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온 신간 중 교육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책이 있다. 바로 대안학교이면서 교실, 교과 선생님, 학과목, 시험, 성적표가 없어 5무 학교로 불리는 1년제 완전자유학년제 고등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의 5년 보고서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이다.

지난 60여 년간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고 변화를 거듭했음에도 별반 바뀌지 않은 것이 교육 시스템이다. 입시위주의 교육과 시험성적을 기준으로 한 줄 세우기식 교육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런 교육 제도 속에서는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는 지적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

최수민 안동서부초등학교 교사 [사진=최수민]
최수민 안동서부초등학교 교사 [사진=최수민]

이 책에 나오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학교 형태와 교육에 관한 인식 자체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교실 대신 세상을 교실 삼아, 짜여진 교육과정에 자신을 맞추는 공부가 아닌 자신이 목표한 프로젝트를 향해 좌충우돌 부딪히며, 교과목을 지도하는 선생님 대신 사회 각계각층에 포진한 멘토와 아이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상담교사의 도움을 받아, 경쟁 대신 칭찬과 격려 속에서 자유롭게 공부한다. 꿈의 학교다.

하지만 5년 전 이 학교가 문을 열었을 때 많은 사람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역시 처음 학교소식을 접했을 땐 취지는 좋은데, 이게 정말 가능할까 반신반의했다. 그때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봄방학을 맞이한 큰 아이가 이런 질문을 했다.

“엄마, 나는 행복해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 내 꿈이 뭔지도 모르는데, 내가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지금처럼 공부만 하다가 때가 되면 내 성적에 맞는 어떤 학교를 골라서 저절로 대학에 가게 될 것 같은데 그 길이 내 길이 아니면 그땐 어떻게 하지?”

목표 없이 공부만 해야 하는 현실을 못 견뎌하고 행복하지 않다고 간절하게 호소하는 딸을 보며 안타까웠다. 이에 1년 휴가 준다는 마음으로 가족회의를 통해 어렵게 결정하여 벤자민학교에 보냈다. 막상 벤자민학교 입학한 후 첫 한 달은 갈비집 서빙 아르바이트 한 가지만 하고 낮에는 이불 속에서 나오지도 않고 잠만 자는 아이를 보자니 걱정되고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친구들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금쪽같은 시간에 식당에서 아르바이트(직업체험)를 하고 체력이 소진되어 다음 날 오후까지 잠만 자는 아이를 보며, 내가 잘 한 일인지 의심도 들었다. 그러나 일단 이 학교에 보낸 이상 믿고 기다려보자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냉장고 문과 화장실 문, 컴퓨터 모니터에 “○○아, 사랑한다! 엄마는 너를 믿는다!” 라는 쪽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기를 한 달, 드디어 4월부터는 이불 속에서 서서히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식당 아르바이트와 별개로 오전부터 벽화 그리기 아르바이트를 우연히 소개받아 시작했다. 꽃샘추위로 쌀쌀한 4월, 아침 8시에 나가 저녁 6시까지 길바닥에서 하루 종일 찬바람을 쐬며 벽화 그리기를 보조하는 중노동이었다. 그럼에도 아이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높은 벽에 색을 칠하고 어떤 땐 흙바닥에 구부리고 누워서 낮은 벽을 칠하면서 세상에서 처음 행복감을 맛보았다고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모르며 이야기를 하는데 나도 덩달아 감동하고 눈물을 흘렸다. 어느 날은 너무 피곤해 벽화 그리다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쪽잠을 자더라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짠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벽화그리기 체험을 통해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것 같다고 눈에서 빛을 내며 말을 하는데 ‘뇌에 불이 들어온다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아이는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고 자신의 프로젝트인 그림전시회를 위해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멘토를 찾아 새벽기차를 타고 올라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찾아서 인터넷을 뒤지고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보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고 나는 첫 걸음마를 떼는 아이를 볼 때의 심정으로 돌아가 때론 가슴 졸이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면서 같이 울고 웃었다. 아이는 나만의 1년 프로젝트인 그림전시회를 서울에서 벤자민 1기 친구들과 공동으로 1주일 간, 고향인 안동에서 갤러리를 대관하여 개인전 1주일을 치러내고 엄청난 자신감으로 미술대학에 도전하여 벤자민학교에서 배운 BOS법칙으로 뇌를 잘 활용하여 6개월만에 실기전형에 합격했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3년이 지난 지금도 내 심장에서 쿵쿵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평소 시키는 것만 하던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던 저 아이의 어디에 저런 에너지가 숨어 있었나,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 동안 입시 공부에 ‘입시로봇’처럼 생명력을 잃고 수동적으로 살아왔던 아이였다.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고, 내면에 잠재된 무한한 생명력이 살아나고 자신감이 회복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이뤄냈다. 이를 보며 나는 세상 모든 부모가 꿈꾸는 학교가 바로 여기에 있었구나 하는 환희심을 느꼈다.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던 큰 아이는 원하던 미술대학에 입학하여 그림을 통해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홍익 예술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벤자민학교에서 언니가 180도 바뀐 모습을 보고 둘째 딸도 2기로 벤자민학교에 입학했다. 아이는 이 학교를 다니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세상 속에서 부딪치며 많은 경험을 하고 프로젝트를 멋지게 완수했다. 둘째 아이는 건축가 멘토를 찾아다니며 멘토링을 받았으며, 캄보디아 집짓기 봉사 활동을 통해 쌓은 경험으로 자신이 간절히 원하던 건축학과에 입학하여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건축 설계를 공부하는 과정은 너무 힘들지만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낼 때마다 느끼는 짜릿한 행복감은 그 일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할 때 이 아이는 정말 자신이 행복한 길을 선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두 아이를 벤자민학교에 보내어 길러낸 경험이 있어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너무나 반가웠다. 이 책이 대한민국 학부모님과 청소년들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아이와 똑같이 세상 속에서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좌충우돌 노력하는 학생들의 체험담을 접하면서 감동으로 전율하고 때로는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다. 이 학교는 특별한 몇 명만 성공하고 성장하는 학교가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변화하고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학교라고 감히 장담할 수 있다. 성장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모님이나 학생들이 스스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100세 인생이 상식이 된 지금의 사회에서 조금 더디 가면 어떤가? 100점이나 1등이란 결과보다는 자신의 살아있는 경험을 통해 알아가고 깨우쳐 가는 과정이야말로 긴 인생을 살아가면서 아이의 인생에 자양분이 될 거름이다. 이를 부모들이 알아차리고 기다려줄 수만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모두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아르바이트, 예술 활동, 독서, 프로젝트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찾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우뚝 서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새롭게 발견하였다. 이를 보면서 엄마인 나도 엄청나게 큰 성장을 하게 되었다. 그 동안 내 아이를 우선으로 바라보던 시각이 바뀌었다.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이 내 아이처럼 소중하게 여겨지고 이 아이들이 모두 행복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지겠구나, 경쟁과 규율로 묶어두기보단 격려와 칭찬 속에서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서로 도우면서 문제를 해결해내는 능력을 우리아이들은 모두 갖추고 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발견하였다.  4차 산업시대에 요구되는 미래인재의 역량으로 창의성을 제일 우선으로 꼽는데 이것은 자신을 믿는 힘,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벤자민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고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답을 찾아간다. 일반학교에서는 그럴 기회가 전혀 없고, 심지어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질문을 던질 여유가 없는 우리 사회를 생각하면 이 아이들은 얼마나 복 받았는지, 벤자민학교의 시스템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다.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의 저자는 벤자민학교 설립자이자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설립자,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설립자인 세계적인 뇌교육자 이승헌 총장이다. 그는 “학생들이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삶을 상상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 스스로 묻는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과 깊이 연결된다. 연결의 감각이 살아있을 때 우리는 현재를 즐기고, 미래를 꿈꿀 수 있다.”라고 전한다.

벤자민학생들에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뚜렷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프로젝트 주제가 개인에서 전체로 확장되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엔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해 보고 싶은 것이 주제가 되다가 점차 지역사회와 연계되는 것이 주제가 된다. 이것이 글로벌지구시민캠프를 통해서는 의식의 확장이 이루어지면서 자연과 연결된 자기 자신을 더 깊이 느끼고 지구시민의식으로 발전한다. 청소년기 1년 만에 이토록 큰 의식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니 정말 놀랍기만 하다.

요즘 사회문제가 된 학교폭력, 왕따 등을 보면 상대방의 마음을 공감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이기주의에서 발생하는 게 많다. 개인에서 사회로, 국가로, 지구로 의식이 성장하며 모두가 연결된 하나로 바라보고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인성영재로 자라나는 벤자민학교 학생들을 보면 우리 교육의 진정한 해답이 여기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안학교라고 하면 선입관부터 가지고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감당할 각오를 하고 학교라는 틀을 박차고 나온 용기도 대단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여 꿈과 가치를 찾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에 큰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교육시스템이 벤자민인성영재학교라는 작은 학교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교육계 전반에 도입되어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성적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슴 펴고 당당하게 세상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고 행복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