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합니다. 이민을 가고 싶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어른이 되면 돈을 많이 벌어서 외국으로 떠나고 싶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이란 나라는 TV나 교과서를 보더라도 전쟁과 식민 그리고 가난으로 얼룩진 역사만 보였습니다. 내가 왜 이런 나라에 태어나서 입시지옥을 참아야 하는지 억울했습니다. 당시 모교는 00교도소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악명이 높았습니다.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학교에 갇혀서 지냈습니다. 하루 14시간 학습노동자로 살았으니 8시간 성인노동자가 부러울 수밖에요. “집은 잠자는 곳”이라는 어느 교사의 말이 맞았습니다. 

지금도 다를까요? 13일 자 조선일보에서 ‘강남 학원가’는 시험 걱정 없는 한 학기에 집중적으로 선행학습을 시킨다더군요. 내년에 중학교 입학하는 아들이 맘 놓고 놀까 봐 걱정이라는 어느 학부모의 말이 한국의 교육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요?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우리나라 엄마들은 모여서 ‘평등’만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아파트 ‘평’수와 자녀의 ‘등’수만 따지는 것을 일컫습니다. 교육제도를 아무리 바꾼다고 하더라도 부모 의식이 ‘성공’에서 ‘행복’으로 바뀌지 않는 한 어렵다는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이는 자녀를 사랑이 아니라 교육투자 대상으로 보는 현 세태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약 20조 원에 달합니다.
 
이러한 경쟁사회에서 자란 청년들에게 광복절은 쉬는 날입니다. 입시나 구직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죠. 만일 학교에 다닐 적에 나라사랑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면 광복절이 기다려질 것입니다. 조국에 대한 자긍심을 제대로 느껴봤다면 70년의 기쁨을 노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국학과의 만남은 뭐랄까, 의식의 전환이었습니다. “조선 사람들이 자기 일과 역사, 전통을 알지 못하게 만듦으로써 민족혼과 민족문화를 상실하게 하라.” “그들의 조상과 선인들의 무위, 무능과 악행을 들추어내 그것을 과장하여 후손들에 가르쳐라.” “조선의 청소년들이 반드시 실망과 허무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 등을 담은 일본의 식민지 정책을 알고 섬뜩했습니다. 35년간 조선인에게 심어놓은 바이러스가 후손 대대로 이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2006년 충남국학원 회원과 백두산 민족혼 여행에 올랐지요. 아, 감격이었습니다. 쳇바퀴 도는 인생이 아니라 수천 년 한민족의 역사가 해일처럼 가슴으로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역사란 지식이 아니라 현장에서 온몸으로 체험하는 것임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조선족의 역사의식에 놀랐습니다. 민족시인 윤동주의 모교인 대성중학교에는 역사 전시관을 마련했더군요. 일본과 전쟁을 치른 선조들의 독립운동을 당당히 알리고 있었습니다. 2,000년 동안 나라를 잃고 떠돌던 유대인의 역사교육에 놀라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 답을 찾아야할 것 같습니다.
 
광복 70년을 기념해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립니다. 시민들은 태극기를 손에 들고 만세를 외칠 것입니다. 해방의 기쁨이죠. 그런데 나라는 되찾았다고 하는데 정신도 되찾았을까요? 개인주의와 물질주의에 빠진 대한민국은 가정부터 얼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인성교육의 시작입니다.
 
우리 스스로 빛을 되찾는 광복운동이 필요합니다. 내 나라 내 역사를 바로 알고 주인이 되는 데 있습니다. 월 소득의 20%에 육박하는 사교육비를 학원에만 쓸 것이 아닙니다. 자녀를 데리고 백두산에도 오르고 대한의 역사를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구시민으로서 살아갈 교육이 이뤄진다면 글로벌 리더의 꿈을 품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때 사대주의자로 살던 10대를 부끄럽게 돌아보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