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구 위 80억 인구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환경에 관심은 있지만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어떻게 하면 일상에서 쉽게 친환경 행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이로운 지구생활’은 지구 환경 감수성이 높이고 실천할 수 있는 꿀팁을 전합니다. 

집집마다 먹다 남긴 감기약이나 영양제, 용도를 잊어버린 의약품들이 쌓여있는 경우가 많다. 사진 Pixabay 이미지.
집집마다 먹다 남긴 감기약이나 영양제, 용도를 잊어버린 의약품들이 쌓여있는 경우가 많다. 사진 Pixabay 이미지.

얼마 전 꽃샘추위와 아침 저녁 급격한 일교차로 감기와 비염으로 시달리며 약을 먹는 사람들이 많은 시기입니다.

저처럼 비염인들에게는 더욱 힘든 시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코로나를 지나며 약품 보관함에 쟁여둔 감기약, 영양제를 비롯해 알 수 없는 의약품들이 발견되었다면 이글을 끝까지 읽으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폐의약품 버리는 법이 많습니다. 약국에 가져다주는 것이 대표적인 수거법입니다. 하지만 폐의약품 수거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수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폐의약품 수거함’이 비치된 약국이나 보건소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죠.

폐의약품 처리에 대한 설문조사결과.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폐의약품 처리에 대한 설문조사결과.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소비자원과 식의약안전팀에서 조사한 바 2020년 서울 및 경기 내 약국 120곳 가운데 폐의약품 수거함을 비치한 약국은 17곳(14.2%)에 불과했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수치입니다. 보건소의 경우에는 12개소 중 4개소(33.3%)만 수거함을 비치했다고 합니다.

수거함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에서 일반쓰레기 봉투나 길거리에 버려지는 폐의약품의 55%가 쓰레기통과 하수구를 통해 바다나 하천, 토양에 배출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버려진 폐의약품의 성분이 바다와 토양에 스며들게 되면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광영자치단체별 약국 조사결과 비교. 자료 한국소비자원.
광영자치단체별 약국 조사결과 비교. 자료 한국소비자원.

가장 끔찍한 폐해 중 하나는 다제내성균(항생제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입니다. 인간에게 유익했던 의약품이 자연에 무분별하게 버려지면 치명적인 결함으로 다제내성균이 퍼지면서 생태계를 교란시켜 인간에게도 피해를 끼칩니다.

최경호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환경오염물질로 의약품 잔류물에 주목하는 이유는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린이, 임산부, 노약자 등이 이들 물질에 노출되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렇다면 안전하게 폐의약품을 버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 2017년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된 이후로부터 약국, 보건소뿐만 아니라 동사무소에서도 폐의약품을 버릴 수 있는 폐의약품 수거함이 생겼습니다. 수거함이 생기고 지난 2017년 1만 390개에서 2022년 7월 기준 1만 4,155개로 증가되었습니다. 연간 수거처리량으로 보면, 2017년 34만 5,810kg에서  2021년 41만 5,134kg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지난해 9월 ‘공동주택 폐의약품 수거 시범사업’이 실시되었으며, 서울시는 2026년까지 서울 지역 모든 아파트에 폐의약품 수거함 설치를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PC나 스마트폰에서 ‘스마트서울맵’을 통해 폐의약품 수거함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서울맵에서 확인한 폐의약품 수거 장소. 사진 스마트서울맵 갈무리
스마트 서울맵에서 확인한 폐의약품 수거 장소. 사진 스마트서울맵 갈무리

두 번째, 주변에 약품 수거함을 찾을 수 없을 때는 분리배출을 해야 합니다. 방법은 총 4가지가 있습니다. 알약은 포장지를 제거한 후 알약만 모아서 파우치에 넣어 배출하고, 가루약은 포장지 그대로 배출합니다. 시럽과 물약은 최대한 한 병에 모아서 배출하고, 기타의약품은 용기 그대로 배출합니다.

배출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폐의약품의 양을 줄이는 것입니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약품을 최대한 다 먹도록 노력하고. 비상약품을 사기 전에 집에 의약품 상자를 살펴보는 것이죠. 조금만 신경 쓰면 폐의약품 양도 줄어들고 건강도 더욱 잘 챙길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 폐의약품 중 축산 폐의약품이 37%인데 올해 시범적으로 서산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동물용 폐의약품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축산 폐의약품 수거 품목은 백신 공병, 동물용 주사기, 주사침 및 혈액, 체액 등이 묻은 거즈 붕대 등으로 동물용 폐의약품 외에 다른 폐기물은 수거하지 않아 그냥 버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축산 농가는 사용한 백신의 공병과 동물용 주사기는 특수마대에 보관·분리하고 주사침은 소독 후 별도의 통에 보관해 서산농업기술센터에 방문·배출하면 됩니다. 시 관계자는 특히 “올해 처음 시범하는 사업인 만큼 적절한 홍보가 될 수 있도록 읍면동 및 축산 관계자들을 통해 홍보할 계획”이라며 많은 참여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서산시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전국으로 확산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함부로 배출한 폐의약품은 바다와 하천, 토양에 배출되고, 슈퍼박테리아를 퍼트리는 원인이 된다. 사진 Pixabay 이미지.
함부로 배출한 폐의약품은 바다와 하천, 토양에 배출되고, 슈퍼박테리아를 퍼트리는 원인이 된다. 사진 Pixabay 이미지.

폐의약품 수거 17년이 지난 지금 폐의약품 위험으로부터 지구는 얼마나 건강해졌을까요?

주무 부처인 환경부, 지자체와 대한약사회 등이  노력한 덕분에 아무 생각 없이 버렸던 때보다는 폐의약품 문제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절대 안심할 수준은 아닙니다.

폐의약품 매립 비율이 1%여도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폐의약품 매립 비율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할 수 없다고 합니다. 생활계 폐기물 업계에서는 통상 30% 안팎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렇다고 나머지 70%는 잘 처리되는 것도 아닙니다.

일반쓰레기 봉투에 버려져 바다 하천, 토양에 스며들어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 됩니다. 귀찮고 불편할 수 있지만, 우리 손에 지구 미래가 달려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닙니다.

폐의약품 수거를 약국의 의무로만 쥐여줄 것이 아니라 지구를 지키기 위해 소비자들도 동참해 함께 개선해 나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