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한부 작가가 기록한 생의 마지막 여정 “굿바이”
한 시한부 작가가 기록한 생의 마지막 여정 “굿바이”
  • 정유철 기자
  • npns@naver.com
  • 승인 2020.07.14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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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굿바이"(한문화 간)

조 하몬드가 처음 넘어진 것은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줄 때였다. 사람이 모이자 길 가장자리로 물러서려는 그는 통나무 쓰러지듯 넘어졌다. 아들은 그날 이후로 아버지 조가 넘어지는 모습을 꽤 자주 봤다.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살며 조는 작가이자 극본가로 소외계층의 젊은이들, 자선단체와 함께 극단을 운영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힘썼다. <Where the Mangrove Grows>를 씨어터503에서 공연하며 런던 프로덕션에 데뷔했고, 후에 책으로 출판하였다. 그러나 조가 자주 넘어지면서 가족의 일상이 180도 달라진다.

2017년 11월 운동신경질환을 진단받은 조 하몬드는 쇠락해가는 몸을 지탱하며 자신의 삶을 기록하여 2019년 9월 5일 '굿바이'라는 책을 펴내고 그해 11월30일 삶을 마감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2017년 11월 운동신경질환을 진단받은 조 하몬드는 쇠락해가는 몸을 지탱하며 자신의 삶을 기록하여 2019년 9월 5일 '굿바이'라는 책을 펴내고 그해 11월30일 삶을 마감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6개월 정도 포르투갈 중부의 산간지방에 살고 있었던 그때 병을 진단받았고, 우리는 완전히 바닥까지 떨어졌다. 소나무와 유칼립투스 사이로 떨어져 이리저리 나무에 부딪히고, 덜커덕거리며, 잎사귀에 쓸렸다. 18개월 된 아기와 6살 난 소년과 엄마와 아빠가 다 함께 옆으로 구르고, 여기저기 튕기고, 미끄러졌다. 상당한 속도로 산비탈에서 1킬로미터 넘게 떨어졌는데도 어디 하나 베이거나 까진 곳이 없이, 외상을 전혀 입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눈에 보이는 상처는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상처는 내면에 입었다. 실망과 충격 그리고 슬픔.”

병명은 운동신경질환, 근육을 조절하는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손상되는 희귀성 난치병이다. “장애를 대비하는 일은 처음 가는 휴가지에 어떤 옷을 챙길까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은 한두 시간 정도, 일시적으로 장애인의 삶을 정찰하는 중이다. 이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 팽창하는 나만의 세계에 존재하는 경험을 하는 거다. 내가 곧 알게 될 그 세계를 미리 느껴볼 수 있어서 기쁘다. 우리 가족의 삶을 멀리서 바라보게 될 순간을 대비할 수 있으니까. 그때가 되면 이전에도 가족들을 멀리서 지켜봤던 적이 있었다고 떠올리겠지. 광대로, 주인공으로, 청어로.”

그는 5일 동안 울었다. “5일간의 울음바다 끝에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차분하고 편안한 감정을 느꼈다. 손바닥 위에 나 자신을 올려놓고 조그마한 내 인생을 1그램 단위까지 정확하게 잴 수 있었다. 그 어두운 날들을 지내며 나 자신에 대해 알게 되었다. 평온함을 느꼈다. 상실에 귀를 기울이자 내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마치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너무 작아서 어두운 배경 앞에서야 눈에 보이는 선물을. 잃어버렸던 뭔가를 되찾은 것 같았다.”

조는 2017년 11월에 운동신경질환을 진단받고 쇠락해가는 몸을 지탱하며 자신의 삶을 기록했다.

“내 모든 관심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죽어나는 내 몸과 함께하는 것, 그 과정을 글로 쓰는 것에 있다.”

쉽지 않은 몸이었다. “내 몸을 글을 쓰기 위한 상태로 조정하는 것은 레몬을 압착기에 대고 눌러서 남아 있는 즙을 짜내는 일과 비슷하다. 그냥 의자에 앉아 글을 쓰면 되는 게 아니다. 나는 의자에 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의자를 빠져나올 수가 없다.”

그는 부모의 이혼, 이혼한 부모와의 함께 살아온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때의 생활과 느낌을 적기도 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날마다 조금씩 잃어가는 몸의 기능, 그리고 상실이 다한 미래를 상상하기도 한다.

“가끔 상상의 조각들이 다가올 미래를 상기시킨다. 내가 이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순간에 대해 생각한다. 몸은 그저 무거운 껍데기에 불과하고, 남은 것은 모두 내면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도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 의사소통이 가능한 지금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것은 그때도 괜찮을 거라는 말뿐이다.”  

조 하몬드의 책 '굿바이'는 두 살, 일곱 살 어린 두 아들을 두고 떠나는 아빠가  두 아들을 위해 남기는 회고록이자 작별인사이다.  [사진=김경아 기자]
조 하몬드의 책 '굿바이'는 두 살, 일곱 살 어린 두 아들을 두고 떠나는 아빠가 두 아들을 위해 남기는 회고록이자 작별인사이다. [사진=김경아 기자]

 조가 언론에 주목받는 일도 있었다. 2018년 9월 〈가디언〉에 기고한 ‘두 아들을 위해 쓴 33장의 생일카드에 관한 이야기’는 많은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기사에 댓글난이 있었는데 독자들은 내가 어떻게 33이라는 숫자를 도출해냈는지 추론하며 실마리를 찾고 있었다. 그런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거라고 기대한 적은 없었지만, 아마도 그것이 미래를 예상하는 일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마음을 동요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결국 지미의 네 번째, 톰의 여덟 번째 생일카드부터 시작했다. 내 몸이 쇠락해가는 추세를 볼 때 내 예상은 정확했으며, 내 몸의 쇠퇴에 관한 한 내가 최고의 권위자이자 전문가임을 다시 한 번 스스로 증명해냈다.”

이렇게 기록하여 그는 책으로 남겼다. 〈굿바이〉는 두 살, 일곱 살 어린 두 아들을 두고 떠나는 아빠가 두 아들을 위해 남기는 회고록이자 작별인사이다. 2019년 9월 5일에 출간하고 그해 11월 30일, 그는 가족의 품에서 평온하게 생을 마쳤다. 그의 나이 50세였다. 조 하몬드의 <굿바이>는 2019년 가디언이 주목한 책으로 국내에서는 올해 한문화가 번역해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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