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엄마는 엄마라서 행복하다고? 초보 엄마들의 ‘진짜’ 속마음은 불안하고 두렵다. 그것을 어디서도 누구와도 말하기 힘들다는 게 더 문제다. 초보 엄마가 불안하고 두려울 때마다 속마음을 털어놓고 도움을 주는 멘토는 어디에 있을까. 캐런 클라이먼이 쓴 『너무 사랑하지만 힘든 걸 어떡해』(한문화)는 초보 엄마에게 멘토같은 책이다.

캐런 클라이먼이 쓴 "너무 사랑하지만 힘든 걸 어떡해"는 초보 엄마에게 멘토같은 책이다. [사진=김경아 기자]
캐런 클라이먼이 쓴 "너무 사랑하지만 힘든 걸 어떡해"는 초보 엄마에게 멘토같은 책이다. [사진=김경아 기자]

 

 

이 책은 초보 엄마라면 누구나 경험하지만 입 밖으로 쉽게 꺼내지 못했던 생각과 감정을, 상처받기 쉽고 감정적으로 약해진 초보 엄마들의 불안한 마음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그것은 저자가 산후 우울증 전문가로 왕성하게 활동한 결과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저자인 캐런 클라이먼은 여러 나라에 널리 알려진 산후 우울증 전문가로, 1988년에 출산 전후 우울증과 불안증 치료와 교육을 담당하는 ‘산후 스트레스 센터’를 설립하여 출산 여성과 그 가족을 치료해오고 있다. 최근 출산 이후 산욕기에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인 생각을 정상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자는 움직임이 힘을 얻자, 저자는 그림 작가인 몰리 매킨타이어와 함께 ‘모든 엄마는 엄마라서 행복하다’는 신화를 깨기 위해 ‘#속마음을털어놔요(#speaksecret)’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온라인 캠페인을 통해 많은 초보 엄마가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미처 말하지 못했던 두려움을 용기 내어 표현했다. 두 저자는 그녀들의 불안한 마음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만화로 담아냈다. 『너무 사랑하지만 힘든 걸 어떡해』는 만화같은 책이라서 보고 이해하기 쉽다. 먼저 60개의 상황에서 초보 엄마가 하는 말을 보여주고, 이어 말풍선으로 초보 엄마가 표현하지 못한 속마음을 보여준다.

남편 : 뭐 필요한 거 없어?
아내 : 아니, 괜찮아.

말풍선(속마음): 따뜻한 집밥이 먹고 싶어, 샤워도 하고 싶고. 내 시간이 필요하다고. 잠도 좀 자고 싶고. 내가 얼마나 힘든지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인정받고 싶어. 격려가 필요하다고!

이 두 내용을 비교하면 초보 엄마의 말과 속마음이 얼마나 다른지 놀랄 것이다.

"너무 사랑하지만 힘든 걸 어떡해"는  60개의 상황을 만화로 소개하고 상황마다 전문가의 간단명료한 조언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써 볼 생각 노트가 마련되어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너무 사랑하지만 힘든 걸 어떡해"는 60개의 상황을 만화로 소개하고 상황마다 전문가의 간단명료한 조언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써 볼 생각 노트가 마련되어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이렇게 속마음이 다른데, 남편이나 주위 사람들이 초보 엄마가 하는 말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그에 따라 응대한다면 서로 실망하고,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가 조언해준다. 가볍지만 진지하고, 따뜻하지만 입에 발린 위로는 하지 않는다.

앞의 ‘아니, 괜찮아’라고 말하는 아내에게 전문가는 어떤 조언을 할까.

“초보맘에게 필요한 것

아기가 태어나면 생활이 180도 바뀐다. 피로와 기쁨과 불안이 공존하고, 불쑥불쑥 찾아드는 경이로움과 걱정으로 가득 찬 나날이 이어진다. 기운이 있을 때는 벅찬 감정으로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도 하지만, 그러다 그 사랑을 밀어내고 파고드는 두려움에 놀라기도 한다. "뭘 도와줄까?" 혹은 "뭐 필요한 거 없어?" 같은 질문을 받으면 혼란스럽기만 하다.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자신도 잘 몰라서 쉽게 대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잠잘 시간을 원한다. 작은 도움이 내면의 힘을 강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받으면 회복력이 생기고 불안이 완화된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하라.”

이제 아내가 할 일은 첫째, 속마음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세 명은 누구인가, 적어보라. 둘째, 그들에게 말하라. “내가 원하는 건, 내가 필요한 건....”

친구, 가족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팁도 있다.

“‘도와줄까?’하는 물음에 그녀가 ‘아니’, ‘괜찮아’라고 대답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물어보라. 이번엔 막연히 묻지 말고 하나를 꼭 집어 물어보라. 그녀가 좋다고 하면 바로 그걸 도와주라.”

이렇게 이 책에는 60개의 상황을 만화로 소개하고 상황마다 전문가의 간단명료한 조언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써 볼 생각 노트가 마련되어 있다.

“전문가의 조언에서는 만화에서 묘사한 문제를 명확히 정리하며 상세히 설명했고, 생각 노트에 제시된 치유법은 효과가 검증된 것인 만큼  행복을 되찾는 시작점으로 활용하기 좋을 것이다.”

막 초보 엄마가 된 혼란스러운 심리, 남편이나 가족들과의 관계에서의 어려움, 초보 엄마가 겪을 수 있는 정신건강의 문제, 영혼을 산산조각 낼 만큼의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내고 자존감을 찾아가는 모습을 10개의 장으로 보여준다. 산후 우울증, 산후 불안장애, 강박장애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솔직하면서도 잠재적 심각성을 떨어뜨리지 않고 다루며 엄마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좋은 엄마 콤플렉스’를 잊으라는 게 초보 엄마에게는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정답도 없는 좋은 엄마 기준에 맞추느라 전전긍긍하지 말라. 태어날 때부터 엄마인 사람은 없다. 힘들어하는 당신이 이상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아기만이 아니라 자신도 잘 돌보라고.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좋은 엄마다! 그러니 닥친 상황을 쿨하게 받아들이자.

캐런 클라이먼 지음, "너무 사랑하지만 힘든 걸 어떡해". [사진=한문화]
캐런 클라이먼 지음, "너무 사랑하지만 힘든 걸 어떡해". [사진=한문화]

 

 

초보 엄마 당신 자신을 우선시하는 것이 다른 사람 눈에는 이기적이거나 무신경하게 비칠 수 있다. 선을 정하자. 당신 자신과 아기를 우선순위에 두자. 당신 자신과 타인 모두를 존중하는 태도로 친절하고 명료하게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기르자.

이 책은 남편에는 아내를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엄마가 되기 전 아내와 엄마가 된 아내는 마치 딴 사람 같아 이해하기 힘든 남편. 초보 엄마 또한 그런 자신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는 점을 안다면 아내를 좀 더 따뜻하게 대하지 않을까. 아내가 아이를 낳은 이후 당신이 우울하다면, 전문가의 이런 조언이 당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엄마와 아빠 모두 출산 전후로 스트레스 증상을 겪을 위험에 처한다. 우울증이나 불안 병력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또한 엄마의 우울증은 아빠의 우울증 위험을 배가시킨다.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드러내고 인정하기 더 힘들어 하는 편이라, 부부의 관계에 주목하고 남편의 기분을 세심히 살피자. 서로의 기분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힘들어 하는 질문을 던져보자.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해서 지속하면 서로의 안녕을 지킬 수 있다.”

이 책은 건강하고 행복한 아내, 건강하고 행복한 부부,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을 바란다면 옆에 두고 펼쳐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