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저는 도전을 절대 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의 저는 도전으로 가득 찬 삶을 살고 있어요. 그 전의 삶도 나름 재미있었지만, 그때의 삶이 1차원의 세상이었다면 지금은 10차원의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고 있어요. 훨씬 인생이 재미있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넌 인생을 참 재미있게 산다.’고 해요.”

4년 전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자유학년제를 마치고 도전으로 가득 찬 삶으로 바뀐 김규리 학생(국민대 1). [사진=강나리 기자]
4년 전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자유학년제를 마치고 도전으로 가득 찬 삶으로 바뀐 김규리 학생(국민대 1). [사진=강나리 기자]

올해 국민대학교 영상디자인학과에 입학해 코로나19상황 속에서 1학년을 보내는 김규리 학생(22세)을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만났다. 시원시원한 말투였고 가끔씩 웃으면 반달눈에 보조개가 생기며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는 게 색으로 치면 초록색 느낌의 청년이다.

“저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대학에 왔기 때문에 입학한 것만으로도 너무나 좋았어요.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수업이 진행되어 누리지 못한 게 많아 아쉽죠. 하지만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서 배웠기 때문에 최선의 방향을 찾아 올해를 보내고 있어요. 재미있는 일도 많고 행복하게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죠.”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만난 김규리 학생. [사진=강나리 기자]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만난 김규리 학생. [사진=강나리 기자]

김규리 학생은 자신의 삶은 벤자민학교 이후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공부를 잘하던 규리 학생은 고등학교 1년을 자율형사립고등학교에서 다녔다. “4월 어느 날 수업시간에 중학교 2, 3학년때 쓴 다이어리를 들쳐보니 온통 공부이야기이고 제 삶은 없더라고요. ‘초등학생 때는 좋은 중학교를 위해, 중학생 때는 좋은 고등학교를 위해 살았고 이제는 좋은 대학을 위해 사는 구나. 앞으로도 사회가 원하는 기준을 쫓다가 삶을 마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의 10대를 수능에만 바치기에는 한번 뿐인 내 인생이 너무나 아까웠죠. 자퇴를 선택한 게 첫 도전이자 용기였어요.”

부모님은 결사 반대였다. ‘공부를 안 해도 좋으니 졸업만 하자’고 하는 부모님을 모두 설득하기 어려워 우선 어머니를 설득했다. 다음해 1월 자퇴한 규리 양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선택했다. “벤자민학교가 대안학교들 중에서 제일 자유로웠고 시험도 없기 때문에 1년의 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벤자민학교에 다니는 동안 도보 국토대장정,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하고 마라톤을 했다. “제가 체력이 좋지 않아 시작했어요. 자신감도 자존감도 낮았기 때문에 여러 도전을 통해 성공하는 경험을 쌓고 싶었죠. 그런 크고 작은 도전들이 쌓여서 지금의 김규리를 만든 것 같습니다. 체력은 덤으로 좋아졌죠.”

규리 학생이 한 벤자민프로젝트 중 독특한 것은 ‘거절당하기’였다. “TED강연 중에서 나약한 자신을 극복하려고 100가지 거절당하는 프로젝트를 했다는 강연을 보았어요. 저도 아는 사람들과 있을 때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쭈구리’가 된 적이 많았어요. 그걸 극복하고 싶었죠. 저는 21가지를 했어요. 덕분에 어딜 가도 꿀리지 않는 자신감과 당당함을 얻었습니다.”

거절당하기 위해 길가는 사람에게 점심을 먹자고 해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해보았고, 패스트푸드점이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안 될 만한 일을 제안해 거절당하기도 했다. “한번은 아파트관리사무소에 가서 안내방송을 해도 되느냐고 문의했는데, 거절하지 않으시고 그냥 시켜주셨어요.(하하)”

(위 왼쪽부터) 김규리 양의 도전. 2016년 여름 국토종주, 친구와 홍콩여행,한국청소년 오지탐사대 2차 선발 (아래 왼쪽부터) 2016년 한일 벤자민학교 부산 워크숍 캠프, 현재 국민대학교에서. [사진=본인 제공]
(위 왼쪽부터) 김규리 양의 도전. 2016년 여름 국토종주, 친구와 홍콩여행,한국청소년 오지탐사대 2차 선발 (아래 왼쪽부터) 2016년 한일 벤자민학교 부산 워크숍 캠프, 현재 국민대학교에서. [사진=본인 제공]

늘 부모님과 함께하던 여행 대신 친구들과 계획해서 홍콩여행을 가기도 했다. “덕분에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었죠. 시야도 넓어져 세상이 두렵지 않게 되었어요. 나중에 미국에서 일하고 싶고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계획도 세울 수 있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벤자민학교에서 뜻밖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았다. 벤자민 프로젝트 할동을 기록하기위해 영상을 찍고 편집할 기회가 많았다. 그 과정이 재미있고 적성에 맞아 진로를 선택했다. “제가 좋아하는 사진과 음악 등이 하나로 모여 있더군요. 벤자민학교에서 배운 뇌교육 과정을 통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스스로 방법을 창조하는 경험을 많이 했죠. 영상제작 전문프로그램도 유튜브를 통해 독학했어요.”

자신의 적성을 살려 졸업 후에도 여러 도전을 했다. 한국청소년 오지탐험대에서 촬영대원으로 일본 북알프스(혼슈 기후현岐阜県·도야마현富山縣·나가노현에 걸쳐 있는 산맥) 3,190m 정상까지 2주간의 여정을 영상에 담았다. “대원들과 부대끼면서 고난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고 무엇보다 큰 산에 오르면서 아무리 큰 목표라도 그냥 한 걸음씩 꾸준하게 걸어 나가면 못할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해 10월 인터넷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기업에 인턴으로 입사해 영상편집을 했다. “당시 돈도 벌고 해외출장을 가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프로젝트 기획에도 참여하면서 많은 걸 배웠죠. 하지만 제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더 많은 걸 배워야겠다고 6개월 만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2018년 7월 그는 충무로영화제에서 자원봉사자로서 영화제 현장의 전 과정을 촬영하여 편집하면서 영화에 애정을 갖게 되었다. 이때 만난 자원봉사자 중 지금 학교 선배인 동료가 지나는 말로 “대학에 가서 한번 배우면 어때?”라고 했을 때 대학을 진학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제가 고등학교 자퇴를 한 후에 공부에 대한 관심이 없다가 정말 간절하게 배우고 싶은 게 생긴 거죠.”

김규리 학생은 자신이 디자인해서 당선된 과점퍼를 입고왔다.
김규리 학생은 자신이 디자인해서 당선된 과점퍼를 입고왔다. "ENTD는 영상디자인의 약자입니다. 입학할 때는 물음표로 시작했지만 나갈 때는 느낌표로 나가자는 뜻입니다." [사진=강나리 기자]

그 후 3개월 간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과에 수시지원을 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그래도 2019년 1월부터 미대입시학원을 다니며 영상관련 학과에서 명문으로 손꼽히는 3개 대학을 목표로 무척 치열하게 수능을 준비했다.

규리 양은 “당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끊으려고 휴대폰을 2G폰을 사용했어요. 세상과 단절하고 휴대폰에 빼앗겼던 시간을 온전히 수능에 몰두했어요. 철저하게 시간 관리를 하며 체력도 관리했죠. 다시 그렇게 하라면 못할 것 같아요.”라며 씩 웃었다.

그는 입시과정에서 체력을 키우고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스스로 격려하며 하루하루 성장했다. “벤자민학교에서 뇌교육으로 단련이 되었죠. 제가 원하는 게 있으니 힘들어도 이루어낸 경험을 국민대학교에 입학한 후 합격수기로 제출해서 1등을 했어요.”

국민대 웹진 ‘uniK’에 소개된 그의 수기 제목은 ‘합격이 아닌 ’입시‘과정으로 자존감을 쌓다-학교 밖에서 찾은 꿈 이루기 위한 혹독한 입시과정’(https://url.kr/KSlNtu)이다.

국민대 웹진에 소개된 김규리 양의 합격수기. [사진=본인 제공]
국민대 웹진에 소개된 김규리 양의 합격수기. [사진=본인 제공]

“사실 제게 많은 운이 따랐어요. 수능점수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항상 지원자가 많은 학과가 올해 예년에 비해 조금 덜 치열했고, 2차 실기과제가 기존 출제형식과 달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형태로 출제되었어요. 미대입시경험이 짧아 섬세한 묘사력으로는 부족했죠. 하지만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준비가 되어 있으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앞머리는 풍성하지만 뒷머리는 대머리이다. 미리 준비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어도 자칫 놓치면 다시 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김규리 학생은 자신처럼 길을 찾아갈 후배들에게 “입시는 전쟁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배우고 싶은 것이 생기면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하지만 벤자민학교에서 배웠던 것이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길을 개척해도 좋고, 학교에서 배움을 확장해나가도 좋습니다. 그냥 해보는 것이 정말 좋은 방법이죠. 제 조언도 듣지 마세요. 답은 여러분 안에 있어요.”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온‧오프라인 수업과 과제뿐 아니라 수시로 생기는 외주 영상아르바이트도 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 매일 매일이 흥미진진하고 새롭다.

김규리 양은 후배에게
김규리 양은 후배에게 "진로에 대해 제 조언도 듣지 마세요. 답은 여러분 안에 있어요."라고 했다. [사진=강나리 기자]

꿈꾸는 미래는 무엇일까? 김규리 학생은 “계속 제 자신을 발전시키고 스스로에게 당당한 그런 호연지기 기운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영향력을 키워 세상을 더 나은 곳을 만드는 데 디자이너로서 기여하고자 합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