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길에 버린 과일 쓰레기는 해충 발생은 물론 산림생태계를 파괴하는 영향을 미친다. 사진 Pixabay 이미지.
등산길에 버린 과일 쓰레기는 해충 발생은 물론 산림생태계를 파괴하는 영향을 미친다. 사진 Pixabay 이미지.

등산하러 다니다 보면 종종 버려진 과일 껍질 혹은 달걀 껍데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쓰레기는 거름(퇴비)이 될 것으로 생각하면 그냥 버리고 가도 괜찮아 보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아무리 썩는 쓰레기라도 저절로 거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거름이 되는 과정을 퇴비화라고 하는데, 퇴비화에는 50~60% 정도의 수분 함량 유지와 40~55℃ 사이의 온도 유지, 충분한 산소 공급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산림에 쓰레기를 그냥 버리면 이러한 조건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전국 평균 산림의 낙엽 수분 함유량은 12%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40~55℃ 사이의 온도 유지도 자연 상태의 산림에서는 불가능한 조건입니다.

과일 쓰레기가 퇴비가 되기 위한 50~60% 정도의 수분 함량 유지, 40~55℃ 사이의 온도 유지, 충분한 산소 공급이 자연상태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진 Pixabay 이미지.
과일 쓰레기가 퇴비가 되기 위한 50~60% 정도의 수분 함량 유지, 40~55℃ 사이의 온도 유지, 충분한 산소 공급이 자연상태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진 Pixabay 이미지.

퇴비화되는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분해가 되지 않아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됩니다. 건조한 쓰레기라면 건조되어 썩지 않을 것이고, 수분이 많은 쓰레기는 부패되어 악취와 병원균의 발생 원인이 될 것입니다. 특히 귤, 오렌지 등은 껍질에 리모넨이라는 정유 성분이 있어 산불 발생시 불쏘시개가 되는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러한 악취 발생이 산림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해충을 불러모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들개, 길고양이 등의 동물을 산림 생태계로 불러모아 기존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현재 북한산의 경우 길고양이가 최상위 포식자가 되어 새, 개구리, 다람쥐 등의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산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말아야 합니다. 자연적으로 썩어서 없어지는 쓰레기는 없으니, 산에 버리지 말고 모두 가지고 내려가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버리지 않고 되가져 가는 작은 행동이 우리의 산림을 지킬 수 있는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