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육계에서 핫한 뉴스가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 출판 관련 기사이다.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관계로 출판되자마자 읽어 보았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고교 완전자유학년제를 도입한 대안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 5년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기술한 책이다.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5무(無)학교라는 것이다. 교실, 교과목 수업, 숙제, 시험, 성적표가 없다. 세상의 모든 학교에서 반드시 가지고 있는 다섯 가지가 이 학교에는 없다. 얼핏 생각하면 이 다섯 가지 없이 교육이 가능할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오히려 이를 내려놓음으로써 중요한 다섯 가지를 체율체득 하게 하는 학교이다.

권택환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권택환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요즘 학생들에게 뭘 해보라고 하면 ‘안 배워서 못해요’, ‘안 해봐서 못해요’, ‘못해서 못해요’라고 말한다. 그 동안 우리는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주어진 교과 내용을 배우고, 배운 내용을 평가받고, 주어진 과제 해결에 급급하고 그러한 과정을 성적으로 받아왔다. 그것만이 공부이고, 그것을 통해야만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틀을 학생들에게 심어줘 왔다. 이러한 교육의 틀 속에서는 ‘안 배워도, 안 해봐도, 못해도 그냥 해 보면 되지!’라는 생각은 일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우리는 언제까지 이러한 틀에 가두어 학생들을 교육할 것인가?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는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어느 누구도 해결하려고 시도하지 못할 때 5무(無)학교를 통해 아이들의 자발성과 동료의식을 키워주는 교육을 실천해 왔고, 지금은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나라 미래 교육을 안내해 주는 희망 보고서라는 생각이 든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을 모델로 만든 학교이다.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열일곱 명 아이 중에 열다섯 번째로 태어난 벤자민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열두 살 때부터 인쇄소에서 일했다. 학교는 2년밖에 다니지 못했지만, 신문, 잡지 같은 인쇄물을 읽으며 지식을 쌓았고, 독학으로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라틴어를 익혔다. 이 같은 성실함이 뒷받침되어 열여덟 살에 신문 발행인이 되는데, 이후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인생에는 부나 명예, 권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깨닫고 ‘인격 완성’이라는 원대한 삶의 목표를 세웠다. 학생들의 글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의 학생들은 이러한 벤자민 프랭클린을 롤 모델로 삼아 1년의 과정을 거치면서, 5무(無)학교지만, 오히려 가치 있는 다섯 가지를 경험하고 졸업하는 것 같다.

첫째, 자신의 가치를 알게 되는 것 같다. 벤자민학교의 교육과정은 몸을 통한 체율체득 교육프로그램으로 시작되는데 학생들은 이를 통해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임을 자각하고, 스스로 자신이 가치 있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경험하고 있다.

둘째,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 같다. 기존의 강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1년 프로젝트’ 수행과 직업 활동(아르바이트)체험을 통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기르고 있다.

셋째, 창의력이 신장되고 있다. 미래 사회는 암기력보다는 창의력이 중요한데 벤자민학교에서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자신감 갖기 프로젝트’가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넷째, 꿈을 가지게 된다. 요즘 청소년들에 안타까운 것은 꿈과 목표가 없는 것인데, 벤자민 학생들은 1천여 명의 멘토단과의 만남을 통해서 다양한 사회경험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다.

다섯째, 홍익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 학생들 글을 읽으면서 벤자민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단순히 개인의 성장을 넘어서 우리나라는 물론 지구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꿈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고 1년의 과정이 학생들의 의식을 놀랍도록 성장시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라의 운명은 교육에 달려있다. 지구의 운명도 교육에 달려있다. 어디로 달려가는지도 모르는 체 속도만 높여가는 기차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과 가치를 탐색하고 실천하는 벤자민학교의 지난 5년 희망보고서를 보면서 많은 반성하고, 이 학교가 우리나라 교육의 희망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