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음'은 무한한 가능성이다
'없음'은 무한한 가능성이다
  • 정선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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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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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선주 작가('학교를 배신하고 열정을 찾은 학력 파괴자들'의 저자)

'아시아의 구글'로 불리는 회사가 있다. 반갑게도 한국 회사로 건설 분야 소프트웨어 세계 1위 기업인 마이다스아이티다. 대학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중소기업 1위, 입사 경쟁률 1000:1을 기록하는 마이다스아이티에는 4가지가 없다. ‘스펙’과 ‘징벌’, ‘직원 간 상대평가’ 그리고 ‘정년’이 없는 '4無 정책'을 실시한다. 블라인드 채용에, 상대평가가 없어 경쟁도 없고, 실수해도 질책당하거나 잘릴 걱정 없으니 직원들은 자율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이끌어내고 몰입한다.

정선주 작가
정선주 작가

프랑스 파리와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되어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IT 전문 교육기관인 에꼴42에는 강의, 교수, 교과서, 졸업장이 없다. 블라인드 면접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은 수업도 지도교수도 없는 이곳에서 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완수해 나간다. 모르는 부분은 동료끼리 가르치고 배운다. 코딩이 재미있어 집에 안 가는 학생이 많아 유니버시티 홈리스(University Homeless)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학위도 주지 않는 이 학교의 성과에는 갈채가 쏟아진다. 유럽 최고 모빌리티 회사를 창업하는 등 교내 150개 스타트업이 만들어지고, 구글, 페이스북을 포함한 IT 업체에 100% 취업을 기록하고 있다.

캠퍼스가 없어 유명한 미네르바 대학은 시험과 상대평가를 없앴다. 서로 비교하지 않고 협력하도록 학생들의 등수를 매기지 않으며, 성적보다 체험과 능동적 학습을 강조한다. 7개국 나라에서 인턴십을 체험하는 재학생들은 참여한 모든 기업으로부터 4년제 대졸생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이다스아이티와 에꼴42, 미네르바 대학은 기업과 학교라면 당연히 갖고 있는 것들을 없앴다. 그 결과는 세계가 주목할 정도의 탁월한 성과였다. 무(無)는 '존재하지 않음'과 함께 '고정된 한계나 틀이 없음'도 의미한다. '틀이 없음'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의 주인공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는 5무(無) 학교다. 학교라는 틀을 최대한 만들지 않기 위해 교실, 교과목 수업, 숙제, 시험, 성적표를 없앴다. 정답 찾기 훈련과 해야 하는 것들에 억눌리지 않으니 세상은 하고 싶은 것으로 넘쳐난다. 놀이터로 바뀐 세상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1년을 스스로 계획한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인성과 창의성, 문제해결력을 키우면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한다.

공부만 하는 입시로봇으로 살았다는 아이는 1년간 마음껏 그림을 그리며 입시미술 경험이 없음에도 미대에 진학했다. 불량 청소년으로 낙인찍혀 경찰의 보호관찰 대상자였던 아이는 풀코스 마라톤과 호주 대륙 종단에 도전하며 자기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이제 경찰서 행사에 초청받는 강사가 되었다. 자신감이 없고 늘 불안했다는 아이, 수능에 대한 압박으로 무기력하게 지낸 아이, 왕따를 당하고 학교가 너무 싫어 벗어나고 싶었던 아이, 우울증을 앓았던 아이는 1년간 스스로 짠 커리큘럼에 마음껏 몰입하며 자신만의 재능과 꿈, 목표를 찾고 자존감과 자신감 가득한 빛나는 존재가 된다.

어떻게 이런 작은 기적들이 해마다 일어날 수 있을까?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는 '자기가 결정한 것'은 어떤 동기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고 했다. 벤자민학교 학생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자유를 갖는다. 자율성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 욕구다. 인간은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선택해서 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성취를 한번 맛보면 다시 유능감을 경험하고 싶은 강렬한 열망을 갖게 된다. '자동 동기부여 엔진'을 장착하게 되는 것이다.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부분 대체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어떤 역량을 키워주어야 할까?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경영전략가인 게리 해멀은 인간역량 6단계 이론을 제시한다. 가장 낮은 1단계는 순종, 2단계 근면, 3단계 지식, 4단계 추진력, 5단계 창의성, 6단계가 열정이다. 과거에는 순종적이고, 성실하며, 전문 지식을 갖춘 인재가 요구되었지만 21세기는 진취적이고 창의적이며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는 열정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3단계는 기계로 대체가능하며 4~6단계가 대체 불가능한 역량이라 할 수 있다.

틀 안에서 경쟁과 순종을 강요하고 지식만 채우는 교육은 그래서 위험하다. 자율성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창의성과 열정을 찾게 하는 벤자민학교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4無 회사인 마이다스아이티가 '꿈의 직장'이 되었듯 5無 학교인 벤자민학교의 시스템이 모든 공교육에 도입되어 대한민국이 '꿈의 학교'로 가득하길 기대한다.

'학교를 배신하고 열정을 찾은 학력 파괴자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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