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소퍼의 《성장 이후의 삶》(안종희 옮김, 한문화, 2021)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다. 위기에 처한 지구환경을 보면 인간이 지금 이대로 계속 살아간다면 아마도 공멸할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살기 위해 소비하는 방식으로는 우리의 삶이 기쁘지 않다.

환경론자들은 파괴되고 있는 생태계를 회복하려면 녹색기술과 재생 에너지 사용, 환경 복원, 산림녹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케이트 소퍼 지음 "성장 이후의 삶" 표지. [사진=한문화]
케이트 소퍼 지음 "성장 이후의 삶" 표지. [사진=한문화]

 

그러나 《성장 이후의 삶》에서 케이트 소퍼는 이런 기술적인 수단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동시에 번영에 대한 혁명적인 사고전환과 성장 중심의 소비주의를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나은 삶을 희생하고 쾌락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소비 형태를 바꾸는 것도 반대한다.

​그는 지나친 소비주의를 비난하기보다는 소비자의 각성을 지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케이트 소퍼는 “자본주의적 성장 경제와 그에 따른 소비문화의 자연적인 발전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런 발전이 인간 행복에 필요하다는 인식을 깨며, 이런 발전 없이도 인간은 더욱 번영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동시대의 풍요가 설령 모든 사람에게 확대되고 또 무한정 지속가능하다 해도 좋은 삶은 제시하는 모델로서는 거의 설득력이 없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서구식 생활방식에 따르는 불안, 건강 악화, 우울, 기타 질병과 이미 축소되거나 대체되어 미래에 상실할 수 있는 감각적, 영적 즐거움 때문이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케이트 소퍼는 먼저 진보와 번영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소비문화가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삶을 제공한다는 생각에 도전하고, 삶과 가치체계보다 중시되는 노동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시도를 약화하고, 모든 사람에게 더 느리고 여유 있고 탐욕적이지 않은 생활방식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 변화를 위해 저자는 대안적 쾌락주의를 제안한다. 대안적 쾌락주의는 이런 것이다.

대안적 쾌락주의는 조금 느리고 덜 소비지향적인 생활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얻는 즐거움을 깊이 성찰한다. 대안적 쾌락주의는 소비주의 생활방식이 무한히 지속가능하다 해도, 많은 이들이 이미 도달한 특정 수준 이상으로 인간의 행복과 웰빙을 증진하기 못한다는 생각을 전제한다. 대안적 쾌락주의는 소비문화에 대한 기존의 상반된 감정과 저항 속에 이미 존재하는, 소비주의 생활방식 이후의 매력을 주장할 수 있는 민주적인 토대와 합법화를 추구한다.

저자는 ‘좋은 삶’은 행복을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분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숭배하면서 일회용품을 끊임없이 소비하는 것은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우리의 미래를 파멸로 이끈다. 지구온난화와 다른 환경 재난의 변곡점을 피하기 위해 좀더 인간적이고 매력적이며 실행 가능한 접근법이 대안적 쾌락주의이다.

그리고 저자는 대안적 쾌락을 얻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이를테면 비행기와 자동차 등 교통수단 이용 줄이기, 거리 회복하기, 지역으로 가기, 물건: 없이 살고 자급자족하기, 인간이 아닌 것들과의 공존 등이다.

특히 저자는 영적인 소비를 강조한다. 영성의 초점은 특별히 인간 소비의 심리적이고 상징적인 측면을 존중하고 향상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케이트 소퍼는 진보와 번영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진=한문화]
케이트 소퍼는 진보와 번영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진=한문화]

“모든 사람이 품위 있는 생활 수준을 누리려면, 원칙적으로 물질적 재화에 대한 집착을 중단하고 영적인 만족을 더 많이 추구하는 방식으로 욕망(또는 비기본적인 필요)을 충족하는 것으로, 인간 번영의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필수품 제공이라는 더욱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축소함으로써 우리는 더 나은 보건, 더 많은 자유 시간, 더 느린 삶의 속도를 누리고, 이로부터 더 직접적인 감각적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성장 이후의 삶》은 기후위기에 대한 중요하고 긴급한 제안일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를 행복하게 할 삶에 관한 실제적인 비전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번영의 정치는 과도한 소비, 새로운 기계와 기기의 끝없는 축적, 우주 관광 여행 등을 통해 즐거움과 만족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지구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생활방식에 대한 실행 불가능한 가정에 기초한 다른 주장도 거부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생태사회주의자와 마르크스주의자는 좋은 삶에 대한 논의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노동운동이 지속적인 성장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는 노동, 소비, 인간의 만족에 대한 미래 비전과 장기적으로 일치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단기적인 경제적 목표와 환경정책을 재조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