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단순한 열정' 스틸컷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단순한 열정' 스틸컷 [사진 영화사 진진]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의 대표작 《단순한 열정》을 영화화한 〈단순한 열정〉이 2023년 2월 국내 개봉을 한다.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가 1991년 발표한 소설 《단순한 열정》은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작가 개인의 경험을 소재로 다루며 그 서술의 사실성과 선정성 탓에 출간 당시 평단과 독자층에 충격을 안겼다. 출판 당시 프랑스 문학계와 독자들에게 일대 파란을 일으켰고, 현재까지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저명한 작가이자 대학교수인 아니 애르노가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 가진 불륜 체험을 거의 사실 그대로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사실적이어서 독자는 충격과 전율, 때로는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이 같은 글쓰기 태도를 아니 에르노는 "내가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자신의 작품을 '소설'이 아닌 '진실한 이야기'라고 부른다.

특히 “사적인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억압을 용기와 임상적 예리함을 통해 탐구한 작가”라고 스웨덴 한림원이 밝힌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처럼, 감정에 충실한 문장들을 사실적으로 구현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너무 사실적이지만 사실 《단순한 열정》에는 주인공이 연인과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가장 상세히 등장하는 유일한 대목도 현실이 아니라 주인공의 꿈속을 묘사하는 한 단락에 그친다.

영화 〈단순한 열정〉은 동명 소설 원작을 스크린에 옮기며 한 여자의 거부할 수 없는 육체적 욕망과 탐닉에 관한 이야기를 관능미 넘치면서도 밀도 높게 담아냈다. 원작에 담긴 아니 에르노의 사랑과 욕망, 기쁨과 아픔을 영화 <단순한 열정>에 생생히 옮겼다.

영화에서 파리의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엘렌은 어느 파티에서 러시아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알렉산드르를 만난다. 엘렌은 그의 알 수 없는 매력에 강하게 끌려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집과 호텔을 오가며 만남을 거듭하며 엘렌은 여전히 변함없는 일상을 보내지만 마음은 온통 알렉산드르에게 가 있다. 알렉산드르가 귀국하자 엘렌을 그를 찾아 모스크바까지 간다.

연출을 맡은 레바논 출신 여성 감독 다니엘 아르비드는 <10일간의 원나잇 스탠드>, <로스트 맨> 등의 전작에서도 관능적인 사랑과 관계를 아름답게 그려내 제64회 로카르노영화제, 제4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등에서 주목받았다. 열병과도 같은 사랑에 빠져 자신의 욕망과 불안을 마주하는 ‘엘렌’은 프랑스의 연기파 배우 ‘라에티샤 도슈’가 맡아 열연을 펼쳤다. 엘렌의 연인 알렉산드르 역으로 세르게이 폴루닌이 함께 출연했다. 폴루닌은 영국 로열발레단의 사상 최연소 주역 무용수로 발탁되었다가 2년 만에 탈퇴하고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등에 출연했다.

영화 <단순한 열정>은 2020년 제73회 칸국제영화제, 제68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제42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제16회 취리히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서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예술영화관 씨네큐브의 개관 22주년을 맞아 기획된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에서 성황리에 상영되었다.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의 동명 원작 소설 속 뜨거운 고백을 생생히 스크린에 옮겨 영화팬을 설레게 하는 <단순한 열정>은 2023년 2월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