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폴라, 청각장애 남동생, 부모(=영화 미라클 벨리에 스틸컷)

영화 '암살'과 '베테랑'은 못 보신 독자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1,000만 관객을 모두 달성했으니깐요. 반면 에릭 라티고 감독의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La Famille Belier'는 두 작품에 비하면 1%도 안 되는 관객이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흙 속의 진주’와 같은 작품입니다. 청각장애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소녀 폴라(루안 에므라)의 가슴 뭉클한 꿈을 전하기 때문입니다. 

폴라는 젖소 농장을 하는 부모를 도우면서 학교에 다닙니다. 이성에 눈을 뜨는 사춘기 소녀의 성장기가 유쾌하게 그려집니다. 프랑스 특유의 코미디가 어우러지니,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무엇보다 폴라는 가족을 챙기는 딸의 역할을 잘합니다. 거래처와 통화할 때나 치즈를 팔러 가면 고객의 주문도 잘 받습니다. 심지어 부모의 섹스 고충을 의사에게 알려주고 시장 선거에 출마한 아빠도 돕습니다. 
 
평화롭던 가족의 일상은 폴라의 재능이 발견되면서 깨지고 맙니다. 폴라는 우연히 합창반에 들어가서 노래를 불렀고 음악교사(에리크 엘로스니노)는 제자의 재능에 놀랍니다. 파리 합창학교의 오디션을 보라고 제안합니다. 
 
폴라는 농장에서 가족과 함께 인생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꿈을 이룰 것인가? 고민합니다. 부모 또한 딸을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합니다. 특히 엄마(카린 비아르)는 울면서 “네가 듣지 못하길 바랐다.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을 미워했다”라고 수화로 외치는 장면은 가슴이 아픕니다. 그런데도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습니다. 폴라는 자신의 노래가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오디션에서 마지막 노래 '비상'을 “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떠나요. 사랑하지만 가야만 해요. 도망치는 게 아니에요. 날개를 편 것뿐”이라고 수화와 함께 부릅니다. 딸의 간절한 눈빛은 부모의 뺨에 흐르는 눈물과 함께 감동의 도가니를 만듭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영국 영화가 떠오르지 않으신가요? 뮤지컬로도 제작됐던 스티브 달드리 감독의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 2000)’입니다. 가난한 탄광촌에서 살아가던 소녀 ‘빌리’가 춤의 재능을 발견하고 ‘윌킨슨’ 교사의 가르침으로 발레의 꿈을 이뤄가는 이야기입니다. 
 
두 작품은 교사와 부모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교사는 집안으로 학생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성적도 아니죠. 그 학생의 시험점수가 아니라 잠재능력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제자를 더 큰 무대로 안내합니다. 오디션을 앞두고 폴라를 일대일로 지도하는 음악교사의 열정은 월급에서 나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윌킨슨 교사 또한 끝까지 빌리를 포기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는 어떠한가요? 누구나 자녀의 꿈보다 가정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언제까지 아이로만 붙잡아둘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그런데도 부모의 마음이 열리는 것은 아이의 꿈에 대한 간절함입니다. “이제, 놓아주어야할 때가 됐구나.” 그것을 깨닫게 되는 거죠. 언제까지 송아지처럼 우리에만 가둬놓고 키울 수는 없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요? 영화 ‘국제시장’으로 상징되는 부모세대만 하더라도 가족을 위해 꿈을 희생해야 했습니다. 특히 폴라처럼 딸로 태어나면 남동생을 위해 학업도 포기하는 경우는 많았습니다. 당시의 아이들은 가족이란 짐을 짊어지고 가난과 싸워야 했습니다. 지금의 아이들은 입시라는 울타리에 갇힌 채 ‘성적 고삐’에 묶여있습니다. 단 하루도 울타리에서 벗어나면 남의 자식보다 뒤쳐질까 봐 불안한 것이 부모들입니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교사나 공무원처럼 안정적인 직업만을 사료처럼 주입할 뿐입니다. 아이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꿈꿀 시간도 없이 학교와 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학기만이라도 자신의 꿈과 끼를 찾는 ‘자유학기제’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고교완전자유학기제를 표방하면서 개교한 대안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가 1년 만에 20배 이상 신입생을 모집해 돌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서울시교육청이 고등학교 1학년생들에게 자발적으로 배우고 창의적으로 진로를 개척해나가는 ‘오디세이 학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덴마크, 영국 등에서 성공한 ‘전환학년제’가 비로소 시작되고 있는 셈입니다. 정부는 2016년부터 자유학기제를 100% 확대한다고 하니, 새로운 교육의 흐름을 만들어낼 지 주목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교육제도를 만들어도 어른들의 의식이 뒤따라가야 할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가 대학교를 졸업해도 어린아이처럼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사 또한 제자의 재능보다 “이 점수로 대학교에 가겠느냐?”라고 다그친다면 교육의 미래는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꿈을 찾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 어른들이 멘토로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럴 때 아이들은 작은 울타리가 아니라 큰 무대에서 꿈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