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기 전반 경주 황남동 제 120호-2 고분에 매장된 무덤의 주인은 금동관을 쓰고 금 드리개를 늘어뜨리고, 금동신발을 신었으면 금 귀걸이와 가슴걸이, 은 허리띠와 구슬 팔찌, 은반지 등으로 화려하게 성장盛裝한 상태로 누워있었다.

경주 황남동 제120-2호 고분에서 금동관부터 금동신발까지 성장한 모습 그대로 출토되었다. [사진=문화재청]
경주 황남동 제120-2호 고분에서 금동관부터 금동신발까지 성장한 모습 그대로 출토되었다.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지난 5월 27일 매장된 시신이 있는 자리에서 금동신발과 금동 달개(瓔珞, 영락) 일부가 발견된 경주 황남동 120호 고분을 추가로 정밀 발굴 조사했다. 그 결과 머리부터 발치까지 전신에 착장했던 금동관 등 장신구 일체가 나왔다.

문화재청은 3일 오후 2시 문화재청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댓글로 제시된 궁금증에 대해 학예연구사들이 실시간 답변했다.

이번 발굴에서 경주지역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에서 피장자가 신발을 착장한 사례가 확인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또한 피장자의 장신구를 착장상태 그대로 노출시켜 공개한 것도 처음이다. 관과 귀걸이, 가슴걸이, 허리띠 팔찌, 반지, 신발이 일괄로 출토된 것은 황남대총 발굴(1973~1975)이후 처음이다.

발굴된 금동관은 현재까지 출토된 경주지역 금동관 가운데 가장 화려하다. 금동관 아랫부분에 머리에 관을 쓸 수 있도록 둥글게 만든 띠인 관테가 있고 그 위에 3단의 나뭇가지모양 세움장식(=수지형 입식) 3개와 사슴뿔모양 세움장식(=녹각형 입식) 2개를 덧붙여 세웠다. 관테에는 거꾸로 선 하트모양 장식용 구멍이 질서정연하게 배치되어 있고, 나뭇가지모양 세움방식 끝 부분에도 거꾸로 선 하트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다.

(시계방향으로) 경주 황남동 120호분 일원, 금동관 금드리개 금귀걸이 노출모습, 오른팔 은팔찌 및 구슬팔찌 노출 모습. [사진=문화재청]
(시계방향으로) 경주 황남동 120호분 일원, 금동관 금드리개 금귀걸이 노출모습, 오른팔 은팔찌 및 구슬팔찌 노출 모습. [사진=문화재청]

또한 관테에 굽은 옥(=곡옥)과 금구슬로 이루어진 금 드리개가 양쪽에 달려 있다. 관테와 세움장식 사이에 ‘ㅜ ㅗ’모양의 무늬가 뚫린 투조판이 있고 세움장식 상단에도 투조판의 흔적이 일부 확인되었다. 해당 투조판이 관모인지 금동관을 장식하는 용도였는지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할 과제가 있다. 투조판이 관모인 경우에는 경주 돌무지덧널무덤 피장자가 관과 관모를 동시에 착장한 첫 사례이고, 투조판이 관을 장식한 용도인 경우 현재까지 출토된 사례가 없는 새로운 형태의 관이다.

금동관 아래에는 금으로 만든 굵은고리귀걸이 1쌍과 남색 구슬을 4줄로 엮은 가슴걸이가 확인되었다. 그 아래에 은 허리띠와 허리띠 양 끝부분에 4점이 묶음을 이룬 은팔찌, 은반지도 확인되었다. 오른팔 팔찌 겉면에는 1mm내외의 노란색 구슬이 500점 넘게 출토되어 작은 구슬로 이루어진 구슬 팔찌를 은팔찌와 함께 끼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은반지는 오른손에 5점, 왼손에 1점 출토되었는데 왼손 부분을 완전히 노출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더 출토될 가능성도 있다. 천마총의 피장자처럼 각 손가락마다 반지를 꼈을 가능성도 있다.

경주 황남동 120-2호 고분에서 발굴된 금동신발. [사진=문화재청]
경주 황남동 120-2호 고분에서 발굴된 금동신발. [사진=문화재청]

금동신발은 ‘ㅜ ㅗ’모양의 무늬를 번갈아가며 뚫은 앞판과 무늬를 새기지 않은 사각의 방형판으로 마감한 뒤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로 1960년 의성 탑리 고분에서 비슷한 형태의 금동신발이 출토된 바 있다.

금동관 중앙부에서 금동신발 뒷꿈치까지 길이가 176cm로, 피장자의 키는 170cm내외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 신라왕경사업추진단은 과학적 분석을 통해 피장자의 성별 등 포함 추가로 더 밝힐 수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은 허리띠의 드리개 연결부가 삼각 모양인 점, 부장칸에서 출토된 철솥의 좌우에 고리자루 모양의 손잡이가 부착된 점 등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새 자료가 많아서 추후 종합적 연구가 이루어지면 다양한 논의가 더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