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서울 지하철 학여울역 세텍(SETEC)에서 개막한 2022화랑미술제 신진작가 발굴 프로그램 〈ZOOM-IN〉 특별전에 김선혁, 김시원, 김용원, 오지은, 이상미, 이혜진, 전영진(가나라 순) 신진작가 7명이 참가했다. 

작가 오지은의 출품작 중 크기가 가장 큰 〈먼지가 흩날리는 시간〉(2021)과 연작으로 제작한 〈밤에 피는 꽃1, 2〉(2021)는 선물 받은 꽃들 말려서 모아두었다 나중에 한꺼번에 버리면서 남긴 사진을 보고 그렸다. 사진 속 소재가 원래 갖고 있던 컬러나 상태를 왜곡하지 않고 빠르고 가벼운 붓 터치와 긁어내기 등을 사용했다.

작가의 작업에 관해 최희승 두산갤러리 큐레이터는 “오지은은 재현하여 그리지 않는다. 붉은 조명 아래에 놓여있는 두 개의 유리잔을 그린 〈마직인 줄 모르고〉(2021)와 화면 왼쪽이 반만 비집고 들어온 인형의 얼굴이 백합꽃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이는 〈영원한 사랑〉(2021)을 예로 들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것을 잔뜩 그려 놓은 것처럼 보이다가도 문득 한편의 서글픔을 느낄 수 있는 오지은 그림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며 “무엇보다 사진을 바탕에 두고 그리되, 똑같이 재현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의 의미는 오직은의 그림이 왜 결국 그림이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상기시켜 주고 있다”고 평했다.

이상미 작가는 주변에 일어나는 일상적인 것, 평범한 사물에 주목한다. 사물은 각 특정의 사건이나 그때의 시간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표현하는 음식이미지는 매우 평범하다. 시간이나 환경에 따라 상태가 변하기도 하고, 겨우 한 조각, 한 알은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어느 존재나 거대하고 비범한 형태를 갖추지 않아도 각자의 응축된 힘으로 살아간다. 이것을 작가는 “작다, 그러나 분명하다(Small but Obvious)”라고 이야기한다.

이상미, 작지만 분명한-붉은 색의 영양분, 혼합매체, 107.5 × 141cm. 2021. [사진=김경아 기자]
이상미, 작지만 분명한-붉은 색의 영양분, 혼합매체, 107.5 × 141cm. 2021. [사진=김경아 기자]

 이상미 작가의 작업에 관해 김한들 미술이론가는 "이상미는 사과, 브로콜리, 잘 익은 분홍 복숭아 등을 그리지만, 대상의 단순한 묘사나 재현이 클리셰를 넘어선다. 이후 그의 작업이 향하는 것은 형상으로 그는 화랑미술제에서 선보이는 〈Small but Obvious-Reddish Nourishment〉(2021)에서처럼 사과의 단면을 전면에 평면적으로 그려 구상에서 벗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미의 작품에서 시각화 과정을 거친 힘은 미각, 후각 등 시각 외의 감각을 발생시킨다. 사과 형상을 보지만 거기서 사과의 달콤한 향, 상큼한 맛, 매끄러운 껍질을 느끼는 식이다. 오감의 자극은 주의를 붙잡아 화면에 집중시키며 의식 감각, 즉 지각으로 다시 한번 확장한다. 어쩌면 이상미가 음식을 그리는 일은 일상 속 수많은 존재 가운데 불호(不好)를 찾아보기 힘든 존재로 시선을 끄는 하나의 전략이 되는지도 모른다. 식욕은 삼욕(三慾) 가운데 하나이며 과일이 가진 감각 자극의 여지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8)에서 극적인 장면으로 표현된 바 있다. 이를 통해 관람자는 이상미의 작품과 관계를 맺고 작가가 작고 유약한 존재에 자기를 비추었듯, 작가가 만든 작은 우주에 자기를 비추어 감각을 증험한다"고 했다.

이혜진 작가는 일상 속에서 접하는 익숙한 풍경에 주목한다. 어둡고 적막한 풍경이자 텅 빈 장소로 대부분 공원이자 운동장이다. 나무와 숲, 알 수 없는 건물이 적막한 가운데 홀연 서 있다.

이혜진 작가의 작업을 박영택 미술평론가(경기대 교수)는 "작가는 자신의 신체가 받아들인 특정 장소에 대한 기억, 지각, 감각을 형상화하고자 그린다. 응시한다는 것은 모종의 욕망이기도 하다. 그 욕망은 사물의 이면을 보고자 하는 것이자 시선이 도달할 수 없는 곳까지 보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욕망은 충족되거나 실현되기 어렵다. 어쩌면 미술은 그러한 불가능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익숙하지만 알 수 없는 주변의 사물,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것은 동시에 그것을 응시하는 불가해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욕망과 포개어진다"며 "결과적으로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외부세계를 관습이 아닌 그것 자체로 생생하게 접촉할 때 생기는 생소함을 그리고자 한다. 더불어 그로 인해 파생된 감정, 모호하고 애매한 정서를 가시화하고자 한다. 그것은 결국 자신이 보고야 만 풍경이다"고 평했다.

작가 전영진의 회화는 작은 단위로 구성되어 기학적인 구성으로 풍경을 이룬다. 작가는 작품의 목적이 재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회화를 규정하는 평면성에 있고,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 풍경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관객이 풍경을 통해 얻고자 했던 목적에 균열을 내고 그 틈에 "납작한 캔버스의 형체=회화"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배혜정 미술평론가는 전영진의 작업에 관해 "전영진이 사용하는 이 작은 기하학적 단위들은 오늘날 디지털의 시각언어를 구성하는 구성요소, 픽셀과도 닮았다. 그런 의미에서 전영진의 풍경화는 회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프리즘일 뿐만 아니라 21세기 인간의 기술적 환경과 지각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며 “전영진의 회화는 시각 예술 양식의 번역일 뿐만 아니라 디지털이라는 오늘날의 보편적 언어로 세계를 번역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하는 화랑미술제는 3월 17일부터 20일까지 4일간 서울 지하철 학여울역 세텍(SETEC)에서 열린다. [사진=김경아 기자]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하는 화랑미술제는 3월 17일부터 20일까지 4일간 서울 지하철 학여울역 세텍(SETEC)에서 열린다. [사진=김경아 기자]

또한 "번듯한 기하학적 도형으로 번역된 다채로운 색의 세계, 그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번역된 풍경은 오늘날의 풍경화를 세지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21세기의 세계가 어떻게 우리에게 재현되는지, 우리가 어떻게 세계를 인식하는지 분해해서 보여주는 렌즈가 되기 때문이다"면서 "전영진의 회화에서 회화의 꿈은 삼차원의 공간의 재현, 회화의 내적 세계를 구성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 공간을 구성하는 대상, 그 대상에 대한 인식, 인식을 구성하는 달라진 내용까지도 연역해 내는 다른 평면으로 또 하나의 층위를 더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오늘의 변화를 그리고 내일을 상상하는 또 다른 체험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2022화랑미술제 신진작가 특별전은 역량 잇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 미술을 바라보는 신진 작가들의 신선하고 개성 넘치는 작품 세계를 느낄 수 있다. 전시기간 중 온·오프라인 투표를 통해 1, 2, 3등을 선발하여 선정된 작가에게는 상금을 수여한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하는 화랑미술제는 3월 17일부터 20일까지 4일간 서울 지하철 학여울역 세텍(SETEC)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