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0일 금상경역사박물관을 출발하여 731부대를 향했다. 731부대는 중국 흑룡강성 하얼빈에 있던 일제 관동군 산하 세균전 부대이다. 1936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가 패망할 직전까지 3,000여 명을 대상으로 각종 세균실험과 약물실험 등을 자행했다. 731부대 하면 '마루타'라는 말이 떠오른다.  '마루타'는 원래 '통나무'라는 일본어인데 이 731부대에서 희생된 인체실험 대상자를 일컫는 말이다. 사람을 통나무라 부르면 양심도 사라지고 무디어지는 법. 인면수심 일본군은 이곳에서 온갖 잔혹한 인체실험을 자행했다.
이곳에서는 '침화일군제731부대(侵華日軍第731部隊)'라고 이름하였다. 중국을 침략한 일본군 731부대라는 의미다. 2001년부터 중국이 이 부대 23개 건물 복원 공사를 시작하였는데, 옛 모습 그대로인 듯 낡았다. 정문 앞에 ‘침화일군제731부대유지(侵華日軍第731部隊遺址)’라는 글을 가로 길게 새긴 돌을 지나니 지금까지 방문했던 곳과는 다르게 긴장된다. 생체실험의 현장에 왔기 때문이리라. 국내에서 책을 통해 731부대의 실체를 알고 왔는데도 떨린다. 

안으로 서너 걸음 걸으면 ‘중점문물보호단위 침화일군칠삼일부대구지’(侵華日軍第731部隊舊址)라는 비석이 맞이한다. 그 뒤로 본관 건물까지는 50미터 쯤 되는데 좌측으로 줄지어 심은 나무가 크게 자라 731부대만 아니었더라면 평화로운 곳이라는 느낌을 준다. 
 

▲ 일본 관동군이 세균전과 화학전을 위해 세균폭탄과 화학무기를 개발하고, 생산한 731부대가 하얼빈에 있었다.

731부대 본부 건물로 들어간다. 1938년 지은 본부 건물에는 731부대행정지휘부, 내설(內設)부대장실, 시위관실(侍衛官室), 표본진열실, 특설헌병실, 진료부 등이 있었다. 이곳이 세균무기를 연구, 실험하고 세균전을 지휘한 대본영(大本營). 이 건물은 2층 건물로 길이 170미터 폭 12미터, 전체 면적이 4,080제곱미터. 1945년 8월 731부대가 철수하면서 지붕을 불태웠다. 중국이 나중에 원형을 복원했다. 전시를 안내하는 서언(序言)에서는 이 731부대의 실체 드러내고 그 범죄를 고발한다.

 "21세기 초 일본군국주의자들은 아시아에서 패권을 독차지하고 세계에 호령하려는 정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국제공법을 공공연히 위반하고 비밀리 생물전(生物戰)을 획책하고, 화학전을 모의했다. 곧바로 이 무기를 전장에서 사용하고 인류역사상 가장 흉악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전쟁포로를 학살하였다. 하얼빈시 평방(平房)구에 13년간 존재한 만주 제731부대는 일본군국주의자들이 시행한 이 음모를 추진한 핵심기관이었다. 그들은 대규모로 세균무기의 연구, 실험과 생산을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람을 세균실험에 이용하였다. 1939년부터 1945년 사이에 최소 3,000명이 실험으로 희생되었다. 세균전 과정에서 최소 30만 명이 죽거나 상해를 입었다. 우리는 731부대의 극악한 역사를 전시하여,  사실을 통해 후세에 교훈을 삼아, 역사가 인류의 평화, 문명과 진보로 나아가, 이러한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 731부대 본부 건물이 이제는 731부대의 범죄를 알리는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화학전 1-6전시실, 전쟁과 의학특별전을 차례로 보았다. 화학전에는 ‘양광하(陽光下)의 죄악’ 이라는 주제로 중국을 침략한 구  일본군의 화학 전쟁 범죄를 소개했다. 양광(陽光), 햇빛이 내리비치는 곳에 드러내놓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미다.  전시 자료는 일본은 제1차세계대전후 비밀리에 연구를 시작하여 화학무기를 대량으로 생산하였고 중일전쟁 중에는 국제공약을 무시하고 각종 화학무기를 대량으로 사용하였다고 폭로했다. 일본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이 2,000회, 피해 지역은 19개 성(省)에 달했다. 중국군과 국민은 이 화학무기에 중독돼 20여 만 명이 사망했다. 이곳에서 한인 독립운동가들 또한 얼마나 희생을 당했을까. 이곳에서 고초를 겪다 불귀의 객이 된 한인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하며 그분들의 넋을 위로했다.
▲ 인체 실험을 모형으로 재현하여 그 잔악상을 고발한다.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되는 지금도 이 화학무기는 중국인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한다. 일본이 항복한 후 일본 본토의 화학무기는 처리하였으나, 중국 내 화학무기를 그대로 두었기 때문이다. 대략 유독탄(有毒彈)이 200만 발, 독약이 100톤가량이 중국 10여개 성에 남아 있다고 전시 자료에는 기록하였다.  전쟁이 끝나도 전쟁과 무관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

외계인 같은 방독면, 하얼빈 평방(平房) 부근에 특별군사구역 설정에 관한 문서, 길림성 돈화(敦化) 지구에 매장된 각종 화학탄 180만 발이 묻혀 있는 지역을 표시한  지도, 실험기구, 현미경, 약병, 수술 도구 같은 실험도구,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실험실…하나 같이 소름이 돋게 한다.  731부대를 소재로 제작한 영화에서는 끝없는 절규,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또 하나의 전시실 일본군 사무실은 다른 곳과는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잔악한 행위와는 다른 사무적인 분위기에 오싹 하는 기분이 든다. 마치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사무를 보듯이 생체실험을 했던 것일까.

▲ 부대 내에는 중국이 731부대 옛 부지를 설명하는 비석을 세워, 731부대의 잔학한 행위를 고발했다.

일장기에 ‘祈武運長久(기무운장구, 무운이 오래 계속되기를 기원한다)’를 서명한 일본군들. 이들이 바라는 무운은 어떤 의미일까. 황국호지(皇國護持), 충렬(忠烈), 필승(必勝)….
이런 범행을 저지른 731부대 일본군국주의자들은 일본이 항복선언을 한 후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이곳에서는 표로 정리하여 전시했다. 제5부 각국의 전후처리와 군사재판에서는 731부대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보여준다.
이 부대 처리에는 소련과 미국이 담당했다. 소련은 군사재판을 준비하고 포로로부터 인체실험의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731부대 전범을 심문했으나 인체실험 사실을 부인하는 바람에 인체실험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다. 동경재판을 준비하며 미국도 731부대의 조사를 시작했다. 미국은 생물전 자료를 입수하고 대신 전범면책처분을 내렸다.
소련이 입수하는 데 실패한 인체실험 자료도 입수하여 이들도 전범면책 처분을 하고 소련으로부터 보호하였다. 미국은 731부대의   생물전 정보와 인체실험 정보를 독점하고 생물무기 개발 연구에 활용한다. 잔악한 범죄를 자행한 731부대 일본군 지휘관들은  이렇게 전범에서 제외돼 처벌을 받지 않았다.

화학무기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참전국이 잇따라 도입하여 대규모로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그 파괴력은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참혹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국제사회는 화학무기 사용금지를 추진하여, 1990년대에 이르러 화학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한 나라가 전 세계 130여 개국에 달하게 되었다.

▲ 중국은 731부대 유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전시장을 모두 견학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터널을 지나 자료판매소로 들어가니, 중국과 일본에서 발행된 731부대 관련 자료를 판다. 국내에도 번역된 책도 보인다.
중국은 이 731부대 유지를 세계문화유산에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전시장 밖에는 2012년 중국 세계문화유산 예비명단과 731부대 구지를 소개하는 자료가 길게 전시되어 있다. 치욕의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세계문화유산 등록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잔뜩 구름 낀 하얼빈 하늘이 무겁다.