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성교육 자격증 범람 속에 사교육 시장만 커질 거라는 것. 언론의 비판보도가 이어지자 대학입시 전형에서 인성평가를 강화하겠다던 교육당국 정책도 백지화됐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한 인성교육진흥법안은 세계 최초라고 하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쉽지 않음을 예고한다.

이럴 때 우리는 조바심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하지 않는가? 백 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으로 인성교육을 생각해 보자. 나무 한 그루를 키우는 데 많은 빛과 물, 공기가 필요하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더라도 완전히 익어야 딸 수가 있다. 한 아이의 인성도 마찬가지. 부모와 교사뿐만이 아니라 우리 어른들이 농부와 같은 마음으로 돌봐야 하는 이유다.
 
또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는가? 입시 위주의 교육을 인성 중심으로 바꾸는 학교가 생기고 있다. 인성 평가보다 인성 프로그램을 확대해 교내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학교가 있다. 학부모와 함께하는 인성캠프를 열어서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학교도 있다. 이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인성을 주제로 열리는 스피치 대회도 주목할만 하다. 일부에서 스펙 쌓기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하지만, 학생들이 성적이 아니라 인성을 주제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 12일 국학원 주최로 열린 대회에서 학생들은 인성을 ‘더불어 사는 삶’, ‘소통’, ‘생명존중’ 등으로 정의하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인성을 참고서가 아닌 자신의 경험에서 답을 찾는 점이 신선했다.
 
특히 한 남학생의 발표가 인상적이었다. 중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놀림과 폭행을 당했다. 가족들이 알까 봐 두려워서 말도 못했다. 이후 괴롭힌 친구를 복수하고 싶어서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우를 괴롭히고 가출도 했다. 그를 바꾼 것은 학교에 찾아가 용서를 구하고 많은 눈물을 흘린 어머니이었다. 청중석에 앉은 어머니에게 “사랑하는 어머니,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이는 아들의 모습은 한 편의 ‘인성 드라마’였다.
 
탁상공론(卓子論說)이란 말이 있다. 탁자 위에서 펼치는 허황된 논설은 현장에 가보지 않고 말만 늘어놓는 것으로도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말을 하는 정치인이나 관료, 글을 쓰는 학자나 기자 모두 빠지기 쉬운 함정이라고 본다. 이는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대안을 찾는 시간이 많아야 하는 데 있다.
 
다음 주면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다. 이제 법을 실행할 사람들의 몫만 남았다. 누구의 책임으로 전가하기 전에 사회를 바꿀 실천 한 가지라도 찾아볼 때다. 솔선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인성이 자라기 때문이다. 학교뿐만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단체가 동참한다면 인성교육의 미래는 밝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