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열들의 애국정신을 이어받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뤄내겠습니다.”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재개관식에 참석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테이프커팅을 하고 전시실을 둘러본 뒤 방명록에 평화통일을 다짐했습니다.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이어받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임시정부의 정신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을까요? 
 
임시정부는 1919년 9월 11일 대한민국 임시헌법의 전문에 단군의 건국년도인 기원전 2333년을 인정합니다. 그해 개천절에 국조단군을 추모하는 경축행사를 거행합니다. 기독교인 국무총리 이동휘 사회로 400명이 참석했는데요. 행사명이 흥미롭습니다. ‘대황조성탄절 급 건국기원절 축하식(大皇祖聖誕節 及 建國紀元節 祝賀式)’이 그것입니다. 단군의 탄생을 예수의 탄생처럼 성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한민족의 건국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인 손정도 목사와 유정근은 “신성 단조의 자손 된 우리는 더욱 신손(神孫)인 정신을 세계에 발휘하여 우리 광복사업에 분투하자”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듬해 4월 22일(음력 3월 15일)에는 단군이 승하한 어천절 기념식이 열렸는데요. 임시대통령이자 기독교인 이승만은 송축사에서 단군은 “인류의 스승이다”이라며 “그의 가르침을 이어 받은 우리는 배달민족”임을 강조합니다. 그해 개천절축사에서 기독교인 안창호는 단군의 자손으로서 “조상의 은덕을 찬송하는 우리 형제자매 서로 사랑하고 마음을 합해야한다”고 밝힙니다.
 
당시 임시정부 인사들의 종교는 기독교가 많았다고 하니, 개천절을 종교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임을 알게 합니다. 그들은 신앙과 상관없이 단군의 자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독립운동에 헌신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대한민국 국경일인 개천절 기념식장에서 대통령을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5년 임기 동안 한 번도 개천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놀랍습니다. 예수탄신일이나 석가탄신일 행사에는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것과 비교가 됩니다. 심지어 무릎을 꿇고 예배를 보는 대통령이 언론에 소개되니, 종교기념일이 국경일보다 앞선 나라에 살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러한 원인은 역사관의 부재에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임시정부를 제대로 계승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면 올해가 건국 67년이라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시준 단국대 교수는 경향신문 9월 10일 자 기고에서 “1948년 5월 31일 당시 국회의장 이승만은 제헌국회 개회사에서 임시정부를 계승 재건하자고 하였고, 이에 의해 제헌국회는 임시정부를 계승 재건하는 방법으로 1948년 8월 대한민국정부를 수립하였다”라며 “임시정부에서 사용하던 ‘대한민국’이란 연호를 그대로 사용하였고, 1948년을 ‘대한민국 30년’이라고 하였다.”라고 밝혔습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1992년 8월 한중 국교정상화 이후 역대 대통령 5명은 재임기간에 한 번씩 상하이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했다고 합니다. 방문보다 중요한 것은 임시정부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잇는 것입니다. 그들이 이념과 종교를 초월해서 통일의 마음으로 개천절행사를 열고 독립운동을 하였다는 점을 기려야 할 것입니다. 
 
올해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개천절행사에 참석한다면 이념과 종교로 분열하는 대한민국이 통합의 역사를 여는 새로운 장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67년 신생국이 아니라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자긍심을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단군의 건국이념이자 교육이념인 홍익인간 정신이 남북통일과 인류평화를 여는 키워드임을 세계만방에 알려질 것입니다. 광복 70년이자 단기 4348년 개천절을 주목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