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성 전 국무총리, 나철 유족, 선양회 등 1,500여 명 추모식 참가
나철과 대종교 독립운동 전시, 역사교육의 장으로      

▲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헌화를 마치고 묵념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독립운동의 아버지 홍암 나철을 기리는 기념관이 음력 개천절인 2일 문을 열었다.
    
이날 홍암나철선생 순국100주기 추모제 추진위원회(위원장 이수성, 전 국무총리)는 추모제와 홍암나철기념관 개관식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 나철 유족, 홍암나철선생선양회, 대종교, 국학원 등 각급 기관, 단체장, 학생, 군민 등 1,500여 명이 참가했다.
 
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에도 홍암 나철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영상을 보는 시민들은 진지했다. 1863년 전남 보성군 벌교읍 금동리에서 태어난 나철은 을사늑약을 체결한 친일파를 처단하려고 했고 대일외교를 통해 나라를 구하고자 했다. 이후 단군신앙을 접하고 1909년 음력 1월 15일 서울에서 대종교를 중광(重光)했다. 불과 5~6년 만에 30여만 명이 나철의 단군신앙과 구국운동에 동참했다. 
 
그는 국망도존(國亡道存: 나라는 망했어도 정신은 있다)을 강조했다. 꺼져가는 조국의 불씨를 다시 살리겠다는 뜻이다. 이에 놀란 일제가 1915년 10월 1일 종교통제안을 공포하였다. 다른 모든 종교단체의 신청은 접수하면서 대종교만은 거부하였다. 나철은 1916년 구월산 삼성사에서 천제를 올리고 자결(=순국)하였다. 
 
식전행사로 나철의 넋을 기리는 씻김굿이 경건하게 열렸다. 이어 각 기관 단체장이 나철 영정 앞에 국화꽃을 바치고 분향했다. 약사와 경과보고에 이어 추모사가 진행됐다. 이수성 위원장은 단상을 나철 영정으로 향하게 하고 “지금의 자유와 평화는 선생의 용기와 희생으로 이루어졌지만 정작 누려야할 당신은 이 자리에 안 계신다”라며 “생명을 초개와 같이 던지셨던 당신의 고귀한 희생과 애국정신을 절대 잊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 홍암 나철 순국 100주기 추모식에는 홍암나철선생선양회, 대종교, 국학원 등 각급 기관, 단체장, 학생, 군민 등 1000여 명이 참가했다(사진=윤한주 기자)
 
전라남도의회 임명규 의장은 “최순실 사태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사회혼란이 초래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라며 “이 순간 오로지 민족만을 위해 한평생 사신 홍암 나철선생의 애국정신이 다시 조명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철을 추모하는 헌시 낭독에 이어 정찬주 작가가 나철의 일대기를 쓴 역사소설 ‘단군의 아들’을 헌정했다.
 
이수성 위원장과 나철 유족, 이용부 보성군수 등 관계자들이 홍암나철기념관 전시관인 홍암관 앞으로 이동했다. 테이프 커팅식에 이어 전시관을 둘러봤다. 이동언 전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입구에 걸린 백두산 천지 사진을 시작으로 홍암나철의 생애와 독립운동, 대종교 활동을 두루 소개했다.
 
백두산은 백봉 도인과 제자들이 수도한 곳이다. 이들은 1904년 단군교를 포명하고 나철을 입교시켰다. 단군교는 나철이 중광하고 1년 만에 대종교로 개명했다. 전시장에는 나철의 과거급제문을 비롯하여 1905년 동지들과 일본 동경으로 건너가서 대일외교를 할 때의 사진, 단군교포명서, 나철이 죽기 전에 제자들과 촬영한 사진, 나철이 딸에게 보낸 친필유서 등이 마련되어 있다. 중앙에는 나철의 흉상이 있다.
 
▲ 홍암나철선생기념관 개관식 테이프 커팅식(사진=윤한주 기자)
 
홍암관 맞은편은 대종교독립운동관이다. 대종교인이 주도한 항일무장투쟁과 일제의 대종교탄압, 환국사진 등이 걸려 있다. 나철을 모신 사당인 홍암사가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 계단을 오르고 개천문을 열면 홍암사에는 나철과 두 아들의 영정이 있다. 기념관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번 기념관은 보성군이 지난 2006년부터 금곡마을에 76억 원을 들여 나철의 생애와 업적을 재조명하는 선양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다.
 
이용부 군수는 “홍암 나철 선생은 식민사학자들에 의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우리마저 역사 저편에 묻어버렸던 것을 생각하면 후손으로서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홍암나철기념관은 끝이 아닌 시작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계속 발굴 수집하여 한국독립운동사를 재조명하고 올바른 역사교육의 장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념관 라운딩에 이어 추모음악회가 열렸다. 31사단 군악대공연, 이종화 대한단무도협회 부회장과 지도자들이 선보인 힐링라이프 기공, 전남국학원 소속 목포 제일중학생들의 태극기공과 목포시 연동경로당 어르신들의 국학기공, 무용, 합창 등으로 행사는 마무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