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사는 한반도에서 최약체였던 신라가 약진하던 진흥왕 14년(553년) 경주에 창건되어 오랜 시간 변화를 거듭해 신라 최대의 사찰이 되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디지털로 복원한 황룡사 중문. 지금은 사라진 문화재를 유적현장에서 증강현실을 통해 관람할 수 있는 최초의 사례이다.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디지털로 복원한 황룡사 중문. 지금은 사라진 문화재를 유적현장에서 증강현실을 통해 관람할 수 있는 최초의 사례이다. [사진=문화재청]

선덕여왕 14년(645년)에는 ‘황룡사지 9층 목탑’을 세워 신라의 자부심을 나타냈다. 자장율사의 건의로 만든 9층 목탑은 주변 9개 나라(일본, 중화, 오월, 탁라, 응유, 말갈, 단국, 여진, 예맥)를 각각 뜻하며, 이들 나라의 침략을 누르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자 호국불교의 산물이다. 그러나 몽골침입으로 고려 고종 25년(1238년) 모두 소실되어 황룡사지 터만 남았다.

지난해 8월 서울 4대문 중 서쪽 문인 ‘돈의문’을 디지털로 복원한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경주시와 함께 이번에 사라진 ‘황룡사’ 일부를 증강현실 디지털 기술로 복원하였다. 이는 고대 건축유적의 실물복원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것으로,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의 하나이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문화재를 디지털로 구현한 것으로 이번에는 건축물을 구성하는 부재 하나하나를 구현해 세부적으로 표현했다. 추후 황룡사지를 방문하는 관람객은 현장에서 대여하는 태블릿PC를 이용해 내부까지 들어가 볼 수 있도록 실제 건축물 크기로, 정확한 위치에서 체험하도록 증강현실로 복원한 최초의 사례이다.

현재 디지털 복원을 마친 부분은 최전성기 가장 크고 화려했을 통일신라 시기 황룡사의 중문과 남회랑이다. 황룡사의 가람배치는 남문을 시작으로 북쪽에 중문, 목탑, 금당, 강당이 자리했다. 중문 양쪽에는 남회랑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복원한 중문의 크기는 가로 26.4m, 세로 12.6m이며, 남회랑의 길이는 중문포함 272.5m로 웅장하다. 2018년 3월~ 8월까지 1차 완성한 제작물을 2019년 8월~2020년 7월까지 보완해 완성했다.

황룡사 중문 및 남회랑 증강현실 복원모습. [사진=문화재청]
황룡사 중문 및 남회랑 증강현실 복원모습. [사진=문화재청]

특히 중문은 2층 규모의 우진각 지붕(건물 네 면에 모두 지붕이 있는 형태) 건물과 1층 규모의 맞배지붕(책을 엎어놓은 지붕)형태, 2 가지 모습으로 구현했고, 남회랑도 중문에 맞춰 2가지 형태로 만들었다.

이번 디지털복원의 특징은 관람자가 실제 건물을 드나들며 둘러보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현실감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체험자와 건축물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여 원근감을 최대한 살리고, 시간대에 따른 그림자를 계산했으며, 재질을 다양화해 건물을 안과 밖을 넘나들며 체험하는 것처럼 최대한 살려 황룡사를 실제로 거니는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 한욱 연구관은 “2층 건물 형태를 체험할 경우 계단 위치에서 테블릿PC화면을 터치하면 2층에서 둘러보는 경험을 할 수 있고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내려다보다 상황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기존 GPS기술 대신 마커 인식과 카메라 위치추적 기능을 활용해 건물이 정확한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도록 위치정합성도 확보했다.

현재 황룡사 중문지 현황. 실제 건물이 있던 유적지의 정확한 자리에 디지털로 복원된 건물을 볼 수 있게 된다. [사진=문화재청]
현재 황룡사 중문지 현황. 실제 건물이 있던 유적지의 정확한 자리에 디지털로 복원된 건물을 볼 수 있게 된다. [사진=문화재청]

향후 경주시와 협의해 태블릿PC대여는 물론 ▲황룡사지 출토 유물을 활용한 보물찾기 ▲ 발굴유적 관람 ▲ 사계절 배경 적용 ▲ 건물 확대보기 ▲ 황룡사를 배경으로 한 인생샷 촬영 ▲ 전자우편 전송서비스 ▲ 건축과정의 애니메이션 영상 ▲ 건축부재 설명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건축유적 복원의 새로운 방법을 통해 문화유산의 가치 회복과 국민의 체험기회 확대에 이바지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오는 2024년까지 황룡사 금당을 복원하고, 추후 강당과 목탑도 디지털로 복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