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이 한국영화사의 화제작 "바보선언"(이장호, 1983)을 블루레이로 출시했다. 이 작품은 한국영상자료원의 28번째 블루레이 타이틀이다. [이미지 한국영상자료원]](https://cdn.ikoreanspirit.com/news/photo/202301/70662_70938_90.png)
영화 〈바보 선언〉(감독 이장호, 1983)은 한국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영화는 5공화국 군사정권기 하층민 남녀 3인조의 좌충우돌과 비극적인 결말을 담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 이하 ‘영상자료원’)이 한국영화사의 화제작 <바보선언>(이장호, 1983)을 블루레이로 출시했다. 이 작품은 한국영상자료원의 28번째 블루레이 타이틀이다.
이번 블루레이는 이장호 감독, 김명곤 배우, 씨네21 임수연 기자가 코멘터리에 참여했다. 임수연 기자의 진행에 따라 이장호 감독과 김명곤 배우는 약 40년 전 영화 현장의 기억을 끌어내어 생생하게 증언하였다. 또한 특별히 이번 블루레이는 영화의 스틸사진을 모은 48쪽 분량의 포토북과 영화사연구자인 이영재의 이장호 감독론과 작품평이 제공되어 소장 가치를 더한다.
<바보 선언>은 한국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실험적인 작품 중의 하나이다. 대사는 거의 없고, 줄거리도 별다른 것이 없으며, 그저 3인조 하층 남녀의 우스꽝스러운 좌충우돌 행동들로 일관한다. 이러한 독특한 연출은 마치 초기 무성영화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는 이장호 감독의 본래 의도가 아니었다.
<바보 선언>은 원래 이장호의 전작 <어둠의 자식들>(1981)의 속편으로 기획되었으나, 시나리오뿐 아니라 제목까지도 검열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에 좌절한 감독은 아무런 준비 없이 영화를 찍었다. 대본도 계획도 없이 이화여대학교 정문 앞에서부터 촬영을 시작하다 보니 영화의 모든 면에서 즉흥성과 실험성을 띠게 되었다. 감독의 자살 장면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그런 점에서 상징적이다. 중간 편집 단계에서 영화의 가능성을 확인한 감독은 이후부터 완성도를 감안해서 촬영해 나갔다. 이장호 감독은 이 영화를 두고 "이건 내 영화가 아니다. 군부정권과 내가 지닌 저항의 에너지가 만난 사생아 같은 것"이라 말했다.
!["바보 선언" 포토북 [이미지 한국영상자료원]](https://cdn.ikoreanspirit.com/news/photo/202301/70662_70939_1636.png)
완성 후에도 개봉되지 못하고 1년 여 간 창고에 방치되어야 했던 <바보 선언>은 소수의 지인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를 통해 알음알음 알려졌고, 이후 단성사에서 개봉하여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당시로서는 놀라운 흥행성적을 거두었다.
〈바보 선언〉은 제22회 대종상 음악상, 제20회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이보희), 3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특별상 등을 수상했고, 2013년 한국영상자료원이 발표한 한국영화 100선 중 탑10에 포함되기도 했다.
2013년 한국영상자료원은 한국영화사의 대표작 100편을 선정한 바 있다. 이장호는 네 편의 영화를 100선에 올렸는데, 그 중 <별들의 고향>(1974), <바람불어 좋은날>(1980), 그리고 <바보 선언>(1983)까지 무려 세 편이 탑10(동률작 포함 12편)에 올랐다. 그가 <별들의 고향>으로 데뷔한 이래 약 40년 간 연출한 작품이 22편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일이다. 최인호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별들의 고향>은 이전까지의 한국영화의 흥행기록을 깨뜨렸을 뿐 아니라 이장호를 당대 청년문화의 기수로 만들었다.
<바람불어 좋은날>은 1980년대 한국 리얼리즘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바보 선언>은 한국영화 사상 가장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품이 되었다. 이는 영화감독으로서 뛰어난 연출 역량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의 작품들이 동시대의 감각과 현실을 투영하며 시대를 대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블루레이의 영상은 한국영상자료원이 2013년과 2021년 두 단계로 진행하여, 감독의 검수를 받은 심화 복원의 결과물을 기반으로 하였다. 복원을 통해 재탄생한 이 영화의 뛰어난 영상미는 우리가 1980년대 초 한국영화를 다시 한번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