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청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윤송현 씨는 2010년 청주시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복지정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에 눈에 들어온 것은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 북유럽 국가들이었다. 그러나 그가 먼저 만난 북유럽의 모습은 복지국가와 거리가 멀었다.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가 추위에 떨던 거리,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라스무스와 방랑자’ 속 텅 빈 마을… 그는 이야기로 먼저 만난 가난한 북유럽의 모습에서 궁금증이 생겼다. 

윤송현 지음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 표지. [사진=학교도서관저널 제공]
윤송현 지음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 표지. [사진=학교도서관저널 제공]

 

100년 전만 해도 척박한 환경의 가난한 농업국가였던 북유럽 국가들이 어떻게 50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복지국가가 되었는지 궁금해 그는 북유럽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가는 곳마다 도서관을 마주했다.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이뤄졌구나!’ 느끼는 순간 다시 또 북유럽으로 달려갔다. 사회복지 관계자들과 북유럽 복지 현장을 둘러보고,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북유럽 정치‧사회 현장을 둘러보고, 도의원들과 함께 교육현장을 둘러보고, 도서관 활동가들과 크고 작은 도서관들을 둘러보는 등 현장을 답사했다. 이렇게 탐방하고 고민한 것을 묶어 이번에 책으로 펴냈다.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 -북유럽 도서관과 복지국가의 비밀》(학교도서관저널)이 그것이다. 10여 차례에 걸쳐 80여 곳의 현장을 답사해 완성한 탐방기이자 사유와 성찰의 기록이다.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에서는 저자는 먼저 북유럽에서 만난 선진 도서관의 면면을 소개한다. 마을 한 가운데 있는 도서관, 중앙광장에 자리잡은 도서관, 방치된 도심 상가에 있는 도서관 등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도서관을 만나는 놀라움과 반가움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도서관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하여 '책 보관소'라는 인식이 강한 도서관의 이미지를 단숨에 바꾸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매력이다.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이들이라면 저자가 소개하는 도서관마다 가보고 싶어질 것이다. 또한 도서관 관계자라면 이런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한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의미가 있는데, 더 중요한 내용이 뒷 부분에 기다린다. 

책 2부에서는 ‘도서관, 리터러시, 복지국가’라는 다소 묵직한 주제를 다룬다. 그러한 도서관을 가능하게 만든 사회 시스템, 도서관이 가져온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변화에 더 주목한다. 유럽의 변방이던 북유럽이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었던 동력은 바로 도서관에 있었다. 북유럽 도서관 이야기를 도서관 영역에서 사회 전체의 영역으로 확장하여 도서관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도서관이 어떻게 복지국가의 플랫폼이 될 수 있는가를 촘촘히 짚어보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담론을 제시한다.

먼저 저자는 북유럽의 책 읽는 문화를 소개한다. 북유럽 국가들은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나라로 손꼽힌다. 북유럽 읽기 문화의 뿌리에서 시작하여 저자는 스웨덴 교육 개혁과 책 읽기, 덴마크 교육 개혁과 책 읽기, 핀란드 책 읽기 문화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북유럽 국가들은 왜 이렇게 책읽기를 중요하게 다룰까. 저자는 북유럽이 짧은 기간에 복지국가로 발전하고, 어려움 속에서 복지국가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도서관에서 길러진 높은 시민의식의 힘이라고 말한다. 높은 시민의식은 시민들의 책 읽는 문화, 높은 리터러시에서 얻어진 것이다. 2016년 세계 각국의 리터러시 수준을 조사한 연구 결과에서 핀란드가 1위를 기록하고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덴마크, 스웨덴이 그 뒤를 이었다. 읽기 자료만 평가했을 때는 싱가포르,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높은 순위를 기록했지만 읽기 평가 외의 요소들을 종합하면 모두 25위 밖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높은 리터러시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가? 이 책은 열린 교육제도와 잘 갖춰진 도서관 서비스, 시민의 문해력 간의 상관관계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도서관이 키운 리터러시의 힘이 복지국가를 지탱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도서관과 복지국가’라는 주제에 하나의 장을 할애하여 정리하였다. 북유럽 도서관을 탐방하면서 했던 사유와 성찰로 얻은 고갱이를 기록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고 생각할 과제를 여럿 던져 주는 대목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지자체마다 도서관을 많이 짓고 있고, 리모델링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도서관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의 논의는 거의 없다. 도서관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도서관은 왜 중요한가? 도서관은 어떠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저자는 도서관이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답한다. 한발 앞서 도전하고 혁신한 북유럽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복지정책의 요체는 정보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힘을 길러 민주시민 의식을 기르고(교육),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여 일어서고(자활), 변화하는 사회에 맞추어 자기의 역할을 찾고, 자존감을 지키는 노년을 보내고(노인복지, 시니어 일자리), 필요한 정보 접근을 통해 경력단절을 극복하고 사회에 참여하며(여성), 정보를 활용하여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역량을 길러주는(장애) 것’이며, 도서관은 이 모든 보편적 복지정책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오랜 시간 복지와 민주주의 관점에서 도서관을 바라보고 고민해왔으며, 도서관은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정책위원으로도 활동하며 충북 청주에서 아내와 함께 초롱이네도서관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