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 점자의 날을 맞아 송암 박두성 선생이 창안하고 보급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6점식 ‘한글점자(훈맹정음:국가등록문화재)’ 육필원고와 점자 관련 기록물이 복원되어 공개된다.

◇복원처리 결과

[자료 국가기록원]
[자료 국가기록원]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11월 3일 공개한 점자 관련 기록물은 ▲우리나라 최초의 6점식 한글점자(훈맹정음), ▲선생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발행했던 주간 회보 ‘촉불88호:영결김구선생(국가등록문화재)’, ▲점자 표준안을 마련하고 최초로 제정·공포했던 ‘한국점자규정제정’ 등이다.

복원한 ‘한글점자’는 송암 박두성 선생이 창안한 훈맹정음의 사용법을 기록한 육필원고로 사용법과 원리, 구성을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알 수 있도록 서술한 자료이다.

당시 맹인 교육에는 평양점자라 부른 4점식 뉴욕점자가 사용되고 있었으나 자음의 초성과 종성이 구별되지 않아 자모가 두 칸으로 제자되어 문자로는 큰 결함을 갖고 있었다.

이에, 박두성 선생은 4점식 점자가 아닌 6점식 점자를 토대로 한글 점자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시작하였고, 배우기 쉽고, 점 수효가 적고, 서로 헷갈리지 않아야 한다는 세 가지 원칙에 기초해 한글점자를 만들어 1926년 11월 4일에 ‘훈맹정음’이란 이름으로 반포했다. 박두성(1888∼1963) 선생은 1913년 조선총독부 제생원 맹아부에 교사로 발령받아 시각장애인 교육을 시작했다. 1923년 ‘조선어 점자연구위원회’를 비밀리에 조직해 한글점자 연구에 매진하여 한글점자를 완성하고 훈맹정음을 반포했다.

훈맹정음은 소리나는 대로 쓰고 쓴 대로 읽을 수 있도록 제자하였으며, 시각장애인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칙적이고, 체계적이며, 배우기 쉽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첫째, 기본점의 원리를 사용하여 초성자음을 제자하였고, 둘째, 위치이동의 원리를 사용하여 종성자음을 만들었다. 셋째, 대칭의 원리를 사용하여 기본 모음 10자를 제자하였다.

광복이 되자 박두성 선생은 인천에서 점자 주간 회람지 ‘촉불’을 6년 동안 200여 호 발간하였다.

촉불은 사용 후 폐기하는 장부에 점자를 찍어 재활용한 기록물로 박두성 선생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제작했던 주간 회보이다.

이번에 복원한 88호에는 ‘영결 김구 선생’이라는 제목으로 김구 선생의 영결식이 엄수되었던 1949년 7월 15일의 비통한 분위기와 이범석 총리의 애도사 등에 관한 내용이 점자로 상세히 담겨있다.

한편, 훈맹정음이 만들어진 지 57년 만인 1983년, 정부는 ‘한국 점자 통일안’을 마련했으며, 그 후 1993년 국가 공인의 표준 점자를 제정하기 위한 개정안이 자문위원회의를 통해 만들어졌다.

당시 문체부는 국가 공인의 표준 점자를 제정하기 위해 22명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한국 표준점자 제정 자문위원회’를 발족하였다.

점자의 분야(한글·고문, 수학·과학, 국악·양악, 컴퓨터, 외국어 등)별 연구 실무팀을 구성하여 시안을 작성하고 점자 사용 기관과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분야별 점자 규정을 마련하였다.

이후, 1997년 12월 17일 ‘한국점자규정(1997-58호)’을 어문 규정으로 고시하면서 점자를 문자로 공인했다.

이번에 복원이 완료된 한글점자와 촉불88호(점역 후 소리 서비스 제공), 한국점자규정은 국가기록원 누리집에서 공개한다.

단국대학교 특수교육대학원 김두영 교수는 “‘한글점자’는 박두성 선생이 1926년 반포한 우리나라 최초의 6점식 한글점자의 원리와 구성에 관한 교과서와 같은 기록물로 우리나라 특수교육 연구에 있어 귀중한 자료이다”라면서 “박두성 선생은 점자 창안뿐만 아니라 직접 점역한 책과 해설서를 전국에 있는 시각장애인에게 우편으로 보내 점자 통신교육과 보급을 위해 일생을 바쳐 노력했다. 그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기록물들이 복원되어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뜻깊은 일이다”고 말했다.

박명수 송암점자도서관 관장은 “국가기록원의 노력으로, 박두성 선생의 육필원고와 귀중한 자료가 원상태로 복원되어 매우 기쁘다. 무엇보다 한글점자와 관련된 기록물이 함께 복원되고 공개된 것은 소중한 성과이다. 앞으로 기념관은 복원된 기록물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으며 협력해 주신 국가기록원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최재희 국가기록원 원장은 “특수교육의 선구적 개척자였던 송암 박두성 선생의 ‘한글점자’와 관련된 기록물이 복원되어 잘 활용될 수 있게 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앞으로도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책과 관련된 기록물들이 발굴되어 활용될 수 있도록 유관기관들과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