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명한 시인이 “우리나라에는 창세기가 없어서 역사 자료가 빈약하다”라는 말을 하였다. 시인의 시심(詩心)을 자극하는 역사적 소재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줄줄이 꿰고 있는 우리의 청소년들도 많고, 다른 나라와 민족의 역사를 동경하는 어른들도 많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창세신화가 있다. 현대적 시각으로 봐도 훌륭한 내용으로 출처가 분명한 창세기이다. 단지 외세에 눌려서 우리 것을 가르치지 않았을 뿐이다.

신라 19대 눌지왕 시대 절세의 충신인 박제상(朴堤上, 서기 363년~ 419년, 영해 박 씨)이 쓴 ⟪부도지(符都誌)⟫는 우리 민족의 가장 오래된 역사서이다. 박제상은 박혁거세의 증손으로 ‘파사왕’의 현손(5세손)인 ‘물품’의 맏아들이며 백결선생 박문량(朴文良)의 아버지이다.

▲ 인류 태초의 역사를 기록한 부도지

⟪부도지⟫는 ‘밝은 터의 기록’이라는 뜻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완전한 창세기록이기도 하다.

⟪부도지⟫에 의하면 “천지창조의 주인공은 ‘율려(律呂)’이고 ‘율려’가 몇 번 부활하여 별들이 나타났고, 지구의 어머니인 ‘마고(麻姑)’가 태어났다”고 한다.

‘마고’라는 한자의 뜻은 ‘길쌈을 하는 시어머니’이라는 뜻이지만 한문 이전의 순수한 우리말은 그 뜻이 더욱 깊고 오묘하다. ‘마’는 '맘마‘ ‘엄마’ ‘맏아들’ ‘맞소’ ‘마땅하다’에서와 같이 최초와 대(大) 긍정의 의미가 있다. ‘고’는 사랑이라는 뜻이니 ‘생명을 살리는 최초의 사랑’이라는 의미로 모든 생명의 터전인 ‘사랑의 지구 어머니’에 걸맞다.

⟪부도지⟫는 한민족 특유의 창세 신화로서 가장 중요한 점은 창조주의 자리에 인격체가 아닌 법칙과 기운으로 ‘율려’가 존재한다는 시각이다. 후천시대는 마고가 ‘율려의 쓰임’에 따라 삶의 터전으로서 지구를 창조하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어 바이블의 창세기와 많은 부분이 비슷하나 바이블보다 훨씬 더 오래전의 기록이다.

“人類之祖 曰 那般 初與 阿曼 相遇之處 曰 阿耳斯陀.”
(인류지조 왈 나반 초여 아만 상우지처 왈 아리사타.)

현 인류는 최초의 인간인 남자인 ‘나반’과 여자인 ‘아만’이 만남으로 시작되었다고 ⟪부도지⟫는 기록한다. 바이칼 호에서 서로 떨어져 살다가 꿈에 천신의 가르침을 받고 천해(天海)인 ‘바이칼 호’를 건너 ‘아이시타’에서 만나 결혼한다.

‘나반’은 ‘나바이’로, 다시 ‘아바이’가 되었다가 ‘아버지’가 된다. ‘아만’은 ‘아마이’에서 ‘어마이’로, 다시 ‘어머니’가 된다. 인류의 지식이 문자로 영글기 전에 사람의 본능적인 말로 전달된 것을 우리의 역사가 ⟪부도지⟫가 증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민족의 역사가 곧 인류의 역사인 셈이다. 한민족역사문화공원에 모든 인류의 조상으로서 ‘마고 어머니’의 모습이 세워질 날을 기대한다.


사단법인 국학원 상임고문
한민족역사문화공원 공원장
전국 민족단체 협의회 대표회장
한민족원로회의 원로위원
원암 장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