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혁, Pilgrim-3, 스테인레스 스틸, 인조나뭇잎에 채색, 160×180×49cm, 2021.  [사진=김경아 기자]
김선혁, Pilgrim-3, 스테인레스 스틸, 인조나뭇잎에 채색, 160×180×49cm, 2021. [사진=김경아 기자]

 제40주년을 맞은 화랑미술제가 3월 17일 서울 지하철 학여울역 세텍(SETEC)에서 개막했다.

이 미술제에는 올해로 3회째인 신진작가 발굴 프로그램 〈ZOOM-IN〉에 김선혁, 김시원, 김용원, 오지은, 이상미, 이혜진, 전영진(가나라 순) 신진작가 7명이 참가했다. 

이들 작가의 특별전에서  김선혁, 김시원, 김용원 작가의 작품을 먼저 만났다. 

작기 김선혁의 작업에는 식물의 이미지가 많이 등장한다. 미술대학에 들어가 인체해부학 강의를 들고 인간의 신체구조와 식물의 모습에서 유사성을 발견한 후 식물의 이미지를 조형 방식으로 구현했다.

그는 이번에 ‘순례자(Pilgrim)’ 두 점을 선보였다. ‘필그림-2’(2021)에는 일렁이는 금빛 표면 위에 가운데에 홀로 서 있는 인간상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인간의 형상이되 가까이 가면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식물의 줄기와 나뭇가지, 잎사귀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인간 본연의 원초적인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작가의 작업을 강정하 금호미술관 선임큐레이터는 “그의 작업은 종교와 예술적 가치와 함께 내적 사유를 통해 오늘날 인간의 존재 의미와 삶을 생각하게 만든다. 영원한 안식을 위해 떠나는 순례자를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고 평했다.

김용원, The recording of inner-side #4, 비단에 레이스 콜라주, LEC 패널, 30×80cm(×120cm), 2018. [사진=김경아 기자]
김용원, The recording of inner-side #4, 비단에 레이스 콜라주, LEC 패널, 30×80cm(×120cm), 2018. [사진=김경아 기자]

 

작가 김시원은 회화를 통해 직접적이고 촉각적인 방식으로 욕구를 탐지한다. 내면의 감각과 언어를 표면으로 끌어내어 유심히 관찰한다. 내가 나라고 느낄 수 있는 접촉 지점을 하나하나 탐색하고 그 점들을 연결하여 윤곽선을 그린다. ‘신체의 아웃라인과 그것을 넘어선 소녀’(2020)는 그 과정에서 탄생했다.

최근에 작업한 ‘매트리스 위의 구름’(2021) 연작은 그리드로 표현한 과거를 넘어 새 삶을 시작하려는 욕구를 드러낸다. 굵은 붓으로 휘감아 놓은 구름을 보며 누군가는 잊었던 꿈을 되살릴지도 모른다.

작가 김시원의 작업은 “순간순간의 접촉에서 발생하는 의미를 무시하지 않고 내면의 본질적인 물음과 연결하여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가는 일. 그것은 작가 개인의 과제를 넘어 우리의 과제이기도 하다. 마비된 몸을 깨워 소통할 수 있는 몸이 되어야 건강한 관계가 가능하다. 김시원의 회화는 온몸으로 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홍예지, “피부로서 회화: 새로운 자아 조직하기‘에서)

작가 김용원은 크고 작은, 촘촘하고 성근 망 구조의 천 조각을 재구성하고 중첩하여 먹그림에서 농담을 실현하고, 나아가 먹물이 종이 위로 스며들면서 번지는 선염법을 흉내 낸다.

그리하여 짙고 엷은 색의 천 조각이 중첩되면서 먹그림의 농담을 대신하고 하늘거리는 레이스의 끝자락과 천의 표면에 수놓은 무늬가 어울어지면서 수목을 대신한다. 배경 화면 그대로의 실크 패턴이 하늘과 수면을, 골짜기 사이로 흐르는 안개와 여백을 대신한다.

제40주년을 맞은 화랑미술제가 3월 17일 서울 지하철 학여울역 세텍(SETEC)에서 개막했다. 개막 하루 전날 열린 Vip 관람 참가자들이 전시된 미술품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제40주년을 맞은 화랑미술제가 3월 17일 서울 지하철 학여울역 세텍(SETEC)에서 개막했다. 개막 하루 전날 열린 Vip 관람 참가자들이 전시된 미술품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작업을 “자연을 보는 것은 그저 보는 것이 아니다. 자연과 내가 긴밀하게 만나지는 극적인 사건이다. 내 쪽에서 자연으로 건너가는 것과 자연에서 나에게로 건너오는 것이 충돌하면서 교감이 생기고 감동이 생긴다. 그 자체로는 형태도 색깔도 없는 이 교감, 이 감동에 작가는 실체를 부여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자기 내면을 건드리는 빛의, 바람의, 물의, 공기의 질감을 표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라고 했다.

역대 최다 143개의 한국화랑협회 회원 화랑이 참가하는 2022년 화랑미술제는 국내 상반기 첫 아트페어이다. 한국화랑협회의 143개 회원 화랑과 화랑미술제 운영위원회가 힘을 모아 더 많은 대중과 미술애호가들이 예술을 향유하고 즐기는 미술축제이다.  800여명의 작가가 4,000여점의 회화, 판화, 조각,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갤러리 FM, 갤러리 기체, 갤러리 다온, 갤러리 밈, 갤러리 위, 갤러리 자인제노, 갤러리 초이, 린파인아트 갤러리, 서정아트센터, 써포먼트 갤러리 등 신규 회원이 된 갤러리가 처음으로 참가하여 화랑미술제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