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항구의 최접점에서 국내외 선박들을 진두지휘하는 해양의 파수꾼들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수출입물량의 99.7%의 해운을 책임지는 도선사들이다.

이들은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항구에 입항하는 국내외 선박들을 제일 먼저 맞이하고 또 출항하는 선박들을 가장 마지막으로 배웅한다. 입출항하는 외국 선박에게 한국에 대한 첫인상과 마지막 인상을 주는 역할을 겸하여 그들 스스로 민간 외교관이라 자부한다.

한국도선사협회 조용화 회장. [사진=박경민 기자]
한국도선사협회 조용화 회장. [사진=박경민 기자]

도선사들을 대표하는 한국도선사협회 조용화 회장을 만나 코로나19에도 해양의 민간 외교관으로 도선사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는 경남 마산 출생으로 20여 년 넘게 승선 근무 후에 2004년도에 인천항 도선사가 되어 2021년 2월에 (사)한국도선사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 도선사라고 하면 조금 생소한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도선사는 어떤 일을 한다고 보면 될까요?

"도선사는 대형 선박을 안내하는 직업입니다. 항만을 보면 항계가 있는데 항계까지 선박이 들어오고 그 항계 내에는 법적으로 도선사의 안내를 받아야 합니다. 출항할 때도 마찬가지이고요. 소위 말해서 발레 파킹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면 일반인이 이해할 것입니다.

한국도선사협회 조용화 회장이 인천항에서 도선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화 제공]
한국도선사협회 조용화 회장이 인천항에서 도선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화 제공]

우리가 발레 파킹시켜 놓고 주차장에 나뒀다가 필요할 때 와서 또 차를 받아 가듯이 항계까지 선박이 오면 도선사가 승선해서 부두까지 안내하여 접안하는 거지요. 일반 선장들이 모르는 항구의 수심, 조류, 날씨 등을 확인하여 접안을 안내하는 것이 도선사의 역할입니다."

-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군요. 도선사는 언제부터 생겼나요?

"도선사는 파일럿이라고 합니다. 항공기 조종사보다 먼저 파일럿(Pilot)이라는 개념을 사용했습니다. 최근에는 구분하기 위해 마리타임 파일럿(Maritime Pilot) 또는 씨파일럿(Sea Pilot)이라고 합니다. 도선사 개념은 고대부터 있었고 2천년 이상 되었지요. 역사를 보면 장보고 장군 시절 그 이전에도 도선사의 역사가 있었어요. 고증을 좀 더 해봐야 하지만 삼국시대 이전부터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임진왜란 때도 이순신 장군은 해상을 잘 파악했기에 일본 전함을 물리쳤지요. 그렇듯이 그 지역 바다에 대한 해양 전문가가 다 있었던 거에요. 이순신 장군께서 그 지역 어부들의 이야기를 분석해서 작전을 짠 거예요. 장보고 또한 마찬가지예요. 이렇듯 도선사가 파일럿이라는 개념은 고대부터 있었고 2천 년 이상 되었지요."

-코로나19가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입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국내외 경제와도 도선사의 업무가 관련이 있을 듯합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제가 달고 있는 배지의 99.7%의 99.7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냐면 도선사가 처리하는 수출입 물량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데 남북분단으로 사실상 섬입니다. 우리나라 수출입 물량에서 비행기를 이용하는 0.3% 제외하고는 다 바다로 나가는 겁니다. 99.7% 물량이 선박으로 이동합니다. 우리 도선사가 이 일을 하고 있지요. 도선사가 허가를 안 하면 선박이 입출항을 못합니다. 코로나 확진 때문에 도선사가 선박 입출항을 못한다 하면 배가 못 들어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도선을 못 한 적이 없고 우리 한국 도선사는 다 입출해주었습니다. 얼마 전 이슈가 된 요소수 대란도 그렇구요. 도선사들도 의료진이 입는 방호복을 입고 배를 접안하고 이항해줍니다. 일전에 인천에 비바람이 엄청 불 때도 대기하다가 도선을 한 적이 있는데 이때도 안전에 만전을 기하며 도선업무에 임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을 99.7%를 맡고 있다는 책임감으로 어떠한 재난에도 도선 업무는 국민경제, 세계 경제를 생각하는 소명의식을 갖고 임하고 있습니다."

- 소명의식의 핵심은 안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그러한 것은 전체를 이롭게 하는 홍익직업의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선사들께서 안전업무 등에 어떻게 임하고 계시는지요?

"안전문제가 중요한 것은 최근에 수에즈 운하에서 선박 사고를 보면 알 수 있죠. 사고 후 1주일 동안 운하가 마비가 되었고 선박 사고로 인해 부두가 폐쇄되고 항로를 가로막게 되었지요. 이러한 사례만 보더라도 도선업무에서 안전은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안전도선은 선박사고 예방이고 선박사고 예방이 우선입니다. 도선사협회 지부, 지회에서 매뉴얼을 갖고 운영하고 5년마다 사고예방 교육과 보수교육을 합니다.

도선사는 외국 선박에게 한국에 대한 첫인상과 마지막 인상을 주는 역할을 겸하여 스스로 민간 외교관이라 자부한다. [사진=조용화 제공]
도선사는 외국 선박에게 한국에 대한 첫인상과 마지막 인상을 주는 역할을 겸하여 스스로 민간 외교관이라 자부한다. [사진=조용화 제공]

 

안전한 도선을 위해서 격주 업무를 하고 건강관리도 철저하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나 자신의 건강, 체력관리는 곧 안전한 도선 업무와 직결된다는 책임과 의무를 갖고 임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선박 종사자들을 만나는 처음과 마지막의 좋은 인상을 드리고자 하는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마음을 갖고 안전의식을 높이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홍익직업이기도 합니다.

- 해양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바람이나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해운업의 순위는 세계 8위로 세계 1위의 국가와 격차가 큽니다. 국내 해운 물동량의 30% 정도만 국내 해운사를 이용하고 나머지는 외국해운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덴마크의 머스크라는 컨테이너 회사는 전 세계 40~50% 점유율을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머스크의 비중이 30~40%입니다. 삼성이 우리나라 GDP의 20%인데 비한다면 해운회사의 영향력을 볼 수 있지요. 국민의 해양산업, 해양에 대한 인식에 따라서 그 국가의 해양산업이 발전하게 됩니다. 그 예로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덴마크 등을 들 수가 있습니다.

과거 장보고로부터 이어진 해양에 대한 인식이 국민에게까지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문화유산급으로 될 만한 인천에 갑문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작게 만들어진 관문을 박정희 대통령 당시 1974년 인천에 갑문 2개를 만들라는 지시로 만들어졌고 지금은 3만톤에서 7만톤까지의 선박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수출입의 물동량이 신속하게 수급되고 있습니다.

우리 도선사들은 자신의 책임을 다하여 세계의 흐름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해운의 흐름이 잘 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톱니와 같은 역할을 다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해운산업이 발전해야 국력이 강해지고 해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훈련이 됩니다. 지금까지 해양대학 졸업생들이 해운 물류 조선 이런 쪽에 상당히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해양업에 많이 와주길 바라며 미래와 세계를 리드하는 도선사에 많이 도전하기를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