋을 책들
『조용헌의 도사열전』 조용헌 저, 불광출판사 · 2022년 6월: 논리와 이성을 초월하여 신이와 영적 세계를 넘나드는 달인들에 대한 이야기.
『조용헌의 영지순례』 조용헌 저 · 구지회 그림/만화, 불광출판사 · 2020년 12월: 한국의 기운 좋고 풍광이 아름다운 신령한 장소 23곳 답사기.
『도올주역강해』
도올(김용옥) 저, 통나무 · 2022년 8월
동아시아 사유의 기반인 주역을 도올이 강해했다. 그는 주역을 변혁의 철학이라 한다. 주역의 바른 이해를 통해서 모두가 현실의 어려움이 있을 때 타인에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하늘에 묻고 각자 답을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펴낸 취지를 밝힌다. 점서로 알려진 주역이 동서양의 철학을 아우르는 그를 통해 운명을 개척하고 창조해 나가는 사상, 사람과 사회를 변혁시키는 철학으로 이해되기 시작한다. <도올 TV>에 매주 올라오는 주역강의를 곁들이면 그 이해를 한층 심화시킬 수 있다.
같이 보면 좋을 책들
『이한우의 주역: 입문, 상경, 하경』 이한우 저, 21세기북스 · 2020년 9월: 언론인이었던 저자는 주역을 <논어>로 풀고, <조선왕조실록>과 반고의 <한서> 등 중국사의 사례로 검증해 해설한다. 주역은 점서가 아닌 군자가 되는 지침으로 제왕을 위한 훈련 교과서라는 입장이다.
『동경대전1, 2』 도올 김용옥 저, 통나무 · 2022년 4월: 수운 최제우가 깨달음을 얻고 죽기 전까지 쓴 문장을 모은 한문 문집 완역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