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전으로 미룰 수 없는 아이의 행복!
뒷전으로 미룰 수 없는 아이의 행복!
  • 정다운
  • heonjukk@naver.com
  • 승인 2018.12.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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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다운 의사 (대구 늘사랑치과 부원장, 벤자민학교 멘토)

‘행복한 아이가 세상을 바꾼다.’ 최근 발간된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의 맺음말이다. 중학교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주류에서 벗어나 1년 동안 교실과 교과목 수업, 숙제, 시험, 성적표가 없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를 다닌다.

주류중의 주류가 되기 위해 아이들이 쉴 새 없이 학원으로 향하는 대한민국에서 ‘비인가 대안학교에서 1년을 보내기란 웬만한 이유가 없고서는 힘들겠다.’는 부정적인 정보가 먼저 들어온다. ‘아무것도 없이 인성영재가 되기 위해 뭘 한다는 거지?’하고 책을 읽다 보면 아르바이트, 발표, 체력 단련, 봉사활동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자신을 들여다보고 발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놀랍게 펼쳐져 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멘토 정다운 치과의사. [사진=본인 제공]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멘토 정다운 치과의사. [사진=본인 제공]

그리고 그 중심에는 뇌교육이 있다. ‘정신을 차려라, 굿 뉴스가 굿 브레인을 만든다, 선택하면 이루어진다,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 되어라, 모든 환경을 디자인하라.’라는 B.O.S(Brain Operating System, 뇌운영) 법칙을 각인시키며 이를 코칭하는 교사가 있다.

이 책에서는 “벤자민 학교 교사들이 사람의 본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아이 스스로 질문하게 한다. 둘째, 아이를 잘 관찰하고 진심으로 칭찬한다. 셋째, 아이에게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믿는다.”라는 글귀가 있다.

이는 교사의 원칙일 뿐만 아니라 부모로서도 부단히 훈련되어야 할 부분일 것이다. 똑같은 잔소리라도 아이에게 감정을 쏟아내는 것과 힘 있게 리드하는 것, 그 차이는 엄마의 에너지 상태에 달려있다. 에너지가 소진된 줄도 모르고, 나와 아이는 일상에 끌려 다니다 문득 하나의 문장에서 현재의 상태를 돌아볼 힘을 얻었더랬다. ‘실수 OK, 행복한 아이가 세상을 바꾼다.’ 내 아이는 얼마나 행복한가?! 또 내 아이가 행복한 아이로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한다면?

주변에 학부형이 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결같이 “이게 정말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결국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서 학원을 선택하는 걸 본다. 그 안에서 아이의 행복은 ‘잠시’ 뒷전이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어서는 어떠한지.

대한민국의 벤자민학교가 있기 전에 아일랜드에서는 중등과정에서 고등과정으로 진학하기 전, 학생들이 1년간 직업체험을 비롯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전환학년제가 성공적으로 공교육에 도입되었다. 덴마크에서도 이를 응용하여 ‘애프터 스콜레’라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1년을 짜여진 스케줄 없이 지내는 것. 남이 정해놓은 시간에 끌려 다니는 것을 멈추고, 내 몸과 마음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는 나라들이다.

요즘 미래의 학교모델로 주목받는 대학인 미네르바스쿨의 경우, ‘명문’이라는 이름 아래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생활이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해 대학이 학생을 망치고 있다는 비판과 반성으로 세워진 학교라고 한다. 하버드보다 더 들어가기 어렵다는 이 학교 역시 캠퍼스 없이 학생들이 세계 각국을 순회하고 체험하며 도전을 이뤄내는 방식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생각하면 머리가 무겁지만 이러한 희망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 벤자민학교에서 그 씨앗이 심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벤자민학교의 분야별 멘토 1,000여 명 중 한사람으로서 멘토링하고 있는 4기 졸업생 차수민 양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 처음에 수민이는 의상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며, 여러 가지 만들기를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공부에 크게 뜻이 없는 한 아이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가장 흔한 분야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던 수민이가 지금은 미국의 인문학 대학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과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진행한다는 점일 것이다. 아래 차수민 양의 글을 덧붙인다.

"세상에 다양한 길이 정말 많다는 것을 벤자민학교를 통해 알게 되었다. 너무나 억울할 정도였다. 이때까지 어느 누구도 이렇게 다양한 길과 방향을, 그리고 삶의 태도를 알려주지 않았으며, 그런 나의 세상은 한없이 좁았다.

100명의 학생이 있으면 그들 하나하나는 다 다르고 당연히 그들을 위한 교육도 다 달라야한다.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교육 속에서 나조차도 나를 인정하지 못했고, 나는 병들었다. 극심한 편두통은 병원 치료로도 낫지 않았고, 가장 심할 때에는 거의 한달 동안 학교를 못가기도 했다. 가장 힘든 시기였지만 이것이 벤자민재학교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되었기에 돌이켜보면 감사할 따름이다.

벤자민학교에 들어와서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며,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알고 보니 나는 인권에 관심이 많았다. 출생의 우연으로 인해 사회에서 누군가는 차별받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인권동아리를 만들게 되었다.

매주 만나 모임을 갖고, 꾸준히 장애영아원에 봉사활동을 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노란날갯짓 캠페인(일본군 ‘위안부’ 바로 알리기 캠페인)이다. 인권문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뭐가 있을지 생각하다가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과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등에서 자료를 찾고, 그것을 토대로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하기 시작해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때 희움역사관과 맺은 인연으로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인 8월 14일에 열린 행사의 부스 운영과 준비 과정을 맡기도 했다. 그때 수요 집회도 함께 진행되어 1,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다양한 시민과 교류하며,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알렸다. 물론 우리 모두는 처음이라 서툴렀다. 서로 다투기도 하고 인권동아리를 폐지하는 등 실패를 겪기도 했지만, 그때의 실패를 기반으로 나는 더욱 성장했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여성인권에 초점을 맞춘 인권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동아리 회원들과 책을 읽으며 토론하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소말(소녀, 소녀를 말하다) 기자단, 10대여성인권센터에서 주관한 선플 프로젝트,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_스쿨미투’ 집회의 홍보팀 스텝으로 함께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나는 한 가지 꿈이 생겼다. 더 나은 세상, 모두가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지던 이 꿈은 평생을 거쳐 이뤄나갈 것이다. 인권 활동을 하며 다양한 삶을 엿볼 수 있었고, 인권이 모든 문제와 접해 있는 것을 알았다. 최근에는 교육, 심리, 디자인, 기획 등 다양한 곳에 관심이 생겼다. 특히 인간 본질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4년 간 고전도서 200권을 읽고 토론하는 공부법으로 유명한 미국의 인문학 대학에 가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불과 2년 전과 지금의 나는 180° 변해있다. 짜여 진 틀 속에서 내 삶의 주인은 내가 아니었지만, 어디도 속해있지 않은 지금은 내가 내 행동에 책임을 져야하며 내 삶을 내가 꾸며 나가야한다. 이제 서야 살아있음을 느낀다.

나 자체를 인정하기 시작하자 편두통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어쩌면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청소년들에게 묻고 싶다. ‘지난주에 가장 즐거웠던 일, 기억에 남는 무엇인지?’ 바로 떠오르는지 의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살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 이 짧은 삶을 어떻게 디자인해 나갈지는 오롯이 내가 정하며, 내가 아니면 나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렇듯 당당하고 자기 소신을 가진 아이로 성장한 수민이를 보며 멘토로서 가슴이 뿌듯하다.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은 것 같다. 그저 그들이 그들의 삶을 꾸며나가는 것을 지켜봐 주는 것. 자신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주는 것, 그들의 꿈에 관심을 가지는 것. 그들의 무엇을 성취할 지 미리 정해놓지 않는 것 등이다. 학생들은 전체 인구의 20%쯤 되겠지만 우리 미래의 100%이다. 그들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지는 곧 우리의 미래다. 행복한 아이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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