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대한문에서 왼쪽 담장길을 따라 정동공원(옛 주한러시아대사관)으로 가는 '고종의 길'이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덕수궁 대한문에서 왼쪽 담장길을 따라 정동공원(옛 주한러시아대사관)으로 가는 '고종의 길'이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늦가을 단풍이 절정을 이룬 덕수궁의 돌담길을 따라 정동공원으로 향하는 길을 ‘고종의 길’이라 부른다.

늦가을 정취가 깊은 고종의 길. [사진 강나리 기자]
늦가을 정취가 깊은 고종의 길. [사진 강나리 기자]

1894년 일본공사 미우라 고로의 주동으로 국모 명성황후가 시해되는 을미사변이 일어났다. 그 이후 철군하지 않고 경성에 머무는 일본군과 친일 개화파의 이중 감시망 속에 사실상 궁궐에 감금된 상태였던 고종은 다음 해인 1896년 2월 11일 새벽 왕세자와 함께 당시 주한 러시아공사관까지 이어진 120m의 길을 따라 피신했다.

고종의 길 중 덕수궁 내부 보행로를 걸으면 선명한 단풍이 든 덕수궁의 풍광을 볼 수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고종의 길 중 덕수궁 내부 보행로를 걸으면 선명한 단풍이 든 덕수궁의 풍광을 볼 수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덕수궁의 붉은 단풍. [사진 강나리 기자]
덕수궁의 붉은 단풍. [사진 강나리 기자]
노란 은행잎으로 깔린 길을 걷는 까치. [사진 강나리 기자]
노란 은행잎으로 깔린 길을 걷는 까치. [사진 강나리 기자]
붉은 단풍 너머 덕수궁의 정전인 석조전이 보인다. [사진 강나리 기자]
붉은 단풍 너머 덕수궁의 정전인 석조전이 보인다.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에서는 오는 11월 20일까지 '황제 고종' 특별전이 열린다. [사진 강나리 기자]

고종의 길은 ‘아관파천(俄館播遷)’이라 부르는 사건 이후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에 머물 당시 러시아공사관에서 덕수궁을 오갈 때 사용한 길로 추정된다.

1년간 러시아공사관에 머물던 고종은 1897년 2월 29일 경운궁(현 덕수궁)으로 돌아와 234일 뒤 황제의 나라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제국주의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울어가는 나라를 다시 세우려는 마지막 의지를 불태웠다.

2012년 개봉했던 영화 '가비'에서 아관파천에서 대한제국 선포까지의 혼란하고 치열했던 순간들과 고종의 행보가 잘 나타난다. 고종은 아버지 흥선대원군과 아내 명성황후 사이에서 흔들리며 국제 정세에 무지몽매해 망해가던 나라의 비운의 왕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의병을 지원하고 늦게나마 약육강식의 제국주의 국제관계 속에서 약소국이 살아남을 방안을 모색했다. 

대한제국 13년 간 1905년 헤이그 밀사사건과 고종의 강제퇴위, 을사늑약, 1909년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등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

덕수궁 내부 보행로가 끝나 문을 나서면 영국대사관이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덕수궁 내부 보행로가 끝나 문을 나서면 영국대사관이 있다. 고종의 길 복원 전에는 영국대사관 철대문으로 돌담길이 막혔었다. [사진 강나리 기자]
다시 이어지는 덕수궁 돌담길. [사진 강나리 기자]
다시 이어진 덕수궁 돌담길. [사진 강나리 기자]
1942년 배제중학교 학생들이 덕수궁 돌담길에서 찍은 졸업앨범. 고종의 길을 따라 옛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1942년 배제중학교 학생들이 덕수궁 돌담길에서 찍은 졸업앨범. 고종의 길을 따라 옛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 소장된 1899년 당시 옛 러시아공사관 모습. [사진 강나리 기자]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 소장된 1899년 당시 옛 러시아공사관 모습. [사진 강나리 기자]
덕수궁 돌담길이 끝나고 쪽문을 따라 옛 러시아공사관 가는 길이 나온다. [사진 강나리 기자]
덕수궁 돌담길이 끝나고 쪽문을 따라 옛 러시아공사관 가는 길이 나온다. [사진 강나리 기자]
옛 러시아공사관(현 정동공원)으로 향하는 길 흰 벽을 따라 일제강점기 조선저축은행 중역사택의 사진들이 있다. 본래 역대 왕의 어진과 신위를 모시던 덕수궁 선원전 터였으나 일제에 의해 훼손되고 철거되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옛 러시아공사관(현 정동공원)으로 향하는 길 흰 벽을 따라 일제강점기 조선저축은행 중역사택의 사진들이 있다. 본래 역대 왕의 어진과 신위를 모시던 덕수궁 선원전 터였으나 일제에 의해 훼손되고 철거되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조선저축은행 중역사택 사진들. [사진 강나리 기자]
조선저축은행 중역사택 사진들. [사진 강나리 기자]
복원 중인 덕수궁 선원전 터. [사진 강나리 기자]
복원 중인 덕수궁 선원전 터. [사진 강나리 기자]
정동공원(옛 러시아공사관)으로 나가는 마지막 담장. [사진 강나리 기자]
정동공원(옛 러시아공사관)으로 나가는 마지막 담장. [사진 강나리 기자]
담장 위에도 가을 빛이 가득하다. [사진 강나리 기자]
담장 위에도 가을 빛이 가득하다. [사진 강나리 기자]

오는 11월 17일은 117년 전 덕수궁 중명전에서 일제의 강압에 의해 외교권을 박탈당한 을사늑약이 체결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