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낯선 땅, 한국의 평화를 위해 전장에 뛰어들었던 청년 참전용사들이 한국 땅에서 전우들 곁에 영면한다.

국가보훈처는 6.25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하고 고국에서 생활하다 생을 마감한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유엔 참전용사 3명의 유해를 오는 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맞이해 국가별로 유해봉환식을 거행한다고 4일 밝혔다.

한국 땅에 전우들과 함께하길 희망한 프랑스 참전용사 고 로베르 피크나르 씨. [사진 국가보훈처]
한국 땅에 전우들과 함께하길 희망한 프랑스 참전용사 고 로베르 피크나르 씨. [사진 국가보훈처]

한국 땅에서 전우들 곁에 머물길 원한 프랑스 참전용사는 고(故)로베르 피크나르(Robert Picquenard) 씨는 만 18세로 1952년 9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화살머리 고지, 송곡, 중가산 전투 등에 참전했다. 1934년 생인 로베르 씨는 프랑스군 파견 유엔군 중 최연소 참전자로 이등병으로 근무했으며 지난 2020년 6월 1일 사망했다. 2022년 재한유엔기념공원국제관리위원회에서 안장승인이 되었다.

네덜란드 참전용사는 고(故) 마티아스 후버투스 호헌봄(Mathias Huber Hoogenboom) 씨와 고(故) 에두아드 엥버링크(Eduard Julius Engberink) 씨 2명이다.

1927년 생인 마티아스 씨는 1952년 5월 거제도 포로수용소 폭동에 대한 치안유지업무를 했으며 내륙으로 이동해 53년 5월 31일까지 지휘소 복원 업무를 수행했다. 그는 어느 네덜란드 참전용사의 부산유엔묘지 안장에 대한 글을 읽은 후 부산유엔묘지에 안장되기를 희망했다. 생전에 “전쟁이 사람들에게 준 고통과 한 나라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보았기에 대한민국 재건을 시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도왔다”라고 했다. 2021년 9월 14일 사망했으며 2022년 6월 13일 안장승인이 되었다.

네덜란드 참전용사 고 마티아스 후버투스 호헌봄 씨(왼쪽)와 고 에두아드 엥버링크 씨. [사진 국가보훈처]
네덜란드 참전용사 고 마티아스 후버투스 호헌봄 씨(왼쪽)와 고 에두아드 엥버링크 씨. [사진 국가보훈처]

1931년 생인 에두아드 씨는 네덜란드 파견 유엔군 ‘반 호이츠 연대’ 소속으로 1952년 2월부터 1954년 11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지원해 참전했다. 거제도에 위치한 박격보판의 발사 지휘관으로 근무했으며, 전쟁 후에도 한국에서 복무한 것에 큰 자부심을 느껴 그의 전우들과 함께 부산에 안장되기를 희망했다. 2020년 8월 31일 사망했으며 2022년 8월 16일 안장승인이 되었다.

“여기서부터 대한민국이 모시겠습니다”를 주제로 한 7일 유해봉환식에는 이승우 서울지방보훈청장이 고인의 유골함에 예를 표하고 봉송차량까지 모시는 짧은 의식으로 진행된다.

프랑스의 로베르 피크나르 참전용사의 유해봉환식은 7일 오후 고인의 아내인 엘리안느 노엘 피끄나르 씨 등 유족과 함께 유해가 도착한 후 4시 30분부터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진행된다.

네덜란드의 두 참전 용사 유해는 오후 4시 45분경 도착해 마티아스 호헌봄 참전용사의 형제인 알버트 호헌봄, 에두아드 엥버링크 참전용사의 딸 안네커 엘리자베스 엥버링크 등 유족과 함께 5시 50분부터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거행된다. 유해봉환식 후 참전용사들은 서울현충원으로 봉송해 임시안치한 후 10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으로 봉송될 예정이다.

이들과 함께 국립대전현충원에 임시 안치된 영국 참전용사 고(故) 제임스 그룬디 씨의 유해도 10일 오전 10시 대전현충원에서 유해봉송식을 하고 부산 유엔기념공원으로 봉송된다.

만 19세로 참전한 제임스 그룬디 씨는 1951년 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영국군 시신수습팀 소속으로 여러 전장에 급파되어 최전선에서 90여 구의 전사자를 부산으로 옮겨 묻어주는 임무를 수행했다. 1988년 보훈처 재방한 초청 이후 30여 년간 매년 자비로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해 전우들의 넋을 기렸다. 1919년 5월 명예 부산남구민으로 선정되었고 2022년 6월에는 명예부산시민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7년 안장 승인을 받은 그는 올해 8월 10일 사망했으며 “한국에 있는 전우 곁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프랑스 참전용사의 유엔기념공원 안장식은 12일 토요일 오전 10시 주한 프랑스대사관 주관으로 개최된다. 네덜란드와 영국 참전용사의 안장식은 11일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식 후 오전 11시 50분부터 박민식 국가보훈처장과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대사, 유엔사 장병, 유엔참전용사 재방한 초청행사를 통해 방한하는 양국 유엔참전용사와 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절, 목숨을 바쳐 대한민국을 지킨 영웅들의 희생과 공헌을 기억하고 보답하는 국제보훈사업의 한 축”이라고 취지를 밝히고 “영웅들께서 대한민국과 그리던 전우들 곁에서 영면하시도록 세심히 살피고 예우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