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지·이상민의 전시 “Public Vision”가 11월 6일부터 30일까지 스펙트럼갤러리(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211-22)에서 열린다.

전시는 감각 단위의 경험을 재연하는 박윤지와 이상민의 작업을 조명한다. 이들이 활용하는 전화기, 금속 소재의 조형물, 그리고 혼합 현실 스크린과 같은 매체는 그것의 창작자와 작품을 살피는 사람 사이를 잠재적으로 잇는 장치이자 사건으로 기능한다. 작가들의 작업이 매개하고자 하는 감각은 개인적인 시간 속에서의 시선(박윤지)과 가장 고립된 시공간 속에서의 사유(이상민)다.

전시 'Public vision' 포스터. [포스터=스펙트럼갤러리 제공]
전시 'Public vision' 포스터. [포스터=스펙트럼갤러리 제공]

 박윤지의 오브제 설치 작업 <sightseeing_current scene>(2021)의 금속 표면은 거울처럼 주변 환경을 비춘다. 시시각각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햇빛과 관람자의 동선에 따라서 작업이 반사하는 빛의 반짝임은 계속 모습을 바꾼다. 눈이 감지할 수 없는 순간에도 눈앞의 풍경은 변화하고 있다. 이때 관람자는 지금 당장 연속 발생하고 있는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지만, 그 찰나의 사건들은 쉽게 감지되지 않는다. 매일 마주하는 빛 그리고 현재라는 시간은 그것의 보편성과 반복성 때문에 종종 비생산적이고 비사건적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박윤지의 작업은 사건으로 가득 찬 생산적 시간과 역사적 서사의 바깥에 있는 감각을 조용히 담고, 또 반사하며 “Public Vision”의 전시 환경을 비추고 있다.

이상민의 설치 작업 <light that flickers when i think of death>(2021)는 작가가 죽음을 떠올릴 때 전화기가 울리는 작업이다. 전화벨이 울릴 때 작은 빛이 함께 깜박거린다. 언제 울릴지 알 수 없는 전화를 받게 될 이는 잠시나마 작가와 침묵의 대화를 나누게 되겠지만, 전시장이 닫힌 후 걸려온 전화는 수신자가 없는 상태에서 무용한 신호로 전시장을 채우게 될 것이다. 작가의 내적 상태를 암시하는 이 간헐적인 울림은 공적 공간인 전시장 안에서 처리하기 곤란한 어떤 신호가 된다.

<0%>(2021)는 전시에 함께 참여하는 박윤지의 작업에 대한 단상을 기점으로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감각의 경로를 탐색하는 작업이다. 이는 박윤지 작업의 빛나는 상상으로부터 떠올린 가정 공간의 침식, 그 가운데 피어오른 물 아지랑이의 비침을 상상하며 제작되었다. 작가는 머릿속에 그리는 장면을 타인에게 온전히 전하는 이상적 연결을 상상하지만, 그 현실적 불가능성에 부딪히는 경험을 이 작품에 담고자 했다. 작업에 등장하는 텍스트는 영화감독 김예솔비와 함께 쓴 한 편의 시로, AR/VR 환경 속에서 관객과 독자 사이를 오가는 시선을 중첩하고자 했다. 카메라가 실행되면서 ‘투명’해진 스크린은 닿고 싶었던 것으로의 경계를 흐리는 환영적 역할을 수행한다.

“Public Vision” 이 관해 기획자 임서진 씨는 “전시서문”에서 이렇게 소개한다.

“전시를 통해 그리는 공적 시각은 감각의 수신자가 자신에게 떠오르는 감각을 투영, 굴절, 반사하면서 이내 발신자가 되는 경로 안에 존재한다. 여기서 공적 시각은 부유하는 감각이 안착하기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형성된 전망과 상상이다. 그러므로 서사라는 매끄러운 형식으로 환원된 후 생성된 공적 시각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와 같은 공적 시각이 누울 자리인 공적 영역은 아직 이름 없는 감각이 존재하는 곳, 부정성으로부터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는 곳, 시와 시간에 자리를 내어주는 곳이다.”

임서진 씨에 따르면 1982년 뉴욕의 화이트 칼럼스(White Columns)에서 열린 동명의 전시 또한 공적 시각과 자아(self)의 관계를 더 뚜렷하게 가시화하고자 했다. 일부 작업은 여성의 모습과 여성의 욕망으로 추정되는 시각적 표상이 공적인 장에서 통용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며 시각과 관람자를 초월적 대상이 아닌 사회적 구성체로 바라보도록 했다. 전시는 관람자에게 이미 자연스러운 이미지, 언어, 자아가 아닌 것들에게 열린 공간으로서 만들었다.

2021년도의 “Public Vision” 또한 작은 공적 영역으로서 지금 필요한 열린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전시는 완결되지 않은 시선과 파편적인 주체성의 감각을 섣불리 서사화하기보다, 번역의 행위를 거듭하는 중에 타인과의 접점을 찾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이들 두 명의 작가가 제안하는 감각은 엄격하게는 개인에게 귀속될 것이지만, 그것은 또 다른 개인의 시선과 사유에 닿기 위한 방법으로 나아가며 새로운 공적 시각과 공적 영역을 만들 가능성을 제시한다.

작가 박윤지는 영상과 사진, 설치를 주된 매체로 사용하여 빛과 시간, 그리고 삶의 관계에 대해 탐구한다. 2018년 아카이브 봄에서 첫 번째 개인전 《white nights》, 2019년 공간 사일삼에서 두 번째 개인전 《tomorrow》, 2020년 OCI 미술관에서 세 번째 개인전 《past present》, 2021년 성북예술창작터 윈도우갤러리에서 네 번째 개인전 《underwater》를 열었다.

이상민은 기획을 구상하거나 영상을 만들거나 타인의 작업을 돕는 노동자로서 활동한다. 미미하고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재현할 수 없는 순간과 존재들에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담아내기 위한 적합한 매체를 탐구하는 방식을 중력삼아 여러 동떨어진 분야를 횡단한다. 온라인 시 플랫폼 《시홀》(2020)을 기획했으며, 연출작 <7011>(2020)은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새로운 선택상을 받았다.

■전시개요

전시제목 : 《Public Vision》

참여작가 : 박윤지, 이상민

기획: 임서진, 협력 기획: 안영은

그래픽 디자인: 미아박

전시기간: 2021.11.06 (토) - 11.30 (화)

관람시간: 12:00 - 19:00 (일, 월 휴무)

전시장소: 스펙트럼 갤러리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211-22)

후원: 스펙트럼 갤러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