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2, 물의 길’이 개봉 21일 만인 지난 3일 한국 관객 800만 명을 돌파했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구현한 압도적이고 경이로운 영상미를 보여주며 2009년 개봉한 ‘아바타’에 이어 쌍 천만을 수월하게 달성할 것으로 예견된다.

‘아바타 2’의 서사는 전편에 이어 자연과 환경, 원주민과의 관계,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아바타의 세계관은 자연을 나와는 분리된 대상, 정복과 파괴의 대상으로 삼는 인간군의 행태와 자연과 합일된 삶을 사는 나비족을 대비하여 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아바타2, 물의 길'이 한국 개봉 21일인 지난 3일 800만 명 관객을 돌파했다. 사진 아바타2 공식 예고편 갈무리.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아바타2, 물의 길'이 한국 개봉 21일인 지난 3일 800만 명 관객을 돌파했다. 사진 아바타2 공식 예고편 갈무리.

전체적인 모티브가 낯설지 않다. 인류사의 불편한 진실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서부개척 시대 나비족과 닮은 삶을 살던 북미 인디언의 학살이 있었고, 확장하면 대항해시대를 열며 원주민이 사는 땅을 마치 비어있는 땅인 듯 신대륙 발견과 개척이라는 이름으로 수탈하던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제국주의 시대, 무력을 앞세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향료와 커피, 땅과 노예, 석유 등 자국의 산업자본주의 팽창에 필요한 각종 자원을 빼앗는 식민지정책을 다시 보는듯하다.

아바타 1편에서는 판도라 행성의 광물을 얻기 위해서, 2편에서는 인간의 노화를 늦추는 ‘암리타’라는 물질을 얻고자 고래를 닮은 툴쿤 사냥꾼들과 함께 지구인들이 판도라를 찾아왔다.

마우이 문양을 한 툴쿤은 놀라운 지혜와 힘을 가졌지만, 대전쟁 이후 공멸을 막기 위해 절대적인 평화를 선택한 초고등생명체이다. 바다를 터전으로 삼아 산호섬에 사는 나비족, 멧케이나들과는 형제자매이다. 사냥에 희생된 툴쿤은 임신한 여제사장 치하크 로날(케이트 윈슬렛 분)과 매년 아름다운 노래를 만드는 예술혼을 지닌 영혼의 자매이다. 오랫동안 기다려 아들을 낳은 툴쿤과 지금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는 로날과는 더욱 끈끈한 동지애로 연결되어있었다.

이런 툴쿤의 뇌수에서 ‘암리타’를 뽑아내기 위해 벌이는 인간들의 사냥장면은 잔혹하다. 새끼를 떠나지 못하는 본성까지 이용하는 모든 과정은 과거 고래를 사냥하던 포경산업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냥꾼들과 동행한 과학자는 포로로 잡힌 소년 스파이더(잭 챔피언 분)에게 툴쿤의 뇌 구조를 살펴보면 철학, 수학, 예술 등 여러 면에서 인간을 능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스파이더는 거대한 쿨쿤을 황금빛 뇌수 한 병을 얻고자 죽여버리는 지구인들에게 충격을 받는다.

이는 샥스핀 요리의 재료로 상어를 잡아 값비싼 등지느러미만 잘라내고 숨이 붙은 채로 상어를 바다에 버려 폐사하도록 만드는 ‘샤크 피닝(shark fining)’과 다를 바 없다.

불과 20여 년 전 만해도 많은 이들이 어류 등 해양생물이 고통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철저한 인간중심의 사고방식인 셈이다. 영화에서 과학자는 초고등생명체가 느낄 고통과 절망을 알면서 외면하기 위해 매일 술을 마신다고 했다.

판도라 행성을 찾아온 지구인들이 행성에 살고있는 원주민과 고등생명체를 대하는 방식은 과거 인류가 지구에서 행한 모습과 달라지지 않았다. 완벽하게 나와 상관없는 타자화, 대상화하여 착취의 도구 또는 제거할 방해물로 여기고 있다.

행성을 침범한 지구인의 사령관이자 총독은 “지금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라고 했다. 앞으로 전개될 아바타 후속편에서는 지구인의 대규모 이주가 예상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욕망의 확장이라는 사고방식이라면 끊임없는 전쟁과 수탈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만일 지구인들이 차지한다면 결국 언젠가 이 행성도 공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영화 ‘아바타’는 지구인이 자신의 필요와 위기탈출을 위해 우주로 나가 새로운 행성을 식민지화하려는 전개이다. 현재 각국에서 우주항공산업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 중 일부와 완전히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아바타’를 통해 무한욕망의 확장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현재 지구의 상황과 인류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해답을 자연생태와의 연결을 회복하고 공존을 선택하는 이들에게서 찾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